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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보다 진한... 다락에는 특별함이 있다. 2013-01-07

커피향보다 진한... 다락에는 특별함이 있다.

 

삼례 우석대 앞 카페 ‘The 다락’은 조금 특별한 곳이다.
우석대 정문에서 전주방향으로 100여m 건너편 길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다락은 외견상으로는 여느 카페와 차이가 없다. 내부 역시 정돈된 다기가 눈길을 끌지만 특별하진 않다. 다락의 특별함은 차를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여는 순간 만날 수 있다.
다락은 모든 메뉴에 점자를 병행하고 있다. 손님을 위한 배려다. 다락을 운영하는 CB공동체 다정다감 대표 최은영씨는 “우리는 만져도 모른다”며 “주문을 위해 직접 필요한 시각장애인 손님들이 와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락의 직원들은 대부분 장애인이다. 올 4월 정식으로 문을 연 다락은 4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중 3명이 장애인이다.
지적장애 2급인 박상무(21)씨는 8개월 차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상무씨는 다락 근무 이후 타인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워졌고 몸무게도 6kg나 줄었다. 취업 전에는 주로 집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년 동안은 집지키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상무씨는 월급을 받아 차곡차곡 저축하고 있다. 최은영씨는 “상무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해 장가갈 때 집을 구해 독립하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무씨가 주로 하는 일은 청소와 서빙이다. 드립커피까지 가능하지만 복잡한 메뉴는 아직 더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는 단골손님이 뭘 마실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능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은영씨는 “가끔 일하기 싫어 핑계 대고 결근할 때가 있다”고 상무씨에 대해 귀띔했다. 바리스타가 되려면 고도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간다고.
지적장애 2급 김도희(22)씨 역시 지난 4월부터 다락의 가족이 됐다. 도희씨는 최은영씨의 친조카다. 도희씨는 손님이 오면 “어서오세요”라고 외칠 정도로 외향적이다. 손님이 없을 땐 적극적(?)으로 손님을 기다린다. 도희씨 역시 “월급을 아껴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각(청각?)장애인0000000씨는 모든 메뉴를 다 터득했으며 토요일 주말엔 혼자서 근무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아직까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
다락 메뉴에는 상무씨드립커피, 도희씨드립커피가 있다. 장애인 직원에게 성취동기를 심어주기 위해 만든 메뉴로 당사자들이 직접 드립하는 커피다. 이 커피를 주문하면 4,500원짜리를 3,000원에 할인해 준다. 이 커피만 즐기는 단골손님도 상당하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도희씨와 상무씨의 드립커피를 즐기는 단골손님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들이 다락의 가족이 돼 손님을 맞기까지는 최은영씨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커피드립, 서빙 등의 모든 과정을 최씨는 성심껏 가르쳤다.
그런데 그녀가 굳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이유는 뭘까.
최은영씨는 1990년 중반부터 우석대 앞에서 찻집을 했는데 손님들이 주로 특수교육과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장애인 학생들을 접하게 되면서 이들이 취업의 문이 좁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고.
최 대표는 “특히 조카 도희의 성장과정을 지켜봤는데 고등학교 졸업하면 뭘 시킬까 걱정하는 언니를 보면서 장애인 부모의 고민을 알게 됐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작은 뜻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끝없이 반복해 가르쳐도 얼마 후엔 까먹었다.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손님들의 부정적 반응은 없었다. 그런 사람은 10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했다.
카페 매니저 조미정씨는 “(비장애인과) 차이점은 있다. 특히 상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 항상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라며 “거부감 없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손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최은영씨는 “이 작은 사업이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 이라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이 일을 통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천천히 지속적으로 장애인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완주 CB공동체 다정다감은 계절별 문화체험 동아리활동을 비롯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티마스터 교육, 티파티․리셉션기획․대행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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