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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6] 농사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2023-07-2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6] 농사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


농사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


올 상반기에 진행한 고산도서관 텃밭수업도 막을 내렸다. 토종씨앗의 연으로 도서관에서 작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는 텃밭수업에는 완주사람과 저 멀리 전주에서 발걸음을 주신분들 덕분에 진행될 수 있었다.

지역에서 토종씨앗과 들풀 수업을 진행한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생각지도 못했던 생태텃밭강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불러주시는 곳마다 열심히 다녔더랬다. 덕분에 제일 많이 공부 덕을 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다. 완주에 오기 전 나의 첫 농사선생님이었던 퍼머컬처 활동가 소란은 내게 언제까지 배우기만 하느냐면서 공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때 제일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라고 했던 말씀이 종종 다가오곤 한다. 그 때는 그 말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피하고만 싶었는데 완주에 와서 살다보니 저절로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강의를 하다보면 내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위해 재래종과 F1, GMO에 대한 정보의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하고, 토양을 살리는 농사와 토양에 해가되는 농사를 구분지으며 개념을 통한 설명을 한다. 그러면서도 100명의 농부가 있다면 100개의 농법이 있다는 여유를 두기도 한다. 나는 수업이 끝난 후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는데 어떨 땐 시원하게 마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떨 땐 무언가 찜찜해서 다시 한 번 되뇌게 된다. 어느 날은 명상을 지도하는 스님께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개념으로 하기보다 마음을 풀어주어 자유가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과 나누라는 말씀을 듣고 나 역시 몇 년간 생각과 말로 만들어진 무수한 논리와 개념을 조금씩 내려놓고 싶어졌다. 농사를 매개로 나누고 싶은 것들은 자연이 주는 삶의 활력과 생동감이라던가 생명과 생명을 잇는 농사라는 행위 그리고 만물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 같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들이다. 어느정도의 설명이 필요하겠지만은 이러한 느낌과 경험들은 말로써 얻어지기 보다는 각자의 체험이기에 강의를 하는 사람이 힘을 빼고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여야 다른이들에게 여유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초록의 식물을 대하는 농사라는 행위는 적어도 그랬으면 좋겠다. 대지에 닿을 때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열리게하고, 드넓은 평야처럼 너무나 평온해서 맑은마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농사이면 좋겠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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