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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사람들 "두부 때문에 웃어요" 2013-01-07

산골사람들

 경천 요동 싱그랭이 마을

 
완주 경천면 요동마을 초입엔 오래된 시무나무(가시 있는 느릅나무)가 있다. 시무나무는 40리(16km)마다 하나씩 심어 거리표시목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국에 3주가 남았는데 그중 하나가 이 나무다.
 
싱그랭이라는 어원도 여기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헌 짚신을 시무나무에 걸어놓고 안녕을 비는 풍습이 있었는데 여기서 연원한 ‘신거랭이’라는 말이 ‘싱그랭이’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원님이나 관찰사, 선비나 장사꾼이 쉬어가던 마을로 짚신을 갈아 신던 마을이라 해 신거랭이라 불리었다는 게 일반적인 설이다. 주민들은 마을회의를 통해 가시나무 주변에 장승과 디딜방아, 돌무더기를 조성해 마을역사를 복원하고 스토리를 입혀 관광자원화 하려 한다. 
 
주변에는 국보로 승격된 화암사가 있다. 또 불명산 시루봉, 써레봉 신선대 등 다양한 등산로가 있고 토굴도 있다. 해마다 당산제와 산신제를 지내며 마을전통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8km에 이르는 마을하천을 더하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그만이다. 요동마을은 83년부터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 환경보존 우수마을이다.
 
요동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림면적이 97%에 이르는 전형적인 산촌마을로 64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평균연령은 60세. 농지면적은 53ha(논19, 밭28, 과원6)에 불과하다. 이곳은 두리곶감의 원조마을이다. 아랫마을과 달리 안개가 드물어선지 오래전부터 곶감농사를 지어왔다. 안개가 끼면 곶감이 검게 변해 품질이 떨어진다. 곶감은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외에도 쌀과 대추, 인삼, 취나물, 고추, 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
 
요동마을은 몇 해 전 군의 지원을 받아 노거수 쉼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거수 주변을 쉴 공간으로 조성한 사업으로 군이 예산을, 주민들이 일손을 제공했다. 이곳은 현재 마을사랑방으로 역할하고 있다. 마을사업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귀촌 주민들도 이곳을 오다가다 술 한 박스씩을 내놓으며 자연스레 유대를 쌓아갔다 한다.
 
요동마을은 마을사업으로 두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6~7년 전 정부에서 쌀 대신 콩 재배를 장려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정부는 안정적인 수매가와 보조금을 제시하며 콩 농사를 권장했었죠.” 몇 년 후 재배면적이 늘었고 이로 인해 수매가는 하락했다. 홍성태 마을사업추진위원장은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이미 논농사는 물론이고 다른 농사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와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 청년들이 머리 맞대 고민하기 시작했다.
 
농사를 지어 바로 팔면 너무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는데 두부로 가공해 팔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 싶었다. 때마침 군에서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을 공모했다. 주민들은 바로 신청했다. 마을주민 21명이 200만원씩 출자해 요동마을 싱그랭이영농조합(대표 홍성태)을 설립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 모두가 참여한 명실공히 마을사업이 됐다.
두부공장은 지난 2010년 8월에 준공했다. 부지와 건물은 마을에서 해결했고 커뮤니티비즈니스 예산 3000만원을 받아 설비와 교육비에 썼다.

하지만 공장은 출범과 함께 복병을 만났다. 그해 콩 작황이 안 좋아 콩 값이 엄청나게 뛴 것이다. 이때 동네 주민들이 구원병으로 나섰다. 손해 보면서까지 두부공장에 콩을 넘긴 것이다. 당시 시중에서 kg당 6500원~7000원에 거래됐는데 주민들은 5500원에 줬다.  
두부공장은 지난해 1월부터 완주 로컬푸드영농조합 건강한 밥상 꾸러미에 납품하면서 고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작년엔 7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금은 재투자 되거나 마을을 위해 쓰인다.
 

 

주민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일한다. 박정희(43)씨는 “농사일 하면서 내 순번이 돌아오면 두부공장에서 일해 부수입으로 갖고 가는 것”이라며 “많은 돈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해 돈을 버니 즐겁다”고 말했다. 최병애(65)씨도 “(두부 만드는 일)재미있다. 고정수입도 생기고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요동마을은 현재 농촌종합개발사업 경천애인권역 3년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흙돌담과 생태하천경관을 조성했다. 현재는 저온창고가 포함된 농산물가공센터를 짓고 있다. 여기에서 고춧가루와 미식(선식), 각종 기름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주차장과 체험장, 음식점, 초가주막 등을 주요골자로 싱그랭이 원터 복원사업도 진행한다. 마을회관 리모델링도 계획하고 있다. 관광차 1대 분의 숙소를 확보하고자 함이다. 모두 체험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소득사업이다.
 
요동마을은 화암사와 주변 관광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문화․자연․생태 탐방 마을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이를 위한 체험관광 인프라와 관광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가공품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파워빌리지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두부전문점도 그 중 하나다. 두부전문점은 화암사 가는 길목에 들어선다. 마을 젊은이들은 마을사업을 좀 더 잘 해보기 위해 군에서 개설한 ‘녹색순환농업대학’도 열심히 수강했다.
홍성태 대표는 “일단 사람들이 와서 놀고 쉬다 가게 해야 물건도 팔 수 있다”며 “차근차근 신중하게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성태 대표 인터뷰
 
-싱그랭이 마을의 비전이나 목표가 있다면.
농촌다움의 회복과 농업의 자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자연, 문화가 하나 되는 싱그랭이를 만드는 것이다. 쉽고도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마을사업을 진행하는 데 개인적 원칙이 있나.
마을주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마을사업은 마을주민 모두가 함께 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사업 이후 주민들은 어떻게 변했나.
요동마을은 예부터 단합이 잘됐다. 마을일에 대한 참여도도 높았다. 하지만 마을사업 이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주민들은 의식부터 변해 이제는 ‘척하면 턱’ 알정도로 서로 잘 통한다. 전에는 마을사업에 시비가 많았는데 지금은 다들 자기 일처럼 나서고 칭찬도 많아졌다. 주민 전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하나가 된 느낌이다. 한두 명만 가도 되는 교육에 전체가 참여할 때도 있었다. 그만큼 열정적이라는 말이다.
 
-향후 계획은.
마을해설사 과정을 공부했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마을에 복수초, 노루귀꽃, 얼레지 등 겨울 꽃이 많다는 걸 공부하면서 알았다. 여건이 된다면 겨울꽃 축제를 열어보고 싶다. 또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동식물, 수중곤충, 동굴 등 마을자원․자산을 조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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