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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공동체] 고산 잉여인력사무소2024-02-20

[웃어라 공동체] 고산 잉여인력사무소


고산 잉여인력사무소

남는 시간에 노동을!

이웃과 함께해요

 


마주앉은 그의 입꼬리가 사람좋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직진하는 눈빛에서 순수함이 느껴지는 그를 지유명차 카페에서 만났다. 500여명이 소통하는 고산마을 톡방에 이따금씩 올라오는 잉여인력 구인모집을 하는 주인공이자 고산미소시장 고산이모 요구르트 대표 송국현씨다.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3~4년 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일을 실제로 조사해보고 다른 지역 사례도 둘러보았다우리 지역에 꼭 필요하겠다는 확신이 생겨 작년 104일 시작했다.

몇 년 전 홀로사는 어르신 댁이나 외딴집에 TV수신이나 리모컨 조작, 수도꼭지 교체나 변기 수조 물새는 증상, 전기 콘센트 교체 등 잡다한 생활의 불편한 일들을 도와드린 적이 있다. 서비스센터나 전문 업체 방문이 어렵기도 하고 비용도 도시보다 많이 비쌌다. 어떤 경우에는 바가지인가 싶을 만큼 몇 배가 비싸다는 얘기를 들으며 시골살이에서 정말 필요한 부분인데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없을까를 고민해왔던 것 같다.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쌈짓돈 십만원은 큰 돈 일 텐데 간단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원거리 기술자를 부르면서 그 돈을 지불하게 되는 일이 안타까웠다. 지역 내에서 연결만 하면 생활의 작은 불편들은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잉여 인력이란 어떤 의미일까

잉여라는 단어가 필요한 것보다 남는, 쓸모없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런 잉여의 이미지를 유연하게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바쁘고 각박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자연과 시골마을을 선택해서 내려온 사람들이라면 잉여의 여유를 이웃과 나눌 수 있을 거라는 의미였다.

 

Q 어떤 사전조사였는지

필요와 공급 면에서 가까운 용진과 봉동에 인력사무소가 10여개소가 넘는다. 하지만 고산 6개면에 인력사무소가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보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 지역이고 그러다보니 서비스 소외지역이 되었다. 고산지역 카톡방에 급하게 올라오는 SOS를 보면 겨울철 보일러, 수도 등 잡다한 일들이 있다. 필요한 경우는 많은데 해결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하거나 도시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다. 몇 년 전 전환기술협동조합에서 주관한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된 순창 분이 자기 지역에서 잉여인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 금세 얘기가 통했고 실제 순창에가서 하시는 일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 분은 귀농 후 손기술이 꼼꼼하고 재주가 있어 주변에서 부탁을 받으면 짬을 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을 고산 6개 면을 대상으로 해보기로 했다.

 

Q 어려움은 없었는지

처음에 초동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웠다. 막상 필요한 곳은 있는데 맞는 인력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소속한 작은 공동체, 이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분들이 한명 두 명 늘어나면서 저를 포함 4명이 꾸려지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

현재 잉여인력 인원은 16명이다. 주로 40대 귀촌인들이다 업무별로 팀이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나 관리, 수도나 전기 시설, 농사인력 등 일의 종류별로 팀이 구성된다면 연결해주기가 한결 편해질 것 같다.

 

Q 벌써 1년여가 지났다. 결산은 했는지

솔직히 사무실 없이 온라인 연결로 일하다보니 유지비나 운영비 산정을 하지 않고 피없이 100% 인력비로 지급한다. 6개월쯤 되었을 때 금액을 환산해보니 1,000만원 정도 매출이 있었다. 1년이 지났으니 2,000만원은 웃돌 것 같다.

 

Q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한번은 일하러 갔는데 4명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8명이 반나절씩 일하는 것으로 제안한 적이 있다. 그 분은 기존 인력사무소처럼 일꾼으로 생각하신 것 같았다. 결국 제안이 거절되어서 일을 취소하고 나오기도 했다. 구이나 전주에서도 아는 분들의 입소문으로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정중히 그 마을 안에서 해결해 보시라 권했다.

결국 우리가 하려는 일은 마을에 살면서 자기의 재능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이고 그것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더 친밀한 소통의 수단이 되는 게 바람이어 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남는 시간에 이웃들과 노동을 같이하며 즐거운 경험을 갖기를 바란다. 그 기회를 잉여인력사무소가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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