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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짝마다 감 열리는 산천마을2013-11-11

골짝마다 감 열리는 산천마을

 

완주 동상면 산천마을 주민들이 마당에 둘러 앉아 감을 깎아 꿰고 있다.
 
 
 
골짝 골짝 감나무…밥숟갈만 떼면 깎고 말리고
 
곶감철엔 객지 친인척 일손 총출동
감따느라 한달동안 산속 생활하기도
 
 
산과 들은 어느새 겨울채비를 서두르는 듯 붉은 빛깔로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고 있다. 올핸 더욱 빛깔이 곱다. 적절한 수분과 날씨 덕인 듯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계절만 되면 유독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한다는 곶감이다. 산이 많은 완주는 곶감으로 유명한데 동상, 운주, 경천 등이 그 주요생산지다. 특히 동상은 씨 없는 곶감으로 잘 알려진 고종시의 고장이다. 시월의 끝자락, 곶감생산에 눈코 뜰 새 없는 동상면 대아리 산천(山川)마을을 찾았다.
 
고산에서 대아리 732번 지방도를 따라 대아저수지를 끼고 구불구불 산길로 들어서자 깊은 물에 비친 형형색색의 산 빛이 나그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5분 정도 더 달리자 대아댐 수위높이기 공사로 새롭게 만들어진 높고 긴 교량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통과하지 않고 곧장 가면 대아수목원이다. 대아삼거리에서 대아수목원 쪽으로 1km 남짓 더 가면 산천마을이다. 쉽게 말해 대아수목원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은 대아댐 수위높이기 공사지구에 포함돼 다소 어수선했다. 그래도 곶감마을답게 마을입구 담장 없는 집 마당에서는 어르신 몇이 감을 깎아 꿰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자 낯선 이의 등장에 잠깐 관심을 보이는가싶더니 이내 다시 감을 깎고 꿰는데 열중했다.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한 할머니는 “아이구 사진만 찍어 가면 뭐 하노. 어수선 한데. 우리 집은 수없이 나왔어”라며 손 사레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입구인데다 담장마저 없으니 그동안 곶감철만 되면 카메라에 수없이 노출됐겠다 싶었다.
 
이 집은 곶감 깎는 걸 돕기 위해 인천에서 처남부부가 내려왔다고 했다. 워낙 분주한 모습에 말을 붙이기도 조심스럽고 미안해 사진 몇 장 찍고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뚝 높이기 공사로 마을이 어수선해요. 내년이면 여기 집들도 더 높아질 겁니다.” 안내를 자처한 동상곶감작목반장 강춘길(54)씨가 중장비기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업지구에 포함된 10여 가구의 집들은 1m 60cm가량 성토를 한 뒤 다시 지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이면 산천마을의 풍경이 일부 달라질 운명인 것이다.
 
산천마을은 은천마을과 함께 대아리에서 곶감을 가장 많이 하는 마을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만나면 인사가 “감 다 땄느냐. 다 깎았느냐”는 식이다. 강씨를 따라 집으로 들어서니 그네집도 역시나 그의 어머니와 익산에서 온 누이, 그리고 누이 친구까지 가세해 곶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씨네는 감탈피기(감 껍질 벗기는 기계)를 이용해 감을 깎았다. 감을 놓으면 기계가 회전하면서 껍질을 고르게 벗겨냈다. 벗겨진 감은 또 다른 손에 의해 플라스틱 고리에 50개씩 매달려 자연건조 되거나 건조장에 들어가게 된다.
 
강씨는 “작업이 순조롭다”고 했다. 힘들다는 감 따는 일을 끝냈기 때문이다. 그를 따라 고난도의 감따기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을 가보기로 하고 작은 트럭에 몸을 실었다.
 
수목원 정문을 지나 구불구불 산길로 한참을 올라갔다. 수목원은 평소 차량이 통행할 수 없지만 곶감농가들에겐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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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감은 99%가 산에 있어요. 골짝마다 감나무 없는 곳이 없죠.” 감나무를 심은 땅은 대부분 도유지인데 농가들은 감나무 수에 따라 임대료를 낸다고 했다. “감나무는 자생이 없어요. 누가 언제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전부다 고욤나무에 접을 부친 것이죠. 굉장히 오래된 감나무들로 심지어 100년 된 나무도 있어요.” 트럭을 운전하면서도 강씨는 동상곶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산 중턱까지 나있는 산책로를 올라가자 작은 트럭위 상자에 방금 딴 누런 감이 담겨 있었다. “이 동네가 제일 힘들어요. 다른 데는 길 내서 포크레인으로 따거든요. 여기는 수목원 때문에 길을 건들도 못하게 해요.” 차에서 내려 비좁은 산길을 다시 올라가자 감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나무들에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강씨는 “앞 번호는 농가를 표시하는 것이고 뒤 번호는 산림환경연구원이 부여한 농가의 감나무 고유번호”라고 설명했다. 고유번호는 임대료의 기초자료가 된다.
 
얼마쯤 걸어가자 한 사내가 감나무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장대질(대나무 막대기로 만든 감 따는 도구)을 하고 있었다. 그 밑으로 한 사내가 감을 받아 트럭이 있는 곳까지 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윗사람은 산천마을 하헌모(54)씨고 아랫사람은 일손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온 이종사촌 박수배(50)씨였다. 하씨는 “한 달째 산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며 “이 시기는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감을 서둘러 따지 않으면 물러져 홍시가 되는데 그러면 곶감으로서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 수확해서 저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10월 들어서면 감을 따기 시작하는 데 이 시기엔 정신없이 바쁘다. 마을사람들은 “없는 사람도 사와야 할 판”이라고 했다. 사람을 사면 하루 15만 원은 줘야하는데 그것도 아무나 못쓴다. 나무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딴 감은 저온저장고에 보관했다가 11월에 깎는다.
 
곶감농사는 산천마을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해서 이맘때면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일손을 거들기 위해 달려온다. 때문인지 돌아오는 길에 들린 마을식당엔 사람들로 넘쳐났다. 물론 개중엔 공사장 인부들도 있을 터이다.
 
한편, 산천마을에는 토박이들로 곶감농사를 짓는 35가구와 별장개념으로 주말이만 마을을 찾는 주민과 팬션운영자 25가구 등 모두 60여가구가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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