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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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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다소 늦은 아침. 역시 늦잠을 자고 청소를 하느라 창문을 열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집 앞 나무의 모습이 달라 진 것을 발견했다. 새끼 손톱만한 연두 빛 봉우리들이 가지마다 따글따글 달려 있더란 말이다. 내 인생의 서른네 번째 봄이 이렇게 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내일은 완주의 처자 중 한명이 시집가는 날이다. 그녀의 서른다섯 번 째 봄과 나의 서른네 번째 봄. 아..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디 깊은 산 속에 며칠 쳐 박혀 있고 싶다. 하지만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뒤로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먼저 나서서 결혼식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해주겠다며 큰 소리를 쳤다. 영상 촬영을 해서 돈벌이를 하지만 많은 돈을 준다 하더라도 마다하는 것은 결혼식 촬영이다. 이유는 단 하나. 부러워서.

 

인생 고수가 되는 길은 아직도 먼 듯 하다. 여하튼 대인배의 마음으로, 진정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캠코더를 챙겨들고 그녀의 떨리는 봄날을 생생하게 기록하겠다.
어른들 기준으로는 내 나이면 벌써 아이 둘 셋은 낳아서 엄마로 살아야 마땅할 테다.
그래서 그런지 2~3년 전부터 부쩍 주위에 결혼 소식이 많고 아이 소식도 많다.

 

세속적인 마음으로는 그들이 부럽긴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가진 않는다. 그들이 인생을 함께할 동지를 만났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나 또한 동지를 만나 함께하고 싶다. 그것이 반드시 결혼이 아니어도 말이다. 곁에 가까운 친구도 동지이고 일을 함께하는 동료도 동지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미혼 혹은 비혼인 사람들을 아직 불안정한 존재, 혹은 철이 덜 든 존재로 보곤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해서 미완성 인생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이런 말을 부모님께 했다가 헛소리 한다고 혼만 났지만 말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생각한다.

 

얼마 전 친구가 따끈한 신간을 소개해줬다. 유시민 아저씨의 ‘어떻게 살 것인가’.
아빠가 날 공격할 때 늘 하시던 질문인 ‘어떻게 살 것이냐’ 와는 분명 다른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다소 포괄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어서 당혹스럽긴 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을 바쁘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좋은 질문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유시민 아저씨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는 그의 고백이 하도 담담하여 이 책에 마음이 쓰인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이 책의 중요한 화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는 건 참 기가 막히게 놀았다. 사랑도 그만하면 많이 했고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사랑이 충만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일은 틈틈이 굶어 죽지 않을 만큼 하고 있다. 아직도 잘 되지 않는 것은 연대하는 것이다. 혼자 고민하다 사라질 즐거운 상상들을 끌어내고 싶다.

 

내일이면 시집가는 언니는 멋진 남성과 연대하게 된다. 그와 일하고 놀고 사랑하며 혼자 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즐겁게 여행하길 바란다.(이것은 흡사 주례사 같군.^^)
나에게도 또한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고 상상하고 일을 꾸리는 중요한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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