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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와 마을만들어주기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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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숲] 마을만들기와 마을만들어주기

 

완주군의 마을만들기를 지원하는 우리 센터에는 모두 열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작년까지 시니어클럽 할머니들의 정성스런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할머니들이 뷔페식당을 창업하고 도시락 사업을 접는 바람에 지난 몇 달 동안 인근 식당을 전전해야 했다. 협동조합이 별거 있을까! 우리 센터 직원들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출자금으로 장비와 그릇을 사고 두 주에 한번 돌아오는 식사당번을 정해 우선 한 달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봤다. 매일 힐링의 밥상이 차려진다. 자신의 요리솜씨에 스스로 감탄, 집에서 만든 반찬을 기부해서 감동, 밥을 해먹다고 마을 할머니가 가져단 준 물김치에 눈물 !!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90년대 후반 일본의 마찌즈구리(町作り)를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을로 번역한 마찌(町)는 우리의 마을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읍 정도의 규모이고 마찌의 장은 주민투표로 선출한다. 마찌의 주민들은 지역을 조사하고 공부하면서 삼삼오오 모여 지역에 필요한 일을 다양하게 펼친다. 슬로푸드레스토랑이 만들어지고 읍내 간판이 이쁘게 변하기도 하고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규모와 주민자치의 경험이 다른 곳에서 가능했던 일을 우리 마을에 적용했다. 그래서 곳곳에서 마을만들기가 아니라 마을만들어주기가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 마을에 가면 ‘이런 저런 일을 하세요.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하나 밖에 없는 마을이 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그런 말 대신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할머니 ! 이 장아찌 정말 맛있어요, 제가 먹게 더 많이 만들어주세요’ 이 순간 나는 마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마을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농촌이라 그런지 읍내 학교 주변에 간식을 파는 가게가 없다. 그래서 간식도 팔고 저녁에는 막걸리도 한잔 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나는 학부형들과 소모임을 하고 있다. 출산 후 육아문제가 걱정인 우리 센터의 직원들은 공동육아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농촌이라 짝을 찾지 못한 직원들은 반스(반쪽을 찾아가는 버스의 준말)를 만들어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고 있다. 우리 센터가 마을을 만들어주는 센터가 아니라 스스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농촌에서의 우리의 생활을 지탱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을만들기는 생활이다. 생활이 될 때 만들어주기가 아니라 진정한 만들기가 된다. 이제 완주의 마을 지도자는 마을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공동체사업의 지도자가 자기 사업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생활의 모든 것이 마을에서, 공동체사업장에서 다 해결되지 않지 않은가. 마을에서 읍면으로, 사업장에서 지역으로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마을만들기에, 새로운 사업과 일에 도전해야 한다. 물론 다시 지지고 볶고 싸우고 눈물 흘리는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맙게도 힐링이다.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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