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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로컬푸드201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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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갑자기 ‘세계화’라는 단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대통령은 경상도 사투리의 센발음으로 어디에서든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화를 하지 않으면 이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절박하게 주장했다. 그 때부터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선진국과 비교해야 했다. 갑자기 영어학원이 성행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무전여행, 도보여행을 가던 대학생들은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외국에 팔기 위한 텔레비전은 당연히 세계 최고로 만들어야 했지만 우리 농부가 쓰는 호미 한 자루도 다른 나라의 호미와 경쟁하게 만들었다.

 

최근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든 세계경제포럼이라는 행사가 열리면 어김없이 노동자, 농민, 시민들이 대규모인 시위를 벌인다. 심지어 다른 나라사람들이 원정을 가서 시위를 한다. 세계경제발전을 위한 지도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회의에서 가난한 근로자와 농민들이 반대 시위에 나서게 된 것은 세계경제포럼이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국가나 지역 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정보 등의 인위적 장벽이 제거되어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는 추세를 말한다.

 

이제 우리 농민들도 세계화를 강요받고 있다.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핸드폰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즉,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더 많은 것들을 사야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더 많은 것들 생산하거나 더 비싸게 팔아야 한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지만 경쟁력을 갖지 못했을 경우 수익이 줄어들어 이러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이득은 세계적인 자본이 대부분 차지하게 한다. 그래서 세계화는 농민을 이중적으로 지배, 착취한다.

 

이런 무서운 세계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지역화라고 이야기하면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김치가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지역화는 세계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단지 지역적인 상품으로 ‘인간이 없고 이윤만 있는’ 세계화에 동의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세계화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을 단지 경제적인 동물로 전락시키고 지역문화를 파괴하고 지역전통을 훼손하며 지역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다. 세계화와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조그만 농촌 마을에서조차 이웃이란 없고 안정적인 삶을 지탱하던 마을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다.

 

진정한 지역화란 지역을 살려내는 것이다. 세계화의 이중적 착취구조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지역문화를 창조하고 내부 순환적인 지역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새롭게 지역공동체를 살려내는 것이다.

 

완주가 시작한 로컬푸드는 단순히 소농의 소득을 올린다는 것 이상의 많은 의미가 있다. 로컬푸드는 진정한 지역화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유효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임경수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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