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농촌의 빈집과 노는 땅, 진짜 주인은 누구? 2013-01-22

  •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완주댁의 시골살이 2]농촌의 빈 집과 노는 땅, 진짜 주인은 누구?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과 고령화로 인해 농촌의 빈집이 늘고 있다. 그런데도 농촌에 ‘빈집’이 없다. 농지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역시도 아니다. 땅값이 비싸다.

‘빈집이 없다’는 것을 정확히 말하면 팔지 않거나 주인이 누군지 몰라 버려진 채 있는 집들이다. 주인을 찾느라 사방팔방 수소문을 하거나 마음을 사기위해 애를 써야 하고, 오랫동안 버려진 집은 비용을 들여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 여력이 없는 귀농귀촌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땅값이 비싼’ 것은 이미 완주지역에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선정된 한 마을 주민의 말씀이 “고령화로 인해 마을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외부사람들이 유입되면 좋을 텐데, 인근 도시민의 주말 별장동네가 되면서 평당 50만원이 넘게 땅값이 올랐다”며 씁쓸해 하셨다. 고산면은 대안적인 교육으로 유명한 삼우초등학교를 따라 학부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진시골도 마찬가지다. 운주나 화산도 인근도시의 생활권으로 수요가 늘면서 땅값이 올랐다고 한다.

 

팔지 않는 빈집들은 조상의 터라는 생각 때문에 거래가 되지않거나 또 한편은 땅을 투자의 대상으로 놓고 높은 가격을 받으려다보니 적절한 주인을 만나지 못한다. 우리들이 가진 땅에 대한 이런 생각이 시골에 터 잡고 싶어하는 외부 사람들에게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출향민들의 귀향비율이 낮아지면서 빈 땅들은 투자의 대상으로 돌변한다. 출향민들이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고향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지역과 마을을 위한 선택이란 것은 결국 개인의 이익에 양보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땅을 소유하고 있는 지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많은 농촌의 땅은 대대로 일구어 온 어르신들의 피땀어린 농지와 농가가 아니라 순식간에 ‘매물’로 바뀌게 된다. ‘매물’이 되는 순간 땅은 ‘투자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만이 제일의 가치가 된다. 농촌의 땅문제를 경제논리에만 맡겨두게 되면 투자가치가 없는 곳은 황폐화되거나 투자가치가 있는 곳은 고가의 전원주택 단지나 무차별적인 개발용지로 전락되지 않을까?

 

지역의 땅이 지역에서 농사짓고 사는, 지역에 정착하려는 사람에게 제대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진짜 주인이 되어야 한다. 농어촌공사에서 하고 있는 “농지은행”은 참 좋은 생각이다. 특히 비농업인 농지를 농민이 소유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농지수탁매도사업’이나 땅주인이 고령 등의 사유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경우 농지은행에 위탁해 전업농에게 빌려주는 ‘농지임대수탁사업’ 같은 사례의 경우 그렇다. 최근 기사를 보니 한국농어촌공사는 신규 창업농이나 귀농인 등 젊은 농업인에게 농지를 지원해주는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의 내년도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한다.

 

허나 이 역시도 경제논리로 접근해 농지수탁매도사업은 거의 실적이 없고, 농지임대수탁사업은 수요는 많으나 이를 악용해 비경작자들이 소유는 본인이 하면서도 임대를 통해 처분대상이 되지 않는 합법적인 농지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또다시 경제논리로 빠지지 않도록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도 함께 바뀔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지역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영미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팀장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나는 지금도 완주에 뿌리내리는 중
다음글
시골 할머니의 김장은 기도와 같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