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최미경 화산면 문화이장 2022-06-23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최미경 화산면 문화이장

시골 마을에 예술로 스몄다


화산면 최미경 문화이장

 

완주 화산골의 작은 마을인 수락마을. 이곳은 주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었던 대표적인 문화소외지역이었다. 지리적으로도 골짜기에 위치해 외부 강사들이 출장 오는 걸 꺼려하는 곳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3년간 문화이장 1기로 활동한 최미경(50) 씨는 지역에서 가장 절실했던 문화공간을 가꾸고 이곳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예술작가와 지역 어르신, 아이들은 하나 되어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위_전시 '움, 정원이 되다' 오프닝

2018년 1, 2기 문화이장 위촉


농촌 빈집에서 문화공간으로

최미경 씨는 20년 전부터 전주에서 케이크 디자이너로 일했고 이후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제과·제빵 교육을 해왔다. 2017년에 그는 가까운 지역인 완주로 귀촌을 결정했고 낡은 집터를 사들였다. 그곳은 그의 개인 작업장이 되었고 곧 모두의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개인 작업장에서 열린 공간으로 변하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가 이곳에 귀촌을 하고, 문화이장에 선정되고, 문화공간을 꾸렸던 과정이 거의 한 번에 이뤄졌어요. 우연히 문화재단을 알게 돼서 문화이장 1기로 활동했는데 그때 문화의 필요성과 가치를 배웠거든요. 이 시골에서는 일단 공간이 필요하니까 한번 꾸며보기로 했던 거죠.”

그가 귀촌한 화산면에는 화산골작은도서관 외에는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또한 책 읽는 공간인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경 씨를 비롯한 귀촌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교류는 단절되고 고립되었다. 이에 미경 씨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매입한 헌 집이 2년 동안 사용을 안 했던 곳이라 곳곳에 문제가 많았어요. 가운데는 물이 새고 곰팡이도 나고 그랬는데 계속 고치고 또 고쳤죠. 혼자서 작업하는 공간은 크지 않아도 되니까 작업장을 쓰고도 남는 공간은 같이 쓸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그렇게 미경 씨는 농촌의 빈집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집터에 남아있었던 옛 빨래터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내 문화아지트 빨래터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문화아지트 빨래터는 주민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이 되었고 201810월에 화산초등학교 아이들을 초대한 할로윈데이 파티는 문화활동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후 2019년 초에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동체 사업 메이드 인 공공을 통해 주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도 했고 화산면에 있는 예술인들이 수업을 열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이 수업을 이끄는 강사가 되거나 참여자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예전엔 몰랐는데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가까운 곳에서도 재능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속적으로 소통이 이뤄지다 보니까 지역에 숨어있던 인적자원을 발굴할 수 있었던 거죠. 그때 화산면 주민분들이 공예나 민화 수업을 진행했어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치

2017년부터 3년간 최미경 씨는 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으로 지역문화 매개자 역할을 해왔다. 당시 문화이장 사업은 1기로 처음 시행된 거라 우여곡절도 있었다. 재단과 완주군 13개 읍면의 문화이장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체계와 틀을 잡았고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문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문화라는 건 돈 많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시골 환경에서는 꿈도 못 꾸는 거라고 여겼죠. 근데 문화이장 교육 때 문화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고 실생활에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단 걸 알게 됐어요. 사람들과 문화로 연결될 수 있고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사업을 추진하는 데 더 힘이 생겼죠.”


이에 최미경 씨는 다양한 사업을 연계시키며 문화사업을 이끌어나갔다.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2019, 2020완주 한달살기정책을 활용했다. 이 정책을 통해 예술작가들은 지역에 머무르면서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주민들과 문화로 소통했다. 마을 주민들은 처음엔 어색해하다가도 금세 마음의 문을 열고 문화아지트 빨래터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처음엔 어르신들이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며 궁금해하면서도 참여는 잘 안 했어요. 그래서 초복, 중복, 말복에 닭 잡아서 마을 사람들 초대해서 같이 먹으면서 친해졌어요. 이곳이 언제든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라는 걸 홍보하고 싶었거든요.”

낯설어했던 주민들도 점차 적극적인 태도로 변했다. 요즘 이들은 미경 씨에게 먼저 다가와 이번 달 문화프로그램은 언제 진행되는지 묻곤 한다. 어느덧 주민들은 한 공간에 모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 익숙해진 것이다.

 

시골빵집, 과감한 도전

지난 5년간 문화아지트 빨래터는 여러 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곳은 주목적인 주민들의 문화향유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2020년 제7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농촌빈집 유휴시설활용 우수사례로 전라북도대회 최우수상을 받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개인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도 뒤따랐다. 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공간유지비용을 혼자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사업은 거의 봉사에 가까워요. 공간 운영자는 원데이클래스의 강사로 참여할 수도 없어서 제과·제빵 수업을 열고 싶어도 못 했죠. 그래서 제가 공간은 공간대로 운영하고 수업은 외부로 다녀야만 했어요. 근데 완주 한달살기사업을 끝내고 나서 공과금이라던지 혼자서 감당해야 할 게 많아져서 빵집을 차려보자고 계획하게 된 거예요.”


미경 씨가 빵집을 차리게 된 것에 경제적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외딴 시골에 빵집을 운영한다는 건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가 빵집을 계획했던 건 그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더 이상 외부로 나가지 않고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그는 지난해 3화산애빵긋이라는 빵집을 열었고 같은 해 9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빵집은 우려와 달리 금세 입소문이 났다. 화산애빵긋 대표이자 지역의 문화매개자 역할을 지속해오는 그의 계획이 궁금했다.

지금도 문화아지트 빨래터는 문화공간으로 잘 활용되고 있어요. 요즘엔 화산면 청년이장과 지역 청년들이 이곳에 모여 원예도 하고 쿠킹클래스도 해요. 앞으로도 이곳이 주민들의 놀이터가 되고 예술인들도 맘껏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화산애빵긋]

주소 완주군 화산면 화산로 702

문의 010-5831-2178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아파트르네상스] 이서 하늘가아파트 이웃사촌공동체
다음글
[웃어라공동체] 3년만에 열린 고산향 단오맞이 한마당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