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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직매장의 행복한 미소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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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숲] 로컬푸드 직매장의 행복한 미소

 

지난 설 연휴에 용진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갔다가 서울의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났다.

알고 보니 그 선배는 전주가 고향이었고 설을 맞아 부모님 집으로 가는 길에 일부러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러 장을 보는 것이라 했다. 그 선배는 두세 달 전 즈음 로컬푸드 직매장에 견학을 왔었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물건을 사는  그의 얼굴에는 내내 흐뭇하고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실제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미소를 목격하곤 한다.


예전에 마을만들기 사업을 담당하는 경기도의 한 공무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 공무원은 관내의 마을 한 곳을 제대로 홍보하고 싶다면서 마케팅과 홈페이지 운영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해왔다. 마을 상황에 대해 그와 대화를 나누던 중, 오래된 은행나무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 은행나무의 수령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족히 400년은 넘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은행 열매를 판 돈으로 장학금으로 조성해 마을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으며, 마을 길을 확장할 때는 잘려 나갈 위기에 처했으나 은행나무 살리기에 나선 마을 노인들의 반대로 살아남았다고 했다. 은행 열매의 쓰임새가 궁금해진 나는 “지금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팔아 해마다 약 200만원의 마을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마을사업을 시작하고 홈페이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그 공무원의 답변이었다. 그때 나는 은행나무의 진정한 가치를 살려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은행 열매를 팔아 손에 쥔 200만원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마을을 잘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이야기하였다.
‘은행을 그냥 은행으로만 팔지 마세요. 은행나무가 아이들의 장학금이 되고 마을을 지켜주었듯이 이제는 그 은행나무를 지켜줄,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 마을을 지켜줄 도시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은행나무를 지키기 위한 도시의 후원자들을 만들어보세요. 후원금을 낸 도시민들에게 가을마다 은행을 보내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올린 수입은 똑같은 200만원이라 해도 그 가치는 전혀 다릅니다’


내가 사는 고산면에서 전주 호성동 대형마트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나는 잘 가지 않는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긴 이후에는 농산물은 절대 대형마트에서 구입하지 않는다. 누가 생산한지도 모르겠고 농산물에 대해 무언가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을 찾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거기서 농산물을 구입했다고 해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마치 시간은 없고 배가 고파 할 수 없이 먹는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애써서 번 돈을 즐겁게 써야 할 텐데 전혀 즐겁지 않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렀던 선배의 흐뭇하고 행복한 미소의 이유는 분명하다. 마을 만들기를 단순히 마을의 소득을 올리는 사업으로 으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을 만들기는 마을의 자원을 그냥 돈으로 맞바꾸는 사업이 아니다. 마을 만들기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마을주민의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사업이다.
그렇게 할 때 마을주민뿐 아니라 마을을 찾아오는, 마을의 농산물을 구매하는 도시민에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 또한 우리센터가 완주군의 마을회사, 커뮤니티비즈니스 등의 공동체사업에 있어 매출액, 소득과 같은 화폐적 지표가 아니라 다면적 지표를 통해 마을사업의 성과를 분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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