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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9] 차풀차(茶) - 풀을 베어 차를 만들다2023-09-2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9] 차풀차(茶) - 풀을 베어 차를 만들다

차풀차(茶) - 풀을 베어 차를 만들다


어느덧 김장씨앗 심는시기가 돌아왔다. 무와 배추를 심기위해 지난 장마와 태풍으로 훌쩍 커버린 풀을 베기 위해 밭으로 향했다. 자연농에서는 주로 톱낫을 사용하는데 낫의 날이 톱으로 되어있고 풀이 쉽게 베여 힘이 많이 들지 않아 농부들 사이에서 최고의 도구로 손꼽힌다. 게다가 가벼워서 누구나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허리주춤으로 커버린 풀을보니 어느새 겁이나지만 숨 한번 들이쉬고 풀숲으로 들어간다. 내가 들어가니 메뚜기며 여치같은 벌레들이 하늘위로 튀어오른다. ”얘들아~ 누가왔나봐~ 다른 풀숲으로 이동하자~!“ 인간의 언어는 아니지만 작은 생명들이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안에 나도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나는 농사를 짓기에 체력이 엄청 좋은편이 아니기도 하고 또 그들의 서식지인 풀을 모두 베어버리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오늘 씨앗 심을 자리만 빼고 다른 이랑은 남겨둔다. 처음에 밭을 만들기 위해 쇠스랑과 곡괭이를 이용해 밭을 간 이듬해부터는 그대로 씨앗을 심어왔기 때문에 다양한 동물들이 텃밭에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 땅 아래와 땅 위에 무한한 우주처럼 셀 수도 없는 생명들이 나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오늘 풀을 벤 텃밭에는 차풀이 자라고 있었다. 차풀은 예전에 민간에서 차()를 구하기가 어려워 차대용으로 마셨다고 하여 차()풀이라고 한다. 한해살이풀로 30~60cm정도 자라는 작은 식물이며 새의 깃털처럼 잎맥이 서로 오밀조밀하게 마주나있다. 농가에서는 잡초로 여겨져 없애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콩과식물로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중에 있는 질소를 땅으로 고정시켜 준다. 모든 콩과 식물이 그렇듯 퇴비나 비료없이도 잘 자라고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자신의 몸을 내어 땅을 만들어주는 차풀의 이로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차풀을 산편두(山扁豆)라 부르고 씨앗을 산편두자(山扁豆子)라고 하여 눈을 밝게 한다는 결명자 대용으로도 사용한다. 결명자는 눈건강에 이로운 대표적인 씨앗으로 차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산편두는 간의 기운을 맑게 하고 몸의 부기를 빼는데 탁월하며 신장에도 효능이 있다. 이렇게 땅에도 몸에도 이로운 풀들이 제초제나 살충제같은 농약으로 사라져간다는 건 슬픈 일이다. 농사짓는 것도 힘든데 농사짓다가 아프면 더 서러울 일이다. 그래서 텃밭의 풀뿌리는 미생물에게 남겨주고 밭에서 채취한 풀로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욱이 모색하고 싶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약이 될 수 있도록..


밭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은 차풀을 잎만 훑어 팬에서 두시간 가량 덖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결명자처럼 구수한 냄새가 난다. 건강을 지키는데 돈이 들지 않아서 경제적으로도 좋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 마음도 편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텃밭에서 마주한 모든 생명들이 떠올라 마음이 포근해지는 차 한잔의 모금이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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