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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고은경 이서면 문화이장 2022-09-26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고은경 이서면 문화이장



모두의 고민을 문화로 바꾸고 예술로 연결하다


이서면 고은경 문화이장

이서면 갈산리와 전주시 만성동이 맞닿은 전북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타지에서 이사 온 경력단절 여성 인구가 늘고 있다.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 없이 타향살이하는 이들은 집 밖으로 나와 소모임과 공동체를 만들며 연결망을 넓혀가는 중이다. 문화이장 5기로 활동 중인 고은경(42) 씨도 2015년부터 이서에 거주하면서 공예강사로 일하고 문화장날주민기획단, 완주문화예술교육 공동체 모모씨 마을이서권역 활동을 이어왔다.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떠났던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경력단절 여성에서 공예 강사로

대학 졸업 후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고은경 씨는 결혼과 출산으로 자연스레 일터를 떠나게 됐고 대부분의 일상을 가정 안에서 보냈다. 그러다 은경 씨는 임산부 때 주변에 있는 여성 모임에 나가면서 새로운 취미를 얻게 됐다. 당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뜨개질을 하던 것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로도 계속 실과 관련된 공예들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해마다 바뀌는 유행에 따라 펀치니들 자수, 니들 위빙, 마크라메 등을 배우고 익혔다.


결혼하고 바로 1~2년은 일을 못 하고 아이만 키우면서 지냈는데 그때 남편이 옆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며 응원해줬어요. 그래서 모임에서 배운 뜨개질이 취미가 되었고 한 번 바깥에 발을 내딛어보니까 더 많은 활동을 하는데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를 위한 모자, 덧신을 만들다가 점점 가방이나 인테리어 소품 등 품목도 다양해졌다. 꾸준하게 수공예를 배웠던 은경 씨는 2017년부터 장터나 플리마켓에 공예품을 팔기 시작했고 펀치니들, 위빙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완주군 내 평생학습사업소, 청년거점공간, 기관 등에서 강사로서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집에만 있다 보면 자신감을 잃게 되는데 밖에서 한 번씩 일을 했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집에서는 아이의 엄마로서 내가 존재하는데 밖에선 온전한 내 자신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일에 도전도 해보고 사람들하고 많이 어울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점차 자신감을 얻게 된 은경 씨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갔다. 2019년부터 3년간 이서 문화어울림장터 재능나누리마켓에 운영진으로 참여해 재능을 나눴고 완주와일드푸드축제나 프러포즈축제 등 다양한 행사에서 수공예 부스를 운영했다. 그리고 이때 만난 인연들이 지속되어 함께 새로운 일들을 꾸며내기도 했다.


하나로 모이는 지역 사람들

2020년 은경 씨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문화장날 사업을 통해 이서품장행사를 기획하는 주민기획자가 되었다. 이때 이서 지역에 있는 공예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은경 씨를 비롯한 주민기획자들은 그동안의 행사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하면서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

행사에서 수공예 부스는 구경거리만 되고 판매는 잘 안된다는 게 모든 공예가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예요. 그래서 이서품장에서는 공예품을 판매하지 않고 색다른 걸 해보기로 마음이 모였던 것 같아요.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행사를 만들어보기로 한 거죠.”


그렇게 주민기획자들은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실을 이용해 뜨개 공예를 하는 은경 씨는 실순이가 되었고 도자기를 빚는 흙돌이’, 그림 그리는 붓쟁이도 함께였다. 행사에서는 책과 체험 재료를 함께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그는 행사에 찾아온 사람마다 책 속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공예가들의 마음을 전했다.


자주 모여서 회의하고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같은 공예가들끼리 통하는 게 있다 보니 다들 열정적으로 준비했고요. 이게 잊혀지기 전에 이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활용해서 다른 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서지역 주민반상회



  

문화장날 이서품장 행사 풍경


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 5기 공유테이블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지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주민기획자 은경 씨는 지난해 문화이장 5기로 선정되어 올해로 문화이장 2년차가 되었다. 그는 작년에 완주문화재단에서 교육받은 내용과 더불어 이서 지역의 특수성을 결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문화이장으로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내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역에서 풀어나가려고 해요. 2년 전에 이서 지역의 공방 네트워크를 위해 지도도 만들고 다양한 작업들을 했는데 제대로 마무리를 못 지어서 이걸 다시 활성화해볼 생각도 있고요.”


지원사업의 기간이 만료되고 나면 사업이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은경 씨는 새로운 기획을 발굴하기보다는 미처 끝내지 못해 아쉬웠던 걸 이어가고자 한다. 이는 몇 차례 이뤄진 반상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동조한 의견이기도 하다.

지원사업을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으니 이걸 토대로 프로젝트를 추진해보고자 해요. 문화이장이라는 역할의 무게가 무겁지만 작은 일이라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또 의외로 시간이 부족해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 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문화사업도 생겨나길 바라요.”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2년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을 통 해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 원하는 이 사업은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청소년 소수다’, ‘일단 페미니즘’, ‘농인청인문화예 술활동프로그램’, ‘문화다양성 활동사례발굴 및 확 산’,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 에 기반한 지역사회의 변화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 며 문화다양성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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