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부들의 좌충우돌 밭농사 도전기 2014-03-21
온새미로 농사공동체 회원들이 칠성초(토종 고추) 모를 옮겨 심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영희, 정란이, 이종란, 정현순씨(왼쪽부터)
초보 농부들의 좌충우돌 밭농사 도전기
농사공동체 온새미로
농사 서툰 귀농인 5명 의기투합
토종 씨앗-환경농사 고집
토종 씨앗-환경농사 고집
혼자 짓는 농사는 무척 지루하고 힘든 노동이다. 농사가 서툰 귀농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품앗이가 있고 두레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기계화와 고령화로 흔치않은 풍경이 된지 오래다. ‘온새미로’는 이 같은 현실에서 출발한 초보 귀농인들의 농사공동체다. 따스한 봄 햇살이 겨울의 뒤끝을 밀어내던 3월 첫째 주 고산 외율마을 한 비닐하우스에 온새미로 회원들이 모였다.
“이 정도면 옮겨 심어도 될까.(정란이)”
“촉이 이제 막 올라 오나 봐요.(정현순)”
“오늘 옮기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금요일에 하는 게 어떨까(이종란).”
“촉이 이제 막 올라 오나 봐요.(정현순)”
“오늘 옮기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금요일에 하는 게 어떨까(이종란).”
이제 막 올라오는 칠성초(토종고추) 싹을 두고 회원들이 의견을 나눴다. 최근 모종을 내기 위해 뿌려놓은 칠성초 싹을 옮겨 심을 요량으로 만났으나 확신이 서질 않는 모양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나흘 후에 옮겨심기로 의견을 모은 뒤 철수키로 했다.
이 때 뒤늦게 김영희씨가 도착했다. 영희씨는 온새미로 회원들의 농사멘토다. 자초지종을 들고 싹을 확인한 영희씨는 “당장 옮겨 심어야 한다”며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회원들은 영희씨를 따라 농기구를 들고 옮겨 심을 두렁을 고르는 등 몸을 움직였다.
“사실 1월에도 칠성초를 심었었어요. 그런데 실패했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도 쉽지 않네요.”
고산, 비봉, 화산지역 귀농인 5명이 모여 만든 온새미로는 농사공부 중이다. “처음 계획과 뜻이 있어서 온새미로를 만든 건 아니었어요.”
이종란씨는 “온새미로의 시작은 별 것 아닌 농담에서 출발했다”고 입을 열었다. “재작년 논농사만 짓던 정란이씨, 차남호씨와 함께 밭농사를 지어보자 했는데 준비가 안 돼 진척을 못시키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마침 정현순씨가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말을 해서 땅이 없어 고민했는데 잘됐다 싶어 의기투합했죠.” 여기에 농사를 잘 아는 김영희씨를 농사선생님으로 모셨다. 그렇게 5명이 합쳐졌다.
온새미로 농사공동체 회원인 이종란씨와 김영희씨가 고추 모를 살펴보고 있다.
첫 출발은 고추였다. 2013년 1월 맨 먼저 고추모종에 도전했다. 회원들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다시피 했다는데 이씨는 “신기하게도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만나 게릴라부대처럼 일한 뒤 일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오후 4시 다시 만나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힘들 때는 한 잔의 막걸리와 노래 한 자락으로 처진 어깨에 힘을 실었다.
다행히 고추농사는 풍년이었다. 회원들이 판로를 고민할 정도였다. 근당 1만5000원에 팔고 남은 30근은 고추장을 담가 회원들이 똑같이 나눴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임은 있되 이름은 없었다. 이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지었다. 온새미로는 순수한 우리말로 ‘자연 그대로’라는 뜻이다. 이름은 차남호씨가 지었다. 그는 친환경 벼 재배로 이력을 쌓고 있는 고산 귀농인이다. 회원들은 여유가 생기면 원정도 나갔다. 회원 여부를 떠나 귀농인의 일손을 거드는 일이다. 작년에는 콩 농사를 지은 박봉록씨를 거들었다.
정란이씨는 “온새미로는 농사도 짓지만 마음농사도 같이 짓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마음농사)이 더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뭔가를 계획하고 가는 게 아니라 가는 도중에 꿈이 생기고 계획이 서고 뭐든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함께 어우러지는 행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란씨도 “농사는 같이 지어야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칠성초는 우리나라 토종고추로 강원도 곡성 쪽에서 주로 심는다. 개량종은 크고 과육이 두꺼워 기름이나 전기로 말리지 않으면 태양초가 어렵다. 하지만 칠성초는 과육이 얇아 태양으로도 말릴 수 있다는 점과 또 모종을 사지 않고 직접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종란씨는 “우리가 칠성초 토종종자를 생각한 것은 심각한 종자문제 때문”이라며 “몬산토가 유전자 조작으로 전 세계 종자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데 유전자 조작을 고추부터 한다는 말을 듣고 종자보호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서 온새미로는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에도 힘을 쏟을 요량인데 토종씨앗을 뿌리는 일도 그중하나다.
“고추 몇 개면 수천 개의 씨앗이 나옵니다. 모종을 살 일이 아니에요. 고추를 뜯어보니 한 개에 씨가 140개가 나옵디다. 실제로 재배해보면 칠성초가 정말 맛있어요.”
이종란씨는 “온새미로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며 “농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식량주권과 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온새미로 이종란, 정란이씨가 고산미소 앞에서 노점을 열고 있다.
■ 아기자기텃밭
온새미로는 고산미소시장에 오전 11시부터 ‘아기자기텃밭’이라는 이름의 토요노점을 연다. 지난겨울에는 날이 추워 잠시 휴점 했는데 춘삼월이 왔으니 다시 좌판을 깔았다. 봄동, 냉이, 봄내음 물씬 나는 푸성귀 등 직접 농사지은 수확물을 올린다. 부설매장으로 벼룩시장도 시작했다. 집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물건 있으면 언제든지 갖고 나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