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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공동체] 완주탐사프로젝트 3차 가을캠프의 이야기2022-12-26

[웃어라 공동체] 완주탐사프로젝트 3차 가을캠프의 이야기

우리가 발견한 고산의 예술적인 장소들

두 번째 이야기


완주탐사 프로젝트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 그날의 특별했던 고산을 기억한다. 우리의 등굣길, 슈퍼 가는 길, 산책하는 길 곳곳에 예술가와 함께한 기억이 스며들어 우리의 일상적 공간에 특별함이 깃들었다.

지난 11월 호에 이어 완주탐사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 4인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쉽게 사라지는, 무모한 죽음을 기억하려는 여은희의 설치작품과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아 달라지는 의미를 피아노 선율로 들려준 김민경의 <망각의 시간>, 고산의 골목에서 다양한 놀이를 찾아 즐기는 임기택과의 <돗가비의 숨박질>, 도깨비 탐정 TF를 꾸려 고산의 소리를 기록하는 장효정의 <지구에서 온 소리> 프로젝트를 풀어 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임기택과 <돗가비 숨박질>

커다란 보호수 주변의 낙엽을 묵묵히 쓸고 있는 이가 있다. 다들 언제 시작하지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연신 돌아보는데, 갑자기 빗자루를 들고 있던 이가 나무 뒤로 숨더니, 머리를 묶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시작한다.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이끌 듯 고산의 골목골목에서 임기택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바닥에 그려놓은 그림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고 뛰는 작가를 따라 관객도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벽에 손을 짚어보기도 하며 골목놀이를 함께했다. 골목에 흐르던 작은 천에서 물을 퍼올려 관객들의 손마다 작은 컵을 쥐어주며, 물을 따라주기도, 그 물로 동그란 길을 그리며 발걸음을 이어갔다. 마지막 장소에선 기둥과 벽을 오가며 기대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를 부르며 다같이 숨바꼭질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술래는 사라지고, 빗자루 하나가 나타났다.

도깨비에 홀린 듯이 골목 어딘가에서 두리번거리는 우리만 남아있다.



우리는 모두 도깨비였어

장효정 <지구에서 온 소리>

술래를 찾아 서성거리던 관객들에게 갑자기 방송이 들린다. 고산에서 들려오는 도깨비 소리를 찾는 도깨비 탐정 TF가 순식간에 꾸려졌다. 임명장을 받고, 도깨비 소리를 기록하는 도깨비 지도를 받아 고산 골목을 돌아다니며 도깨비의 흔적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새가 우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식당의 소리, 방망이로 두드리는 소리 등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골목의 소리를 각자의 방법대로 기록했다.

도깨비 소리를 찾는 골목 탐사가 마치고, 각자 기록한 도깨비 소리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에서 입으로, 소리에서 소리로 전해진 도깨비 소리는 모두 우리가 내는 소리였고, 우리 모두는 도깨비였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도깨비 탐험을 마친 우리들은 이제 고산의 소리를 전하고, 기록하는 도깨비가 되어 생명의 소리를 찾아 나설 것이다.



쉽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김민경, 여은희 <망각의 시간>

완주탐사캠프가 시작되던 날 이른 오전부터 가을빛으로 완전히 뒤덮인 만경강변의 나무에 붉은 천이 하나, 둘 감겼다. 두 작가가 이야기하는 망각의 시간은 망각의 소리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부당하고 슬픈 죽음은 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는 하지만 쉽게 잊혀 사라져버린다

여은희 작가는 그 사라지는 소리를, 안쓰러운 생명의 죽음을 되새기고자 이번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생명, , 혈관을 의미하는 붉은 천은 나무와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메우며, 피아노로 연결된다. 한 겹, 두 겹 덧대어지는 붉은 천이 만경강변의 공기와 피아노 선율을 감싸주며 어느 날의 무모한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김민경 작곡가는 연주 시작 전 이태원 참사와 가까운 가족의 죽음 이야기로 운을 뗐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어느 날들의 사건이 붉은 천 위에서 소리로 울려 퍼졌다. 소리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음으로써 의미가 달라지는 것, 그 중 부정성에 집중하며, 아프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무력함을 이야기했다 

물이 흐르는 곳, 사실상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설치된 피아노는 강렬하고 슬픈 붉은 빛의 소리로 만경강변을 채웠고, 그 순간의 감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피아노 위의 손, 페달을 밟는 발은 무척이나 섬세했고, 미세하게 떨렸다.

이태원 참사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두 예술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쉽게 사라져버린 무모한 죽음을, 있어선안될 일들을 이야기했고,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어느 날의 죽음을 떠올렸다.

관객으로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행여나 무섭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우는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따뜻한 말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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