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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어부들2013-04-17

육지의 어부들

 

육지의 어부 김정권씨가 경천저수지에서 그물을 거둬 올리고 있다.
 
완주에도 어부가 있다. 만경강을 중심으로 40여 명의 어부들이 어로활동 중이다. 하천, 댐, 호수, 저수지 등 내수면에서 어업 또는 채포행위를 하려면 군으로부터 내수면어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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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경천저수지에서 김정권씨가 전날 놓은 그물을 거둬 올리고 있다.
 
농사철엔 그물보다 밭으로…‘반어반농’조금 부족해도 행복
 
4월의 첫날. 갯가의 버들강아지 잎사귀들이 고개를 내미는 걸 보면 계절의 시계는 어느새 봄의 한 가운데에 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어부에게는 아직도 이른 봄이었다. 새벽 6시40분. 동이 트자 육지의 어부 김종권(55·완주군 화산면)씨가 작은 FRP선박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김씨가 선수(船首)를 저수지로 향한 뒤 엔진을 당기자 배는 ‘윙~’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물위를 미끄러져갔다. 고요한 아침 파문을 일으키며 저수지의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차디찬 공기가 더해져 손과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차가왔다. 10여 분을 내달려 도착한 곳은 저수지 반대편 수초지대. 김씨는 엔진을 끄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물을 건져 올렸다. 몇 번의 손놀림으로 그물을 당겨 올리자 크나 큰 붕어 한 마리가 따라 올라왔다.

“아따~ 큰 놈이다.” 김씨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붕어를 반겼다. 또 다시 그물을 잡아당기자 이번엔 처음보다 더 큰 붕어가 파다닥 거리며 몸살을 쳤다. 10여 분 정도 그물을 거둬 올리자 어른 손바닥만 한 붕어 20여 마리가 김씨의 작은 배를 채웠다.
김씨는 이날 작업을 위해 전 날 오후 10여m 그물 다섯 개를 쳐놓았다. 그는 “어획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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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경천저수지에 그물을 놓아 고기를 잡는 육지의 어부다. 잡은 붕어는 직접 팔거나 붕어즙을 내는 건강원 등에서 사간다. 김씨는 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집에서 ‘옥포민물’이라는 간판을 걸고 잡은 물고기를 팔고 있다. 붕어는 kg당 만원 정도 받는다. 그러나 김씨는 요즘은 그물을 자주 놓지 않는다.

“돈벌이가 별로 안돼요. 게다가 그물 치고 나면 그물 사리(뒷정리)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도 그물 치는 게 쉽지 않아요.”
민물고기값이 많이 올랐지만 그만큼 어획량이 줄었다. 해서 시간 날 때 짬짬이 놓고 있는데 주로 주문이 들어오면 전날에 그물을 쳐 다음날 새벽에 걷어 올린다. 순수하게 고기만 잡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김씨는 요새 농사준비로 더 바쁘다. 그는 고추농사도 하고 소도 몇 마리 키우고 있다.

김씨는 화산면 운제리에서 나고 자랐다. 20대 중반에 잠시 서울생활을 했지만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내려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한 뒤 지금까지 ‘반어반농’의 생활을 해오고 있다.
김씨는 초기에 나룻배를 저어 고기를 잡았는데 하룻밤 새 80~100㎏을 거뜬히 잡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외래어종인 배스 때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여기 저수지는 10여 년 전만 해도 배스가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늘었어요. 지금은 토종 물고기의 씨가 거의 말랐죠.”
토종어의 씨를 말리는 배스를 없애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저수지 물을 빼서 배스를 없앤다고 해도 금방 다시 들어 와요. 차라리 정부에서 낚시점을 적극 지원해 낚시점 운영자와 시민들을 배스퇴치에 동참하게 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 같아요.”

경천저수지에서 고기잡이가 가능한 것은 외래어종인 배스를 퇴치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면허를 내줬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서 4~5명의 어부가 김씨처럼 그물을 놓아 고기를 잡고 있다. 붕어와 메기, 잉어 등이 나오는 데 특히 겨울에 어획량이 좋다.

민물고기는 물의 맑기 정도에 따라 고기 맛이 다르다고 한다. 맑은 물에서 자란 것이 훨씬 더 맛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문가라 한 입만 먹어봐도 금방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국내산 민물고기를 쓰는 곳은 드물어요. 그만큼 토종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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