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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생먹거리 새우맛 메뚜기, 닭고기 맛 개구리 2013-01-23

추억의 야생먹거리 새우맛 메뚜기, 닭고기 맛 개구리

 

어머 징그러. 할머니 저쪽.” 아이쿠, 옛날엔 금방 잡았는데, 나이 먹응게 메뚜기도 우습게 보는 갑다.”
지난 6일 눈부시게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완주 구이면 원항가마을 이순자(74)씨와 손주 임수정(10․경기 군포)양, 이유석(11․경기 부천)군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메뚜기를 잡았다. 한 쪽으론 모악산 정상이 훤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선 구이저수지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원항가마을이다. 메뚜기는 완주 와일드푸드축제에 내놓을 것들이다. 

원항가마을 이장 임병목씨는 작년 제1회 완주 와일드푸드 품평회에 메뚜기튀김을 내놓았다. 이놈들은 그가 그 전 해 가을 군대 간 아들에게 먹이려고 조금씩 잡아두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먹일 기회를 놓쳐 냉장고만 차지하고 있던 놈들인데 음식품평회 때문에 생각난 것이다. “공무원들이 깜짝 놀랐어요. 와일드푸드축제 때 쓰고 싶었는데 어디가 찾아야할지 막막했다는 거예요. 진짜 많이 있냐고 물어 우리 논에 겁나다고 했더니 수시로 와서 보고 관리하더군요.”

원항가마을은 작년 축제에 개구리와 2만여 마리의 메뚜기를 투입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 나이에 어린 시절 개구리뒷다리나 메뚜기튀김 한 번 안 먹어본 사람이 어딨겠어요. 놀러나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죠. 그래서인지 특히 어른들에게 인기가 좋았어요.” 어른들은 추억에 젖었고 아이들은 호기심에 젖었다.
 
당시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방문했던 임선미(37․전주 평화동)씨는 “수많은 음식이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축제를 와일드하게 만든 건 역시 개구리와 메뚜기튀김이었다”고 말했다. 둘 다 기름에 튀겼는데 특히 메뚜기는 버들강아지에 다섯 마리씩 꿰서 팔았다. 메뚜기는 고소한 게 새우볶음 맛이 난다. 개구리는 닭고기 맛이 나는데 닭튀김은 저리가라 할 만큼 쫄깃하면서 담백하다. “완주군에서 운영한 메뚜기 체험장에선 철사에 꿰어 불에 구웠는데 우리 마을은 버들강아지를 이용했어요.” 인기가 너무 좋았던 탓일까 메뚜기를 꿸 버들강아지가 부족했다. 때문에 구이면장까지 나서서 온 들판을 뒤지고 다니는 즐거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원항가마을은 이번 축제에서도 개구리와 메뚜기 튀김을 선보인다. 마을주민 6명도 참여한다. 작년에는 준비가 부족해 당시 이장과 임씨만 참여했었다. 그는 “그게 못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모두 마을기금으로 적립한다. 개구리나 메뚜기가 워낙 비싸 많은 돈이 벌릴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이번 축제에서 튀김을 담당할 태양님(57)씨는 “돈 보단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 행사를 치른다는데 의미를 두자고 했다”고 말했다. 판매담당 양순이(65)씨는 “작년엔 추억의 도시락 코너에서 일했다”며 “올해도 그곳으로 가려다 마을에서 한다해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단합보다 큰 이윤은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대신 손해를 볼 수는 없어 마을특산품도 전시해 팔 계획이다.

메뚜기는 6월 초순경에서 벼 추수 때까지 성장하다가 논두렁 땅속에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 알은 이듬해 봄 다시 부하해 보통 마리당 800~1,300마리의 알을 낳는다. 농촌에서 유년을 보낸 40~50대 이상에게 메뚜기는 유용한 간식거리였다. 원항가마을 주민들도 “어렸으 땐 지천으로 깔려 참 많이도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임병목씨가 방금 잡은 메뚜기를 기름에 튀겨 내왔다. 바삭바삭한 게 역시 고소했다. “먼저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찾았습니다. 그러면 따라온 아이들도 호기심을 가졌죠.” 임씨가 작년 축제에 대해 얘기했다. “아이들은 처음에 질색했어요. 징그러웠나 봐요.” 임씨는 끝까지 설득해 맛을 보게 했다. 먹어 봐야 맛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맛을 본 아이들은 금세 좋아했다. “신기해하면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런 게 산교육이구나 싶어 뿌듯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올 축제장에서도 메뚜기를 찾을 것이다. 음식문화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꾸 맛을 들여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안가 그 맛은 끊기고 말 겁니다.” 임씨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민물고기 요리를 예로 들어 말했다.

구이면 항가리 원항가마을엔 39가구 78명의 주민이 산다. 주민들은 지난 7일 마을경로당에 모여 축제 예행연습을 가졌다. 축제 때 선보일 음식을 미리 만들어보는 자리였다. 주민들은 이날 만든 개구리․메뚜기 튀김과 우렁이 회무침 등으로 어르신들을 대접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기왕 만드는 음식이니 어르신들을 초대하자 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자리였다. 임병목씨는 “올 해 이런저런 행사를 통해 주민 간 결속이 더 돈독해 졌다”며 “삼복 땐 청년회와 부녀회, 노인회가 돌아가면서 잔치를 열어 친목을 다졌다”고 말했다. 축제나 행사가 주민단합의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임병목씨는 1990년도에 마을에 들어와 가물치 양식을 했다. 몇 년 전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돼 양식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개구리양식을 시작했다. 허가를 얻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400여 평의 비탈진 논에 습지를 만들었다. 개구리양식은 쉽지 않았다. 평상시엔 괜찮은데 비만 오면 산으로 가려했다. 그러다가 한 쪽으로 몰려 압사했다.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 메뚜기는 개구리를 키우면서 얻은 부수적인 산물이다.

임씨는 “많은 아이들이 마을부스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구리 뒷다리와 메뚜기를 들고 풀방구리마냥 축제장을 누빌 아이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고도 했다. “그건 정말 행복한 풍경일 겁니다.” 어른들은 그 속에서 유년시절의 자신을 볼 것이다.

●메뚜기 튀김
잡은 메뚜기를 그물망(양파망)에 넣고 하루 정도 기다린다. 그럼 뱃속의 배설물이 대부분 배출될 것이다. 그 다음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이렇게 하면 뱃속의 이물과 외피의 이물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고 멸균된다. 다리와 날개를 굳이 떼어내지 않아도 되지만 깔끔하게 먹고자 하는 사람은 떼어낸다. 이후 물기를 제거한 뒤 들기름이나 식용유로 멸치 볶듯 볶으면 된다. 굵은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한다. 적당히 식혀 먹으면 더욱 바삭하다. 너무 많으면 끓는 물에 데쳐 잘 말린 뒤 냉동 보관했다 겨울철에 술안주나 간식으로 먹는다.
 
●개구리 탕
개구리 하면 대개 튀김이나 구이를 떠올리지만 겨울개구리 탕은 그야말로 별미다. 축구선수 박지성하면 떠오르는 요리이기도 하다. 한약을 넣어 먹는 등 지역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지만 임병목씨가 추천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개구리를 소금물에 넣어 대충 씻는다. 그 다음 솥에 넣고 묵은 김치와 같이 푹 삶는다. 대파나 마늘 등을 넣어 맛을 낸다. 통째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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