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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2] 새해 ‘봄’ 많이 받으세요2023-02-16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2] 새해 ‘봄’ 많이 받으세요

새해 ‘봄’ 많이 받으세요


에 들어서는 입춘이 오기도 전에 어느덧 큰봄까치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2월로 들어서자 꽃이 핀 것이다. 자연은 달력이 없이도 때에 맞춰 피워나는구나. 시계나 달력이나 물질적으로 무엇도 필요치 않고 스스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오늘은 또 얼만큼의 꽃을 피웠을까.

 

큰봄까치꽃은 1cm가 채 안되는 작은 꽃인데 이름에 자가 붙어있다. 왜일까? 사실 큰봄까치꽃이 일반적으로 불리는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다. 큰개불알풀은 귀화식물로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개불알풀의 꽃보다 조금 더 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굉장히 닮아있지만 꽃의 색깔과 크기, 식생이 달라서 알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개불알풀은 분홍색을 띄고, 큰개불알풀은 하늘색 꽃을 피운다.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은 큰개불알풀로 양지바른 밭이나 길가에서 많이 자란다.

 

개불알풀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대에는 일제 강점기 때 꽃이 피고 진 후에 달리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불리는 일본명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식물의 이름 앞에 자가 붙은 것은 그 식물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사실 이렇게 어여쁜 꽃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최근에는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라본 시선으로 불리고 있다.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까치처럼 봄소식을 전해 준다고해서 봄까치꽃, 그리고 꽃의 크기가 그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해서 큰봄까치꽃이라고 한다.

 

우리 텃밭에는 큰봄까치꽃이 가득 퍼져있는데 두해살이풀로 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초록의 푸릇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해 농사가 끝나면 나와 짝꿍은 텃밭을 관리하기 위해 풀을 베어다 두둑에 덮어주어 멀칭(피복)을 하는데 비와 바람으로부터 토양 유실을 막고,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양분을 보존하고, 겨울을 잘 나라고 풀이불을 덮어주는 것이다. 천성적인 게으름과 힘들어서 미쳐 멀칭을 하지 못한 텃밭은 큰봄까치꽃처럼 낮게 자라서 퍼지는 지피식물 덕분에 겨울을 날 수 있었다. 토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자연히 덮어준 것이다.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자연이 해주고 있다.

 

날은 아직 추운데 어느덧 꽃이 피었다. 달력을 보니 입춘이 코앞으로 다가와있다.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겨울인데 봄이 왔다니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든다. 겨울은 모든 것이 잠든 때에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자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굳어있는 몸을 풀고 천천히 텃밭으로 나가 우리 밭 들풀을 관찰하며 새봄을 맞이해야겠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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