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을 짓고 싶어요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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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집짓는다고 남의 집 구경도 다녀보고 건축사와 설계도도 그려보고 한참 달콤한 꿈을 꿨다. 그런데 막상 집을 지으려고 보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비싸게 지으려고 하니 비싸지?”라고 주변 어르신들이 “그냥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 업체 맡기지 말고 직영해서 손수지어” 등등 조언을 하신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다보면 “정말 그런가?” 싶다가도 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집을 지으려면 단열효과가 없는 샌드위치 판넬이나 비전문가인 내가 직영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꺼림직하다.
이곳에 와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난방문제다. 겨울철 난방연료는 기름 이거나 화목이다. 이곳은 도시가스 같은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둘 중에 하나를 취사선택한다. 그런데 둘 다 만만치 않다. 지난 달 우리 동네 20평정도 규모에 사는 한 가족의 기름값이 6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주변이 산이니 뗄감을 구하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아무 곳에서나 나무를 가져올 수 없고 뗄감용의 잘 마른 나무를 준비하는 것도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드는 일이다. 그리고 꽤 비싸다. 게다가 화목난로나 팰릿의 효율이 떨어져 많은 나무를 태우게 되니 한 달 기름값과 비슷하다며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집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단열”이다. 사실 남향에 단열이 잘 된 집이 아니면 아무리 기동찬 보일러를 들여놓는다 해도 말짱 도루묵이다. 벽과 지붕의 단열재와 창호만이라도 좋은 것을 쓰자고 맘먹고 알아보니 이 두 가지가 제일 비싸다. 최근 뜨고 있는 “패시브하우스”는 일반인의 작은 집에는 엄두도 못 낼 비용이다. 단열효과는 비용과 비례한다. 이러니 결국 싸게 짓고 난방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국가차원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외치고 있지만 특히 농촌지역의 낡고 오래된 집들은 절약하고 절약해도 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효율 난방기 보급도 필요하다. 농촌에서 개별적으로 난방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에너지원과 그에 맞는 난방기도 보급해야 한다. 요즘 화목난로 판매 홍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화목난로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한 때 팰릿 보일러도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효율성이나 기능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효율이 낮아 결국 다시 기름보일러를 쓰거나, 나무를 많이 구하느라 고생스럽기만 하다. 효율이 낮은 난로는 결국 삼림의 훼손을 낳게 되니 무턱대고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이나 투자를 통해 검증된 대안 난방기구들을 개발해야 한다.
집을 짓는 다는 꿈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오니 여러 가지 고민이 든다. 물론 서울에 살았더라면 아마도 지금 전세 값을 올려줄 우울한 고민을 하고 있을테니 그 보다는 백배 낫다. 하지만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집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는 것이 ‘돈을 더 투자하던가?’ 아니면 ‘포기하던가?’라는 답답한 두 가지 선택지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