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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철써기2023-05-16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철써기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철써기

철써기 


어느날 풀 숲을 지나는데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가만히 조심스럽게 풀숲을 들여다보니 철써기(나중에 도감에서 찾음)라는 메뚜기 목에 해당하는 곤충이었다.

도감을 찾아 보고 이 곤충에 딱 걸맞는 이름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곤충들이 이처럼 이름을 들으면 바로 연상이 되도록 자기 정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몇 마리 예를 들면, 매미 중에 거꾸로 내려오면서 깽깽 울음 소리를 낸다고 해서 깽깽매미라 붙였고, 방정맞게 촐랑대며 날고 있는 모습으로 팔랑나비라고 했고, 사슴 뿔 모양을 가지고 있는 사슴풍뎅이’, 표범의 줄무늬를 날개에 가지고 있어 표범나비’, 장수의 위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장수말벌’‘장수잠자리’‘장수 풍뎅이등 자기의 모습을 한 번에 알리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곤충을 찾아보면서 감탄하게 만드는 이름들이다.


지금은 이름을 새롭게 하여 무엇을 표시하는지 모르게 바뀐 것이 도로명이다.

예전에는 길 이름이 그 동네나 지역을 고려해서 불렸고 그 이름을 들으면 예전에 그곳의 역사나 문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거나 재미있는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도로명을 들으면 도무지 상상을 할 수 없게 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도로명에서 숫자로 만들어 장소를 찾기는 쉽다고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게 밖에 할 방법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만 하더라도 옛날 이름이 훨씬 정겹고 동네의 옛날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설명하기도 편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다. 대부분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미래지향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냥 막내로 태어나서, 남자 아이를 바랬는데 여자 아이가 태어나서 이름을 그 당시의 부모의 심경을 담아 지어 준 이름도 간혹 있다. 그래서 요즘 본인의 의사를 담아 개명하는 사람들이 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도시의 이름도 쉽게 정한 것이 아닐 것이다. 옛 조상들이 이런 것 저런 것 고려해서 한번 들으면 아~ 그래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상표를 잘 드러나게 이름을 짓는다.

이름을 들으면 덧붙여 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도록 해서 잊어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곳의 새로운 이름은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하고자 할 때 고민해서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쉽게 붙인 이름 중에 한 가지가 마을이 분리되거나 새로 조성이 되면 대개 마을 이름 앞에 ()’을 붙여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내용을내 보이지만 재미 없지 않은가.


어디에든 무슨 이름을 지을 때, 도로명 같이 그냥 편리한대로 붙이지 말고 그 이름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지었으면 한다. 곤충에게 붙이는 이름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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