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면 구제리 백석마을] 5대째 마을 토박이 문홍식 어르신2022-10-24
- 첨부파일
- IMG_7322.jpg
마을 옛모습 아직 생생한데
백석마을에 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군지 물으면 모두가 입 을 모아 ‘문홍식 어르신’이라고 전한다. 원주민이 단 7가구만이 남은 이곳에서 문홍식(85) 어르신은 5대째 살아가고 있기 때문 이다. 주민 모두가 감 수확으로 바쁜 10월 5일 오후, 홍식 어르신도 함 께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연로한 나이로 거동이 불편하여 지팡 이를 짚는다.
“우리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껏 여기를 벗어난 적이 없어. 마 을 주변으로 산이 많다 보니 예전부터 감 농사를 많이 짓는 편이 었지.” 뒷산을 가만 바라보던 어르신은 “한국전쟁 때 저 속에 인민군들 이 숨어지냈다”고 말하며 그로 인해 마을이 피해를 보았던 이야 기를 들려주었다.
“저녁이면 이곳에 내려와 사람들을 괴롭히고 식량을 모두 털어갔어. 그때 대부분이 외지로 피난을 가면서 원 주민이 많이 사라진 거야. 또 한번은 마을에 큰불이 난 적이 있었 는데, 그때 타고 남은 터에 서까래를 만들어 급하게 집을 짓고 살 았던 기억이 나네. 그때 내 나이가 15살 때였어.” 어제 일어난 일은 까마득해도 그 옛날에 일어난 일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어르신.
60년 전 결혼할 무렵 어머니가 혼 수품으로 내어 준 접시와 사발의 개수, 숟가락과 젓가락의 개수 도 또렷이 외우고 있다.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 마을에 있는 온갖 일 은 내가 다 한 것 같아. 누가 필요하다 그러면 자다가도 달려갔 지. 그렇게 돈을 조금씩 모아서 소 몇 마리 사서 기르고 팔고⋯.”
젊은 시절 쉴 틈 없이 일을 해와서인지 요즘 어르신 몸 성한 곳이 없다. 최근에는 당뇨로 합병증을 앓게 되어 구급차에 실려 간 적 도 있다. 그렇다 보니 어르신의 요즘 가장 큰 바람은 가족들이 걱 정하지 않도록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다. “힘들게 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젊어서 일하고 살림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그때로 돌아간다면 또 그렇게 열심히 살 것 같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