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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희망을 박음질 하다 2013-01-23

사회적 약자, 희망을 박음질 하다

 

2012년 10월 9일 비쥬어패럴 대표 양자원씨가 공장에서 원단을 점검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25살 사장님 양자원씨
 
새터민과 장애인, 이주여성들이 재봉틀을 돌려 꿈을 박음질하고 있다. 완주 봉동에 있는 의류제조업체 비쥬어패럴. 이곳 80평 남짓한 공장에서 이들은 미래를, 젊은 대표 양자원씨는 동반자적 관계를 꿈꾸고 있다.
스물다섯 꽃청춘 양자원씨는 두 달 전 봉제공장 하나를 인수했다. 공장은 시설과 직원을 갖춰놓고도 가동을 못하던 곳이다. “처음 아버지의 제안을 받고 망설였어요. 잘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죠. 머릿속 계산기를 굴려보니 할 수 있겠다 싶더군요. 알고 보니 전주완주가 섬유산업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물이 좋아 색이 잘 안 빠진 다나요.” 양씨가 보기에 지역 봉제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난이었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공장문을 닫고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다행히 완주에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공장과 함께 인력까지 인수하는 상황이라 이미 일할 사람은 준비가 끝난 상태이기도 했다.

양자원씨는 공장인수 후 장애인과 새터민 1명씩을 추가로 고용했다. 이원상(29·지체장애 3급)씨도 그중 한사람이다. 그는 본래 완주희망발전소 1호점에서 마스크 포장 일을 했다. “여기서 일한지는 한 달 정도가 됐어요. 아직 보조라 많은 일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봉 일도 배우고 싶어요.” 이씨는 월급타면 적금통장부터 만들 생각이다.

현재 직원은 이주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인데 대부분 사회적 약자다. “처음엔 직원들과 섞이는 게 어려웠어요. 경험이 없었고 무엇보다 어렸기 때문이죠.” 직원들과 거리를 좁히고자 옆에 앉아 같이 일했다. 오전엔 회사를 경영하고 오후엔 보조를 자청했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생겨났다. 손님들이 찾아와 다가가면 경리직원인줄 알고 다들 “사장님 좀 불러 달라”고 했다.
 
개업식 땐 사람들이 물심부름에 잔돈 심부름까지 시켜댔다. “식이 시작돼 제가 대표로 소개돼 올라가니 다들 깜짝 놀랐죠.” 얼마안가 거리감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국생활 6년차인 전 디 빅투이(26·베트남)는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언니들이 잘 해줘 즐겁다”고 말했다. 그녀는 “본래 손으로 만드는 일을 좋아해 재봉틀 일이 재미있다”며 “돈 벌면 아기 키우는데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양씨의 목표는 비쥬어패럴을 사회적 약자의 울타리로 키우는 것이다. “아직 초기고 여력이 없어 마음뿐이지만 꼭 그러고 싶어요. 아직 어려선지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크게 없거든요.” 양씨는 올 봄 대학을 졸업했는데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그녀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건너뛰었다.
 
“공부가 싫었고 시험이 싫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틀에 박힌 제도교육이 싫었을 것이다. 검정고시 패스 후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어학원 연수를 마친 뒤 무작정 칼리지에 들어갔다. “그냥 듣고 싶은 강의만 찾아 들었어요. 듣다보니 복지 쪽이 많긴 했는데 딱히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사회복지는 국내대학에서 정식으로 공부했다. 명색이 복지 전공자라 아무래도 그쪽으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가족같은 회사란 경영철학은 그래서 나왔다. 아직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지만 직원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출퇴근 차량도 운행하고 초과수당이나 휴일수당도 꼬박 챙긴다.

양씨의 또 다른 목표는 자체 브랜드를 갖는 것이다. 지금은 하청을 하고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마진이 적어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그녀가 자체브랜드를 갖고자 하는 것은 비단 마진 때문만은 아니다. 양씨는 어렸을 때부터 재봉틀 갖고 노는 걸 좋아했다. 옷도 리폼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즐겼다. 하지만 상대업체가 원하는 옷만 만들다보면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녀는 “좀 더 창조적인 일을 구상하고 있다”며 “하청업체가 아닌 자체브랜드를 가진 의류회사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비쥬어패럴은 곧 장애청소년 직업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장애인학교와 함께 하는 두 달 과정 프로그램으로 5명가량 예정돼 있다. 양씨는 훗날 필요한 이들에게 봉제기술을 무료로 가르쳐주는 공부방도 운영할 생각이다. “아직은 힘들지만 공장의 기반이 잡히면 꼭 해보고 싶어요. 그전에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게 먼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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