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계속 5월을 봄의 시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는 기후로 이미 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는 앞으로도 여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는 주택의 형태와 구조에도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여름철 더위를 피할 수 있게 만드는 자연환기 구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대류 현상을 이용해서 실내의 더운 공기를 내보내고 외부의 시원한 바람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자연환기는 생태 주택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건축 구조이다.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은 앞으로 생태적인 전환을 위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자연환기 기술 중에 일종의 자연 환풍구인 윈드 카울(Wind Cowl)을 소개한다.

 

카울(Cowl)은 모자가 달린 캐톨릭 수도승의 망토이다. 서구 전통주택의 환풍구 모습이 수도승의 망토를 닮아 그렇게 불렀다. 높은 첨탑이나 지붕 용마루 위에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신비와 계시를 느끼고 있는 듯 한 모습의 윈드 카울(Wind Cowl)에 ‘바람의 수도자’란 시적인 별명을 붙여본다. 서구의 전통 흙집인 코브 하우스의 높은 천정에는 뻥 뚫린 연기구멍이 종종 발견된다.
11~14세기 굴뚝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서양에서는 집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 난방을 했고 이때 연기를 실외로 배출하기 위해 지붕에 연기 구멍을 뚫어두었다. 16세기 벽난로에 연결된 굴뚝이 보편화된 이후 연기 역류를 위한 장치로 개발되었다가 연기 배출 기능은 굴뚝이 담당하고 별도의 환기를 위한 구조로 윈드 카울이 발전한 듯 하다. 윈드 카울은 회전축이 있어 바람의 방향에 따라 회전하면서 바람이 집안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고 실내의 오염되었거나 뜨거워진 공기를 내보내는 데 사용된다. 윈드카울은 현대에는 다양한 환풍구 형태로 변형되었다.

영국 런던 남쪽 써튼(Sutton) 자치구에 건설된 '베드제드(BedZED, Beddington Zero-fossil Energy Development)는 영국 최대의 친환경 주택단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드제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모습은 갖은 색상의 닭 볏 모양 환풍구(wind cowl)이다. 이 환풍구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회전하면서 실내로 신선한 외부 공기를 공급하기도 하고 실내의 오염된 뜨거워진 공기를 배출하기도 한다. 이 환풍구에는 열 교환기가 부착돼 바깥의 찬 공기가 실내의 더운 공기와 섞이면서 따뜻해지도록 설계되었는데 70%의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기 때문에 별도의 실내 온도를 조절하면서 난방 효과를 낼 수 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공장 지붕에 이와 유사한 환풍구가 종종 설치되는데 베드제드에서는 주택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베드제드(Bedzed)의 환풍구처럼 공기의 유입과 배출, 열교환장치까지 부착되진 않았지만 바람의 역류를 막으면서 실내 오염되거나 뜨거워진 공기의 배출에 주 목적을 두고 함석판으로 만들어진 환풍구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구조는 벤츄리 효과를 이용하고 있는데 바람이 부는 반대쪽 환풍구에 음압을 발생시켜 실내의 공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빨아올려 배출하되 역풍이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보통 ‘벤츄레이터 흡출기’로 알려져 있다.환풍구를 설치할 때 환풍구의 직경과 높이에 따라 실내에 체류하는 뜨거운 공기의 양과 높이가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외부에서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흡기구는 가능하면 그늘 진 서북쪽 하부에 두는 것이 자연환기에 효과적이다.

 

 

환풍구는 적절하게 겨울철 열손실 방지를 위해 베드제드(BedZed) 사례처럼 열교환장치를 부착하거나, 중동의 전통주택에서 발견되는 바람잡이탑(Wind Catcher)처럼 지붕 위로 높이 부는 시원한 바람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변형되고 있다. 또한 태양열에 의해 가열된 수직공간 내의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실내 환기효과를 높이는 태양굴뚝이 혼합되면서 현대적인 패시브 건축에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우리의 건축에 이와 같은 자연 환기장치를 우리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성원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적당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