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4] 청명(淸明)에는 씨를 뿌려야해2023-05-1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4] 청명(淸明)에는 씨를 뿌려야해

청명(淸明)에는 씨를 뿌려야해


 

시대가 흘러도 농촌에서는 여전히 절기력으로 살아간다. 물론 일상에서는 달력을 보고 생활하지만 때에 맞춰 씨를 뿌리고 작물을 기르고 수확까지 모든 절기에 발맞추어 농부는 허리를 숙인다.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에는 벚꽃이 한창이라 꽃단장을 하고 벚꽃구경을 하기 바쁜 계절이기도 하다. 봄바람이 불고 꽃샘추위가 오면 그 많던 꽃잎도 눈보라치듯 떨어지기 때문에 찰나의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농촌의 풍경은 좀 다르다. 벚꽃구경은 가로수길이 아닌 마을에서 바라본 산벚을 풍경으로 몸을 낮추어 일하기 시작한다. 시대가 좋아져도 절기라는게 있기 때문에 이맘 때에는 씨를 부지런히 뿌려놓아야 가을에 수확할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농사를 업으로 살고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풍요로운 날씨가 펼쳐지면 호미를 내려놓고 놀러가기 바쁘지만 대체로 지금 우리마을의 풍경을 보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씨를 뿌리는 농부님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의 흐름에 따라 농사짓는 분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올해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는데 음식을 만들기 전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고 요리를 시작한다. 농사를 지을 때면 여러 유통망이나 가공을 거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기른 건강한 농산물을 요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지구적인 것이라 여기며 먹을 만큼 지어오고 있는데, 요리학원에서 배우는 음식을 만드는 이의 마음 또한 그러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제철채소와 국산먹거리와 같은 신토불이 사상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좋았다. 요즘에는 외국음식의 입맛에 길들여져서 몇일만 지나도 다른나라 향신료와 식재료가 땡기는데 음식을 직접 만들면서 그러한 욕구는 줄어들고 지금 가지고 있는 기본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기도 하다. 아무튼 요즘에는 음식을 만들 때나 먹을 때나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씨앗과 씨앗을 뿌린 농부, 햇살과 바람과 비와 땅과 지렁이, 미생물, 등 다양한 농장의 풍경을 거쳐 채소를 수확하여 신선하게 포장하고, 또 그것을 운반하고, 판매하는 사람들까지 떠올랐다. 뿐만아니라 그 과정을 위해 운영되는 농장과 유통을 위한 공장, 여러기계나 부품까지도 다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먹고 살기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연이 도와주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매 순간 살아있기 위해 세상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청명(淸明)은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다. 절기책에서 보니 이 시기에는 무슨 씨를 뿌려도 좋다고 한다. 단연 먹는 씨앗만이 아니다. 씨앗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말씨, 마음씨, 몸씨, 등 무엇을 나누어도 좋은 시기가 청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절기에 맑을 청()자가 들어가나 보다. 나는 무엇을 뿌려볼까나. 오늘은 만나는 이마다 고운 말씨와 친절한 마음, 사랑의 몸짓을 건네봐야지.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장수풍뎅이와 굼벵이
다음글
[매일설레] 47. unchanging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