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마을사람 되기' 대작전2013-06-07

  •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완주댁의 시골살이]'마을사람 되기' 대작전

 

 

집은 슬슬 완공되고 있고, 이제 동네 안으로 들어가 마을사람이 되는 일만 남았다. 나는 완주로 귀촌해 사무실 근처에 사는 것이 꿈이었다. 사무실 근처 빈집을 찾던 나는 결국 임시로 머물던 곳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쫓겨 사무실에서 20km나 떨어진 소양에 한 빌라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때는 이곳까지 와서 빌라에 산다는 것이 몹시 서운하고 속상했다. 나지막한 돌담에 마당도 있고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사무실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꿈을 꾸었던 터라 더 그랬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조금씩 시골분위기와 물정을 알게 되면서 나에게 빌라에서의 생활이 좋은 유예기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바로 마을로 들어가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집을 짓는 내내 아침마다 동네 어르신들이 출근하셨다고 한다. 우리 집의 재료에 대해 토의를 하시기도 하고, 우리 집을 짓기 전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다. 한번은 퇴근 후 집에 들렀는데 앞집 아저씨가 어르신들께 우리 집을 소개하고 계셨다. 이 집의 재료며, 만든 과정, 각 방의 용도까지 우리는 앞집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에 감탄했다. 우리 집은 그야말로 동네의 ‘핫이슈’였다. 서울 살 때는 ‘동네에 누가 이사 오는지? 누가 집을 짓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실은 궁금할 겨를도 없었다.


시골살이 특히 마을 속으로 들어가 마을사람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게는 낯선 일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자신의 일처럼 우리 집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때로는 도시에서 온 사람이라 경계하며 텃새를 부리는 것도 그간 도시에서 살면서 겪을 수 없었던 일이다. 그저 집주인과 계약이 끝나고, 앞집 옆집 정도 인사한 후 거의 마주칠 수도 없는 도시 생활과는 달리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마주치고 마을 주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참 부담스러우면서도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주변 귀농선배들은 “어르신들이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니 조심해. 말 한번 잘 못하거나, 인사한번 안하면 찍히니까 늘 조심해”라고 말하며 시골 어르신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경고한다. ‘정말 그럴까?’ 하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누구든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지금은 걱정반, 기대반 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마을 어르신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는 건 거꾸로 보면 그 분들도 우리를 보며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서로에 대한 편견 때문에 더 관계를 그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확실한 사실은 ‘마을사람이 되는 것이 도시와는 다르다는 것. 이해관계가 걸려있지 않는 한 다들 우리를 반겨주신다는 것. 우리가 금방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일단 시간을 두고 겪어 나가야 한다는 답 밖에 없다.
나는 그동안 살면서 ‘마을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도시에서 살 때는 한번도 ‘마을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아침에 나왔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니 마을과 이웃에 관심도 없었고 그저 ‘하숙생, 뜨네기’에 불과했다.


아마도 마을사람이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옆 고추밭 할머니의 싫은 소리를 듣고 마음이 심란했지만 잘 겪어 나가야지. 나는 오늘도 동네주민이 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간다.


/이영미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팀장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흙, 자연, 사람답게 사는 삶
다음글
시원한 여름을 위한 자연환기 구조: 윈드 카울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