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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마을에선 칡향기가 난다2013-01-23

그림같은 마을에선 칡향기가 난다

 

칡즙으로 비상하는 상관 내아마을
 
보이는 게 산과 하늘 밖에 없는 곳. 앞산 뒷산 위로 긴 막대기를 걸치면 빨래를 널 정도로 좁은 골짜기 마을.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내아마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아마을은 전주~남원 국도변 죽림온천 부근을 지나 오른쪽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전체 40여 가구 중 벼농사를 짓는 가구는 둘뿐일 정도로 농토가 적은 척박한 산골이다. 그런 내아마을 주민들이 요즘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부터 칡즙가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칡즙가공사업을 테마로 완주군 참살기좋은마을에 선정된 내아마을은 올해 마을공동체 가공장을 완공하고 식품가공허가도 받았다. 농토가 적어 대부분 외지로 돈벌이 나가던 주민들이 마을사업에 본격적으로 눈뜨기 시작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둔산축제 음식품평회 때인 것 같아요. 칡으로 만든 부침개와 조청을 가지고 나갔는데 정말 반응이 좋았어요.” 부녀회장 김춘자씨는 칡 조청이 마을사업의 동기를 부여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내아마을 주민들은 마을가꾸기에 관심이 많다. 주민들은 주변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칡을 활용한 부침개를 만들어 음식품평회에 내놓았고 이를 통해 완주군 맛있는 마을(2009)과 멋있는 마을가꾸기 사업(2010)에 선정됐다.

멋있는 마을가꾸기 사업에 선정된 내아마을은 문패달기와 벽화사업을 진행했다. 집집마다 원하는 택호를 정해 문패를 만들었다.
벽화는 10여 년 전 귀촌한 동양화가 윤명호씨가 맡았는데 재료는 마을에서 부담했고 전체적인 작업은 윤씨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독특한 문패와 벽화는 마을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장 김원경(64)씨는 “문패를 달고 벽화를 만드니 마을주민들 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의 반응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모두 주민 아이디어로 이뤄진 일이라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사고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2011년 주민들은 자연스레 마을소득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칡에 눈이 닿은 주민들은 칡즙 가공을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정하고 공동출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의지는 그해 참살기 좋은 마을 선정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주민들은 경로당 앞터에 칡즙 가공장을 짓고 최근엔 제도적으로 식품가공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얻는 등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공을 위한 물량확보였다. 칡 채취는 기계를 이용할 수 없어 순수한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 외지 품팔이가 주요 수입원이었던 마을사람들이었기에 일손을 거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가구당 한 명씩 나와서 공동으로 칡을 채취하거나 개별적으로 채취한 칡을 마을에서 수매하는 형식으로 물량을 확보해 나가는 것으로 해결했다.

주민들은 깨끗이 씻은 칡을 분쇄기에 넣어 분쇄한 뒤 햇빛에 말려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중탕기에 넣어 5시간 동안 끓인 뒤 바로 파우치에 넣어 판다.
파우치 하나의 가격은 800원 꼴로 50개 들이 한 박스가 4만원이다. 8월 출시한 칡즙으로 내아마을은 4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아마을 공동체사업 추진위원장 이종수(57)씨는 “수익금은 마을기금 적립 및 배당을 원칙으로 하지만 올해는 사업초기인 만큼 원료를 사는 데 모두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칡즙 가공장 일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주민 20여 명이 돌아가면서 일하기로 했다.

칡즙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칡을 원형 그대로 가공해 신선한 맛을 유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는 “칡즙 가공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자연 최고의 맛을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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