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판타스틱 데뷔작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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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시련이나 고통을 즐기는 취향은 아니지만 시련은 언젠가는 지나가는 것이고 그것들이 지나가는 동안 되도록 재미있는 생각을 하면 된다.
청소년들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한다만 천편일륜적인 이야기들 때문에 어느 청소년 영화제 심사위원은 ‘옥상’이나 ‘바다’가 나오는 영화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요즘 어린이 영화제작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주제의 영화를 찍고 싶냐고 물으면 공통되는 몇 가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키워드로 정리를 해보면
‘학교폭력, 왕따, 막장드라마, 아이돌, 연애, 똥, 방구’.
아. 어둡고 칙칙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는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문제이다. 뭐든지 넘쳐나는 세상에 아이들은 자극적인 것들에 빨리 반응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또 다른 것들을 찾는다. 어둡고 칙칙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무조건 밝고 착한 이야기만을 끌어 낼 수는 없다.
얼마 전 완주의 한 초등학교 영화동아리 아이들이랑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그 친구들 역시 요즘 아이들의 공통되는 키워드를 외쳐댔다. 융합의 시대인데 이 모든 주제를 섞어버리자고 바람을 잡았고 그래서 순식간에 시놉시스 하나가 완성됐다. 이름 하여 ‘좀비사용설명서!’
학교에 숨어 지내는 좀비소녀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왕따 소년의 연애 이야기다.
숨어 지내야만 하는 좀비소녀가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지켜보다가 결국은 도와주게 되고 우정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와중에 똥과 방구도 등장할 예정이다.
정신없이 아이디어를 외쳐대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줄거리와 인물간의 관계, 전체적인 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래놓고는 “이걸 어떻게 영화로 찍어요!” 그런다.
애들아, 너희들 막장드라마 좋아 하잖아. 막장드라마가 별거니, 욕먹어도 계속 끌고 가는 용감함이다. 되도록 관객들에게 욕먹을 영화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용감하게 찍으면 된다. 너희들의 판타스틱한 데뷔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