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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놀이터 커서는 일터 … 그에게 산은 운명이었다2014-02-12

어렸을 땐 놀이터 커서는 일터 … 그에게 산은 운명이었다

 
 
어렸을 땐 놀이터 커서는 일터 … 그에게 산은 운명이었다
 
박사급 산사나이 김정일씨
 
산약초·산세 지식 박사급
한의학 교수가 자문 구할 정도
생태계파괴 숲정책에 쓴소리도
 
 
김정일(55)씨는 한의학 교수가 자문을 구할 정도로 산약초에 대한 조예가 깊다. 소위 박사급 산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환경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가끔 산행 중에 작은 다툼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씨는 얼마 전에도 태풍으로 쓰러진 큰 나무들을 보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숲 가꾸기가 좀 엉터리예요. 작은 관목들을 모조리 없애버리니 강풍이 불면 큰 나무들이 기댈 곳이 없어 넘어가는 거예요.”
 
동상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옛날부터 산이 좋았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만 끝나면 산을 올랐다. 산은 그의 유일한 놀이터였다. 그가 산사람이 된 건 어쩌면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르죠. 사실, 산을 오를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해요. 나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산을 오르는 산사람들은 다 나와 같지 않을까요?”
 
김씨는 7일 진안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용담호 주변의 황골이란 곳이다. 산약초 등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는데 그중에도 특히 산삼에 관심이 많다.
 
김씨는 10년 전에 건강원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이때부터 산삼에 호감을 갖고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김씨의 산삼사랑은 더 커졌다고 한다. “산삼도 물고기처럼 보호색을 띄기 위해 변화를 줍니다. 자기를 은폐하기 위해서죠.”
 
그는 산삼 찾는 사람이 있으면 구해 주고 산삼이 맞지 않는 사람은 도라지를 먹도록 권유하곤 한다. “산삼을 채취해도 양심이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주지 않아요.” 약은 체질을 따져 복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진안 용담호를 지나다 황골의 산 지세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분명 삼이 있을 만한 터였다. “남쪽은 막히고 북쪽은 열려 찬바람이 나오는 선선한 계곡에 산삼이 있어요. 북쪽이 막힌 지역은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지 못해 산삼이 자생하지 못해요.”
 
그런 면에서 전라북도에서는 동상면이 최고로 축복받은 땅이라고 했다. 모든 생명들의 공생관계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같은 두레시라도 동상에서 나는 것이 훨씬 맛있고 이는 채소도 마찬가지”라고.
 
산을 타던 김씨가 한 곳을 가리켰다. 더덕이었다. 마른 줄기를 보고 찾은 건데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알려줘도 찾아내기 힘들었다. “한 번 드셔보세요. 재배하는 것보다 향이 훨씬 강합니다.” 그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더덕 잎을 따서 먹으면 그렇게 몸이 가벼울 수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인삼이나 옻나무 등 독성이 있는 약초는 휴면기인 겨울에 채취하면 독성이 덜하다고 했다. 더덕도 겨울에 먹으면 쓴 맛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다른 때는 쓴맛을 분비하는 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겨우살이는 해발 700m 이상은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그는 산행 40여 분만에 첫 겨우살이를 만났다. 겨우살이의 가지를 치면서 나가던 그는 “워낙 사람들이 겨우살이를 많이 찾아서 중국에서 넘어온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행 중에 만나는 나무들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는데 “자작나무는 껍질이 여러 겹으로 되어 있고 지방이 많아 보온효과가 크고 비자나무는 옛날에 그 씨앗을 회충약 대용으로 썼다”고 알려줬다.
 
강참나무(일본 참나무)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골자는 옛날에 일본사람들이 심어놓은 것이 이렇게 커 토종을 밀어내고 있고 거기에 더해 잘못된 조림정책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숲가꾸기가 되레 토종을 밀어내고 있는 꼴입니다.” 상품성이란 잣대가 낳은 폐해다. 강참나무는 토종 참나무에 비해 번식력이 강하고 껍질이 얇아 생장속도가 빠르다.
 
그는 “생태계를 조금 더 고려한 숲 가꾸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씨는 3시간의 산행을 통해 겨우살이와 더덕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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