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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공존의가치] '소수다의 서재' 엄마의방학 북토크2023-07-25

[문화다양성 공존의가치] '소수다의 서재' 엄마의방학 북토크

[문화다양성 공존의가치] '소수다의 서재' 엄마의방학 북토크

[문화다양성 공존의가치] '소수다의 서재' 엄마의방학 북토크



2023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소수다의 서재 in완주

엄마의 방학 북토크

 

마침내 같은 곳에서 만난

엄마들의 살아갈 결심

 

만경강 자락에 위치한 봉동 신성리의 한 아파트. 526일 오전 10시가 되자 기다란 탁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앉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집보다는 책방이나 작업실에 가까워 보이는 이곳.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곳엔 푹신한 소파와 책상이 있고 곳곳에 놓인 책장에는 여러 책이 꽂혀있다. 문화공동체 엄마의 방학김지영(49)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 딩가딩가는 엄마들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작업실이자 쉼터, 수다방이 된다. 이날은 강윤미 시인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및 참여자들이 꼽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가와 엄마의 경계선에서

2023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소수다의 서재는 완주군에 있는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독립서점 및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이뤄지는 지역특화 문화다양성 사업이다. ‘소수다의 서재에서는 완주군 지역 곳곳에 있는 도서관 및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다양성 도서 큐레이션 전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열렸다. 모두 12곳의 공간에서는 책을 매개로 동물권, 전통문화, 환경, 생태, 이주민 등 다양한 주제를 주민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중 공동체 엄마의 방학에서 운영하는 공유 공간 딩가딩가에서는 돌봄, 젠더를 주제로 521일부터 27일까지 전시 및 북토크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엄마의 방학 김지영 대표는 그동안 타인을 돌보는 삶을 살아왔던 우리들이 자신도 돌보는 삶으로 살아가는 결심을 하게 된 순간을 떠올리며 이와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자 했다. 또한 강윤미 시인을 초청해 작가와의 대화도 나눠봤다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에서는 강윤미 작가가 본인의 작품에 대해, 또 자식을 둔 엄마와 작가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주도가 고향인 강윤미 시인은 꿈을 좇기 위해 섬을 떠나 낯선 육지에 닿았고 마침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당시 그는 만삭의 몸이었고 엄마라는 이름과 시인이라는 이름을 같은 해에 얻게 된다.

강 작가는 아이는 당장 배고프다고 울고 보채지만 시는 입이 없었다. 둘째 아이까지 낳고 젖을 물리느라 8년 동안 시를 쓰지 못 했다. 쓰지 않는 내가 시인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없어 괴로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사회적 관계도 끊기고 점점 고립되었던 그는 작가와 엄마의 경계를 고민하게 된다. 그는 산문집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에서 밤낮으로 우는 아이를 달래고 밥을 챙겨줘야 하며 감기를 걱정해야 해서 마음에 시를 위한 자리를 남겨 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용기를 얻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며 나를 잃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지하보도의 차가운 벤치에 앉아 시집 속의 글자들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그는 잃어버렸던 작가의 정체성을 되찾았다.

 

로 살아갈 결심

이날 소수다의 서재북토크가 펼쳐진 공유 공간 딩가딩가에서는 작가와의 대화가 끝나고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서가 다가왔다. 참여자들은 각자 삶에서 살아갈 결심을 만들어준 책이나 또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책을 소개했다. 이들은 특히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강요받으면서 버텨왔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동시에 그럼에도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순간을 공유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들로 울림을 주고 위로받았다.

참여자 김지나 씨는 “9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엄마로 살기로 선택했다. 내가 결정한 길이지만 4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존감이 낮아졌던 와중에 책들을 읽고 나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 시작했다라며 책 민들레는 민들레,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두 권을 소개했다.

다른 참여자 이수연 씨는 결혼하고 남편 직장 따라 연고 없는 완주로 오게 되었다.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일에서 얻는 성취감도 없었고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만족스럽지 못 했다. 20대 때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고 매일 내딛는 한 발짝이 진짜 삶이다는 말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라며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추천했다.

 

엄마의 방학

이날 소수다의 서재행사와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공간 딩가딩가를 운영하는 엄마의 방학은 2018년 학부모 책 모임에서 출발한 공동체다. 4명으로 시작했고 현재 2023년도 봄학기 프로그램 기준 9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지영 대표는 정예멤버는 따로 없고 프로그램을 열 때마다 그때그때 참여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우리는 회원이라는 말보다는 동료라는 말이 어울린다.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엄마를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아니라 돌보는 사람로 정의한다. 가족을 돌보거나,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나를 돌보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한다라며 웃었다.

공동체 엄마의 방학은 자기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해왔다면 이곳 안에서는 나를 돌보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현재 단체 채팅방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띄워서 책모임, 영화모임, 등산모임 등을 함께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욕구, 감정에 집중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끝으로 김 대표는 오늘 강윤미 작가님께서 작가라는 정체성과 엄마라는 정체성에 대해, 결심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간 것에 대해 공유해줘서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북토크를 통해서 모두가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만들어졌길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완주문화재단 '공존의 가치']

완주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 무지개다리 사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가진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교류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소수다의 서재'를 비롯한 청소년 문화다양성 워크숍, 문화다양성 선언, 문화다양성 이미지 제작, 문화다양성 활동 지원 및 아카이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내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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