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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을 꼭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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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숲] 농산물을 꼭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고대역사를 기록한 ‘위지동이전’에 마한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씨를 뿌리고 나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뒤 밤낮으로 쉬지 않고 춤을 추었다는 한다. 이를 제천(祭天)이라 하였고 축제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제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자와 정보를 교환하였는데 이를 제전시(祭典市) 혹은 신시(神市)라고 불렀고 이는 시장(市場)의 기원이다.


이렇게 시장은 인류 역사상 오래 전에 생겨났다. 하지만 화폐의 발명으로 물물교환에서 벗어난 시장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시장으로 발전했다. 자분주의 경제학은 이러한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긴다.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진다라 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학의 핵심이다. 자본주의가 시장을 통해 만인의 행복을 만들어내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선택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 전제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핸드폰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당혹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새 제품이 더  저렴한 단말기 가격,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요금제, 이 요금제와 연결된 단말기 보조금으로 요즘 말로 하자면 멘붕상태가 되고 매장 직원이 이야기하는 대로 구매하기 십상이다. 도무지 내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 어찌 보면 마케팅이란 원론적으로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한다. 냉장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지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입개방에 따라 우리 농민들은 외국 농산물과 시장에서 경쟁해야 했다. 그래서 정부는 ‘선택과 집중’ ‘차별화’ 등의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면서 시장경쟁력 강화 중심의 농업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농산물이라는 것 자체가 시장에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 생산량과 소비량이 가격에 의해 조절되는 시장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격에 따라 생산량과 소비량이 유연하고 빠르게 조절되어야 한다. 농산물은 생산기간이 길기 때문에 차후에 형성될 가격을 예측하여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고 생명을 유지하는 식량이기 때문에 소비를 무한정 줄일 수 없다. 지난 30년간 농업정책이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억지로 집어넣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농산물을 거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방법이 바로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이다. CSA는 다수의 소비자가 약정된 금액을 농민에게 미리 지불하고 일정기간 소비하는 식량을 개별 농산물의 시장 가격과 상관없이 총합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CSA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자에게는 안정된 판로를 보장해주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식량을 공급할 수 있게 해준다.


유럽과 미주에서는 이미 유기농산물의 유통방식은 CSA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꾸러미’라는 이름으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규모의  CSA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아직 미미하다고 해도 시장중심의 농업방식과 경쟁력 중심의 농업정책만 성성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농업의 미래가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완주에서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CSA를 시도하고 있는 건강한밥상 영농조합과 완주로컬푸드 영농법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CSA를 시작한 이서면의 맘푸협동조합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임경수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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