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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내지 않고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산신령께 약속하죠” 2014-02-13

“욕심내지 않고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산신령께 약속하죠”

“욕심내지 않고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산신령께 약속하죠”
 
4대째 약초꾼 동상 강동일씨
 
 
“산이 좋아 평생을 산만 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귀한 약초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찾아 산속 보물을 캐는 사람이 있다. 가파른 절벽을 거침없이 오르고 앞이 보이지 않는 수풀을 헤치며 높은 산을 오르는 약초꾼 강동일(60·완주 동상)씨.
 
강씨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완주 동상에서 터를 잡고 약초꾼의 삶을 살아 왔다”며 “음식점, 감농사 등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일 외에는 어김없이 산을 타면서 약초들을 캐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 소양, 동상, 운주의 어지간한 산들은 다 강씨의 발길이 거쳐갔다.
 
산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강씨는 항상 긴장하고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기 전에 잊지 않고 하는 것은 바로 산신제, 산신령에게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이 담긴 음식을 올린다. 욕심내지 않고 조금만 가져오겠다는 다짐과 함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비슷한 생김새도 척척 구분해내며 귀한 약초를 찾아낸다. 30년 동안 산을 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약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게 되고 스스로 공부하고 터득하면서 ‘대물’을 찾아내는 것. 더덕, 작약, 창출, 도라지부터 1년에 한두번씩 운이 좋을 때는 귀한 부처손, 하수오, 산삼까지 눈에 띈단다.
 
그는 “하수오는 인삼, 구기자와 같이 한방에선 3대 명약으로 손꼽힌다”며 “자연상태에서 뿌리의 삼투압작용과 잎의 광합성작용을 통해 흡수한 대지의 생명력과 태양 에너지가 그대로 농축된 야생 하수오는 요즘 같은 동절기엔  덩굴줄기에 달려있는 씨방 또는 줄기 특유의 검은 점과 잎자루 흔적을 보고 찾아낸다”고 말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산이지만 산행 중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강씨는 “산에 오를 때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섣불리 약초에 욕심내다가는 산짐승의 습격, 밀렵꾼들이 설치한 올무에 걸리는 등 산신의 노여움을 산다”고 말했다.
 
강씨는 된장 하나면 지천의 약초가 찬이 되고, 산새 소리에 아침을 맞이 하면서 산 속 이곳저것을 누비는 지금이 더 없이 좋고, 행복하단다. 그에게 “산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강씨는 “어머니”라고 했다. “사람들이 살을 깎아도 말이 없고, 그러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듬직하게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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