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직원이 완제품 검수 일도 척척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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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 김 가공 희망발전소 2호점
조미김 생산라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선생님! 포장지 하나가 이상한데요?” “잡아.” 중증 지적장애인 추영일(26·고산면)씨가 급하게 소리치자 관리교사가 제빨리 라인을 멈추라고 지시했다. 영일씨가 급히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김을 운반하던 라인이 멈춰 섰다.
영일씨가 포장불량 김을 빼내고 기계를 점검한 뒤 버튼을 누르자 생산라인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영일씨는 작년 4월 희망발전소 2호점 문을 열 때부터 함께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영일씨는 “전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생활이 지루했었는데 이젠 일을 할 수 있어 생활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영일씨는 작업능력이 좋아 김 가공 라인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정을 맡고 있다. 완제품을 검수하는 자리로 불량여부를 확인하는 아주 중책이다. 그는 “월급을 저축하고 있는데 돈 모아서 좋아하는 것도 사고 부모님께 맛있는 것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중증 지적장애인 한옥란(30·운주면)씨는 김 위에 습기제거제를 얹는 일을 맡고 있다. 지체장애도 조금 있지만 한씨는 습기제거제를 얹는 일 외에 김의 개수를 세는 일도 거들고 있다. 감당할 만큼의 운동량을 늘려 신체기능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작업장 측의 생각이다. 옥란씨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며 “남자친구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희망발전소 2호점은 장애인직업훈련을 겸하는 보호작업장으로 조미김을 생산하며 임가공으로 오쿠손잡이 조립, 볼펜 조립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지적장애인 15명과 비장애인 3명 등 모두 18명이 일하고 있다. 이제 막 자리를 잡기시작한 희망발전소 2호점은 앞으로 자반 김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농업기술센터 2013년 로컬푸드 가공품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돼 상품을 고급화하고 자반 김도 생산할 계획인데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 도움 받고자 여기저기에 사업 계획서를 넣고 있다.
조병길 원장은 “장애인 근로자들의 교육훈련을 위해 여러 공정을 갖췄다”며 “이곳에서 일하고 배우고 어울리며 직무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발전소 2호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농촌지역인 고산에 있다 보니 일할 만한 장애인 근로자를 모집하는데 힘들다. 농촌에서 날품팔이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오지 않으려 하고 적응 못해 가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점심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봉동 장애인복지관에서 매일 반찬을 가져와 식사를 해결하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조병길 원장은 “작업환경도 아직은 열악하다. 작업장 바로 앞이 도로라서 위험하고 운동 공간도 없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재활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작업장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초소금과 청정완주 들기름으로 구운 함초재래김은 25g 한 봉(6장)씩 단위로 1200원에 판매된다.
현재 전주 효자동 로컬푸드 직매장을 비롯해 송천동 서로좋은가게, 고산 하나로마트 웰컴센터에 납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