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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공연장 차 스피커가 반주기 2013-03-18

골목이 공연장 차 스피커가 반주기

 

3월 4일 완주군 용진면 신봉마을 경로회관 앞에서 '서당골 민요동아리'가 국악인 유현순씨의 장단에 맞춰 흥겨운 민요가락을 뽑아내고 있다.
 
용진 신봉마을 서당골 민요동아리
 
시골마을 골목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백발성성 할머니들이 흥겨운 민요가락을 뽑아냈다. 한복자락이 봄바람에 나풀댔다. 흥겨운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할머니들이 깜찍한 몸동작의 발림을 선보이자 관객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경칩을 하루 앞둔 3월 4일 오후 4시 완주군 용진면 신봉마을 경로회관 앞에서 펼쳐진 ‘서당골 민요동아리’의 거리공연은 멀리 강화도에서 선진지 견학차 온 주민들을 환영하는 무대였다. 공연은 소박했다. 경로당 앞 골목이 공연장이었고 차량스피커가 음향장치를 대신했다. 주민들은 방문객들에게 생강차를 대접했다.

2012년 5월 1일 창단한 서당골 민요동아리는 짧은 연륜에도 어느새 지역사회의 유명세를 타 마을 방문객을 상대로 하는 공연은 물론 외부공연까지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초대공연 횟수만 열두 번에 달한다.
옛 이름이 서당골인 신봉마을은 모두 43가구가 사는데 이중 22가구가 귀촌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전주 등 인근 도시에 직장을 두고 출퇴근하기 때문에 서로 친해질 기회가 적었다. 오고가는 길에 마주쳐도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자리를 함께할 매개체가 필요했다. 마침 마을에는 5년 전 이사 온 국악인 유현순씨가 있었다. 그를 강사로 초빙, 민요동아리를 만들었다. 서로 얼굴이나 알고 지내자는 차원이었다.
이장 최종순씨는 “동네사람들하고 얼굴이라도 알고 살아야지 싶었다”며 “강사님이 마을에 사니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노래 부르고 놀자 그러다보니깐 다들 기뻐했다”고 말했다.

유현순씨는 “이장님께 그런 이유로 민요동아리를 만들고 싶다 연락이 왔다. 그 정도는 봉사할 수 있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정말 열심히 하셔서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알음알음 참여한 주민들이 벌써 15명이다.
유씨는 회원들에게 장구 장단과 발림노래, 추임새, 몸짓 등을 가르치고 있다. 대개 민요를 배우면 노래만 배우는데 부채를 이용한 발림까지 곁들여 흥을 더했다. 그는 “쉽지는 않았는데 이장님이 복습을 많이 해주고 언니들이 엄청 열심히 해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틈만 나면 노래를 불렀다. 밤낮없이 모이면 불렀고 바빠도 불렀다. 공연이 있을 때면 날마다 불렀다. “수시로 경로당에 나와 노래를 불렀어요. 바쁜 농사철도 예외는 아니었죠. 오죽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매미라고 까지 했겠어요.”
회원 김부순(75)씨는 “노래하라고 하는데 왜 안 좋겠냐”며 “민요를 부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다. 보면 얼굴이 다 환해졌다”고 말했다.
주로 남도민요를 불렀다. 남한산성, 진도아리랑, 태평가, 각시풀이 주요 레퍼토리다. 한 번 공연에 보통 3~4곡을 부르는데 마을공연 시 반주음악은 카오디오를 이용했다. 북장단에 맞춰 흥겨운 민요가락을 뽑아내면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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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강화도에서 선진지 견학을 온 주민들이 서당골 민요동아리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마을 사람들끼리 얼굴을 알고 지내게 된 것이다. 화합도 잘된다. 모두 민요가 불러온 변화다. 이장 최종순씨는 “그전에는 누가 누군지 몰랐는데 민요동아리를 하면서부터는 마을사람들을 확실히 알게 돼 제일 좋다는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매환자도 없고 우울증 환자도 없을 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최씨는 “연습장하고 공연장이 필요하다. 그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신봉마을은 올해 완주군 참살기좋은마을에 선정됐다. 민요동아리의 성과가 자연스레 마을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봉마을은 민요체험, 천연염색체험과 함께 수수를 재배해 가공식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앞서 신봉마을은 용진면 아이디어 창안대회를 통해 7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완주군 맛있는 마을 품평회에서는 시골밥상을 출품해 100만원의 시상금을 받기도 했다.

외지 체험객들을 신봉마을로 안내한 완주 마을통 임채군 단장은 “어찌보면 아무런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보이지만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큰 감동을 받는다. 아마도 꾸미지 않는 모습이 큰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장 최종순씨는 “마을주민들이 잘 먹고 잘 살면서 좋겠다”며 “그 과정까지 가려니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한 번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마을 주민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완주군 용진면 운곡리 서방산 아래 잡고 있고 있으며 예부터 서당골이라고 불린다.
최근엔 완주군청이 들어오면서 군청 방향으로 길이 뚫렸다.
이러다보니 가구수가 늘었다. 지금은 43가구중 22가구가 귀촌인들이다. 특히 이들중에는 교수 등 학자출신들이 많다.
주민들은 “마을 옛 이름이 서당골인데 학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걸 보면 옛날 이름이 틀리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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