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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을, 어떻게 기억할까?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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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댁의 시골살이] 사라지는 마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름없는 주민들의 생애

구술로 기록하는 일 해볼만

마을유지 구조적 문제 해결도 중요

 

 

서울 살 때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그때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큰일이네~’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내려와서 마을을 다녀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을은 시들어가고 있다. 돌아다녀보면 마을 어르신들의 평균연령대는 70대다. 60대는 청년이다. 대개 60대 어르신들이 마을이장, 청년회장으로 경로당에 가면 이 분들이 잔심부름부터 굳은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와서 어르신들에게 애기취급을 받았던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3월 ‘마을신문 완두콩’에 실린 세 할머니만 사는 먹방마을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먹방마을처럼 세 할머니만 사는 마을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어르신들마저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도 살지 않아 버려진 마을도 생겨날 것이다. 이곳에 와서 조금 실감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3년 전에 만났던 일본 지역재생을 연구하던 분 말이 일본에서는 ‘어떻게 마을을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10년 안에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이런 고민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면 그것보다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논과 밭, 집, 문화재들이 황폐해지고 동네 역사와 무수한 이야기들이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유형의 자원들에 비해 동네의 역사와 정체성을 설명해 줄 기록되지 않은 기억들은 하찮게 여겨지기 쉽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기억 속에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들이야 말로 마을 역사의 보고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명을 잃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우리 할머니는 90세를 바라보고 계시는데 할머니 기억 속에는 예전 동네의 모습과 과거의 수많은 사건들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었다. 지금은 토목공사로 사라진 산과 간장공장이 들어서 실개천이 돼버렸지만 맑고 수량도 많았던 강의 모습이며, 해방전 일본말 잘한다고 칭찬들었던 이야기, 한국전쟁때 눈앞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던 이야기까지 동네의 풍경부터 근대사와 얽힌 이야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중간에 통역을 해야할 정도로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들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는 마을의 역사를 찾는 과정 일 뿐 아니라 이전 세대를 이해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우리가 터한 이곳의 뿌리를 찾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커뮤니티 맵핑’이라고 GIS를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예전 마을 지도를 다시 그려보는 수업을 진행했던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면 어르신들의 생애를 구술로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마을이 사라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40년 동안 향토사를 연구한 제주도의 한 어르신의 한탄섞인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내가 조금 만 더 일찍 이 일을 시작했더라면….”  

 

/이영미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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