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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봉사하는 작은영웅들] 사랑의 연탄나눔 현장2023-12-20

[나누고 봉사하는 작은영웅들] 사랑의 연탄나눔 현장

[나누고 봉사하는 작은영웅들] 사랑의 연탄나눔 현장

[나누고 봉사하는 작은영웅들] 사랑의 연탄나눔 현장



"한장 한장 올겨울 덥힐 온기를 나누죠"


사랑의 연탄나눔 현장


겨울이 되면 여느 때보다 분주한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이웃에 따뜻한 도시락을 전하고, 누군가는 겨우내 쓸 연탄을 전했고 누군가는 눈 덮인 도로를 쓸어내며 월동 준비에 나섰다. 연약한 곳으로 추위가 파고들지 않도록 나눔과 봉사로 온기를 더하는 작은 영웅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의 최전선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눌수록 깊어지는 배려

12월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영하권 추위가 시작됐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조용했던 골목길에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가득 메워진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 삼우초등학교 아이들이 교실 대신 마을을 찾은 것이다. 매년 이 무렵마다 삼우초교 양육자회 주관으로 열리는 봉사 활동 시간으로 전날 밤 골목 어귀에 쌓아둔 연탄 1,600장을 이웃의 연탄 창고까지 옮길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교장 선생님부터 각급 담임 교사 그리고 50여 명의 아이들이 출동했다.

본격 연탄 나르기에 앞서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한 팔 너비, 한 줄 서기를 했다. 아직 경험이 없는 저학년 곁엔 연탄 좀 들어봤음직한 고학년과 어른들이 번갈아 자리했다. 저학년 동생의 고사리 손에서 3.6kg의 연탄을 건네받는 고학년 아이들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아슬아슬 마음을 졸인다.

한 장이요, 두 장이요, 세장이요.”

저마다 들고 싶은 갯수를 얘기하며 연탄을 받아 옮긴다. 5학년 한별 양은 한 장 건네주니 씩씩한 목소리로 세장 들 수 있어요하고 답한다. 4학년 강현 군도 누나에게 질세라 호기롭게 세 장을 달랜다. 1학년 그림 양과 2학년 대원 군도 연탄을 소중히 끌어안고 언니, 오빠 뒤를 따라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는다.

힘내, 이제 거의 다했어.”

어른들의 격려가 들리는 사이 어느 덧 연탄탑의 바닥이 보인다. 앞치마와 팔토시, 장갑으로 무장을 했지만 왜인지 모두의 얼굴엔 검댕이 분칠이 되어있다. 그 모습에 하하하 히히히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들. 비로소 연탄 나르기를 마치고 서로 앞치마 끈을 풀어 정리하는 얼굴에 보람찬 미소가 번진다.

이날 자녀와 봉사를 함께한 학부모 김민희 씨는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을 만든 것 같다. 오늘 아이들이 전한 연탄으로 마을 어르신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삼우초 이혜진 교장은 평소 우리 아이들은 사회에서 다양한 배려를 받고 자란다. 그만큼 지역사회에 되돌려 주는 게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 배려를 되갚는 일은 마음이 아닌 몸의 감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조금은 힘든 일을 통해 해마다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탄 한 장에 담긴 마음의 무게

126일 오후, 경천면에서는 ()따뜻한완주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사장 이종화) 봉사 단체와 경천면 지역사회보장협의회가 함께 연탄 나눔 봉사에 나섰다. 완주소방서에서 기부한 1,000장의 연탄을 취약 계층 가구에 전할 예정이었다. 이종화 이사장은 오복마을, 가천마을 등 총 4가구를 방문할 계획이다. 오늘처럼 각 읍면 마을에 전달할 때는 지사협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은 경천, 그다음 날은 상관과 구이, 봉동에 이르기까지 완주군 전역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 무렵에는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봉사를 이어온 지도 어느덧 9. 2014년 창립된 이래 해마다 빠짐없이 진행해왔다.

연탄 나눔은 초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진행돼요. 여름에는 반찬나눔, 무료 급식소 등을 운영 해오고요. 초기엔 봉사자가 600명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800명 가까이 모였어요.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갈 수록 힘든 것보다 보람과 즐거움이 커져요. 연대의 힘인 것 같아요.”

이밖에 회원들이 모은 기부금이 연간 4,000만 원에 달한다. 또 기업체에서 기부한 금액까지 합하면 6,000만 원가량이다. 모두가 긴긴 겨울 무사히 지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뜻을 모았다.

이 씨는 연탄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대체할 저렴한 연료를 찾기 어렵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봉사는 꾸준히 이어져야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6년 째 봉사에 함께해오고 있다는 오복마을 이명례 부녀회장은 나 혼자선 어렵지만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앞으로도 힘 닿는대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봉사는 오후 2시부터 해가 기울 무렵까지 이어졌다. 장시간 서있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서로를 응원하며 작업이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동안 각자의 소망도 하나씩 덧붙여본다. 추위를 무사히 견디시길 바라며, 건강하시길 바라며, 이번 겨울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러한 바람들이 차곡차곡 모여 마침내 이웃집 아궁이에 닿는다. 이 작은 연탄 한 장에 이토록 무겁고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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