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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면 구제리 백석마을] 휘돌아 마을 한 바퀴2022-10-24

[운주면 구제리 백석마을] 휘돌아 마을 한 바퀴

말금한 표정들 갈볕보다 더 풍성하여라


주민 모두가 함께 감 따고 들깨 수확에 분주

운주면 구제리에 자리한 작은 마을인 백석에서도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이맘때 이곳에 오면 가지마다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맺은 감나무 를 구경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지 그 무게 덕분에 가지가 휘어있을 정도 다. 감은 익어 툭 건드리면 터질 듯 보이는 홍시도 있고, 주먹만 한 크기로 단단한 감도 꽤 있다.

 

주민들은 트랙터나 굴착기를 이용해 나무의 키만큼 오르고 간짓대로 하나씩 따낸다. 양태영(69) 이장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집에서 나섰다. 한번 시 작하면 해질녘에 끝이 나고 며칠 동안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우리 마을에서는 지금이 한 해 중 가장 바쁜 시기예요. 보통 2인 1조로 이 루어지는데 한 사람이 트랙터 높이와 위치를 조정해주면 다른 사람은 그에 맞게 열매를 따내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수확한 감은 꼭지를 손질해서 박 스에 옮겨 담아요. 이후 한 달 동안 저온 창고에서 숙성을 거친 후 깎고 말 려 곶감으로 만드는 거죠.” 일손이 많이 필요한 만큼 이 시기에는 주민 대부분이 함께한다. 백석마을 토박이라는 최병기(49) 씨는 과거 마을의 어르신들이 감 따던 풍경은 지금 과는 사뭇 다르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을걷이도 이웃과 함께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수확하기 때문에 한결 편해졌지만 예전에는 망태 기 메고 직접 올라가서 손이나 뜰채로 땄어요. 그렇게 한 망태기를 꽉 채 워 끈을 달아 아래로 내려보내 비워냈죠.” 하루종일 감을 수확하다 허기질 때면 잘 익은 홍시를 새참 삼아 먹는다. 그러다 구석구석 한 그루씩 자란 밤나무 아래서 푹 익은 알밤을 주어다 양 주머니에 꽉 찰 정도로 담는다.


가을만이 허락하는 풍요로움이다. 감나무로 가을을 눈에 담았다면 들깨의 향으로도 백석마을의 계절을 느낄 수 있다. 400평의 들깨밭을 관리하는 안해숙(72) 부녀회장은 이른 아침부 터 부지런히 깨를 털고 있었다. “날짜를 알지 못해도 잎 상태를 보고 수확하는 시기를 정해요. 대부분 5월 에 심고 10월에 수확하죠.” 일교차가 커지기 시작하면 깻잎은 노랗게 익어가다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때 줄기를 잘라 해가 잘 드는 곳에 눕혀 말리는 것이다. “팔려는 것 보다는 함께 나눌 생각으로 키우고 있어요. 일도 이웃끼리 나 누어서 하니까 덜 힘들고요.” 작업이 온종일 이어져도 그들의 얼굴엔 힘든 기색이 없다. ‘수확해서 자식 먹일 생각에 마음이 풍년’이라며 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들깨 수확에 학창인 김학봉 어르신



예전이야 직접 감나무에 올라가 땄지만 요즘은 포크레인이나 트랙터를 이용해 딴다.





예부터 천주교 교우촌으로 끈끈한 공동체 두터워

과거 마을은 100가구가 살 정도로 꽤 큰 규모였다. 경로회관 자리도 집터 였으며, 그 주변으로도 줄지어있을 정도였다. 현재는 20여 가구가 살고 그 마저도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외지에서 오가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적은 수라도 교류가 잘 되고 이웃 간의 정이 깊다.


이에 관해 주민들은 “마을이 예부터 ‘천주교 교우촌’으로 모두가 같은 신앙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들은 주일이면 함께 마을 끄트머리에 자리한 백석(차돌빼기) 공 소에서 미사에 참례하고, 전주교구 소속 본당인 고산 성당에 다녀오기도 한다. 종종 식사도 같이하는데, 마을을 찾은 날에는 마침 점심으로 먹을 비빔밥 을 만들던 참이었다.



마을회관에서 점심 식사준비하는 이영순 씨.


이날의 요리는 이영순(68)씨가 맡았다. “아침에 같이 감을 따다가 마침 상추며, 버섯이며 밭에 재료가 많이 있길래 그거 캐다가 비빔밥 해주겠다고 하고 회관에 왔어요.” 주로 안해숙(72) 부녀회장과 돌아가며 음식을 만드는데, 이들 덕에 주민들 은 고된 일과를 마치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할 시간을 갖는다.

식사 준비가 모두 끝나자 곳곳에서 주민들이 회관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듯 서로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 식탁에 두고 도란도란 하루의 안부를 묻는다. 회관 앞집에 산다는 박노순 어르신도 자리를 함께했다.



점심에 먹을 상추를 수확하는 박노순 어르신.



볕에 잘 말라가는 상수리열매


“혼자서는 적적해 서 밥을 잘 안 챙겨 먹는데, 이렇게 자주 회관에서 맛있는 음식 나눠 먹으 니 너무 좋아.” 수확 철이라 쉴 틈이 없다는 병기 씨도 식사만큼은 함께한다. “많이 먹고 힘내서 오후도 열심히 해봐야죠.” 어느새 북적북적해진 회관이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백석마을에서는 흔 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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