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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동 상장기공원의 일상] 봉동 상장기공원2022-12-27

[봉동 상장기공원의 일상] 봉동 상장기공원

구르마 한 대 겨우 지나던 길

사계절 아름다운 '봉동핫플'로 변신 중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찾는다. 경사가 완만하고 도로가 평평하게 잘 조성돼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코스이다.


상장기공원에 활기가 돈 것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경 관 조성은 물론 새로운 상점이 문을 열고 주민들의 발 길이 이어지면서부터다. 주민들의 산책로이면서 자전 거를 탄 라이더들의 필수코스, 매년 당산제를 지내는 역사의 현장이자 밤에는 주민들이 모여 함께 체조를 하는 여가의 공간이기도 한 이곳. 그리고 마을 주민들 의 삶터이기도 한 상장기공원 일대를 찾았다.

 

마을의 평안을 비는 당산제가 열리는 공간

상장기 마을 내 제방자리에 위치한 상장기 공원은 그 모양이 마소의 멍에를 닮아 멍에방천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장마철 제방이 무너지거나 강물이 범람해 인명과 농작물 피해가 많았던 곳으로 이곳에선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비는 당산제와 씨름 대회가 지금도 열린다. 과거엔 매년 음력 720일에 열렸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읍민의 날 행사와 함께 1010일에 열린다.

옛날엔 집집마다 돈을 걷어서 우리가 떡도 만들고 돼지머리도 삶아서 제사를 지냈어. 그때가 좋았지.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당산제 하는 날이면 노는 날이었거든. 동네 사람들이 먹을 걸 똑같이 나눠먹곤 했어. 지금은 동네 사람보단 여기저기서 사람이 많이와.”(상장기 마을 조상희 할머니(87))

수백년 수령을 간직한 당산나무가 하늘 높이 뻗어있다. 이 나무는 오랜시간 마을과 사람의 시간을 관조해왔을 터. 한 마을주민은 여기 있는 당산나무는 나 6~7살 때도 참 커서 나무에 올라가서 놀곤 했다. 보호수도 우리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컸다. 옛날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던 거라고 하는데 200년은 훨씬 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라이더들의 쉼터

지난 2일 오전, 제법 쌀쌀하다. 저 멀리 찬 공기를 뚫고 세 명의 라이더들이 나타났다. 헬멧과 넥워머, 장갑으로 무장한 이들은 전주 송천동에서 15km가량 되는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매주 월수금이면 라이딩을 한다는 이들은 온새미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다. 이들은 전주천을 타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삼례 하리교를 넘어 상장기 공원까지 온다. 경사도 판판하고 자전거도로가 잘 구비되어 라이딩에는 최적의 코스이다. 정양균(69)씨는 보통은 고산 세심정, 대아저수지 밑까지 돌아오는데 오늘은 추워서 상장기 공원에서 돌아가는 코스로 짰다. 오는 길에 맞바람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었다. 바람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전거가 안 나가서 애 좀 먹었다고 말했다. 천현우(67), 최차영(70)씨는 만경강을 타고 바람따라 물따라 오면 경치가 끝내준다.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은 사계절이 다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한 어르신이 공원 의자에 앉아 사색에 잠겨있다. 김모(75) 할아버지는 오전 일을 마치고 막 퇴근을 한 참이었다. 퇴근 후 만경강과 용복리 산등성이를 바라보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라고 했다.

일 마치고 청둥오리들을 보고 있었어요. 겨울이 되면 이쪽에 먹이가 많은지 청둥오리가 많아요. 한겨울이 되면 그게 이곳의 장관이에요. 용복리 쪽 산등성을 보면서 옛날 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해봐요. 퇴근하고 한 20분 정도는 이곳에서 쉬다 가요. 물과 저 멀리 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편해요.”



  



도시재생사업 등 공원은 계속해서 변화 중

상장기 공원 일대는 과거 웃장터로 불리며 5일장이 열리던 곳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지금의 공원 자리에는 모두 집이 있었다. 나무 밑, 둑 밑에도 판잣집이 즐비했고 둑방 밑으로는 장터가 열리곤 했다. 한 주민은 지금 공원에는 하꼬방(판잣집)이 있었다. 옛날엔 여기가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구닥다리가 됐다. 둑방길은 돌과 풀만 있었고, 구르마 한 대가 겨우 지나가던 좁은 길이었다고 말했다.


5일장이 서는 읍의 중심에서 점차 활기를 잃어갔던 공원 일대는 최근 각종 도시재생사업으로 활력을 띄고 있다.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17년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숲복원 및 정자정비 히스토리 오브제 공공시설물 설치 모험성장 놀이터 쉼터 및 건강걷기 길 조성 등을 완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완주군도시재생지원센터의 도시재생대학 시범사업으로 마을주민들과 함께 담장을 정비했다. 최근에는 2층 규모의 정자 봉상정(鳳翔亭)’이 세워졌다. 정자 1층은 마을주민의 휴식공간, 2층은 관광객의 쉼터 및 전망대가 있다. 한편 공원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카페와 음식점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카페 온드림은 아침부터 커피를 사가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 옆엔 최근 문을 연 젊은 감각의 카페 경성살롱이 있다.

한상학(70) 상장기 마을 이장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고향을 찾았을 때 잘해놨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주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상장기 공원은 봉동읍에서 외지인이 가장 많이 오는 공원이다. 올해 정자를 마련해 바람 피할 곳 없던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했다. 공원을 찾는 분들이 깨끗하게 잘 이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경강 범람 피해 달래려 제사지낸 게 시초

봉동 당센제와 씨름 이야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상장기공원 일대에 자리한 당산나무 아래는 고산현 관할의 죄인을 처형하는 사형 터였다. 또 호우가 내리면 만경강이 범람하고 제방이 터져 인명피해와 농작물의 피해가 있던 곳이다. 마을에서는 이를 달래기 위해 당산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산제를 지낸 후에는 하천 변 모래사장에서 큰 씨름판이 열렸다. 보가 언제 터질지 몰라 장마철에 보가 터지는 것을 감시하다 기다리기 무료해 씨름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고, 봉동읍의 기가 세서 터를 누르기 위해 장정들이 씨름했다는 설도 있다. 한편 이때 씨름판에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주민 모두가 참여했는데 이러한 전통으로 유명 씨름 장사들이 많이 배출된 곳으로도 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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