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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리 율곡마을] 노인회장 유평희-최인자 부부2022-02-03

[신교리 율곡마을] 노인회장 유평희-최인자 부부




묘목밭을 둘러보는 부부. 부부의 첫째 아들은 1996년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현재 공직에 있다. 아들이 합격증서를 받은 날은 살아오며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남은 삶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에 오가는 사람 하나 없던 고요한 오후, 노인회장 유평희(85), 최인자(80) 부부 댁을 찾았다. 앞서 경로회관에서 열렸던 연초 행사에서 안면이 있어서인지 부부는 ‘반가운 손님이 왔다’라며 우리를 흔쾌히 집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추위에 언 몸도 금세 녹일 만큼 따뜻하게 데워진 이불 아래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부부가 처음 연을 맺었던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1964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올해로 58년 차 부부다. 아내 최인자 어르신은 처음 남편과 연을 맺게 된 날을 떠올리며 “하도 좋은 사람이 있다 그러기에 소개받아 결혼했는데 갑자기 이런 산골짜기에 살게 된 거야”라며 웃었다.


슬하에 자녀 여섯을 둔 부부는 육 남매를 가르치기 위해 벼농사와 복숭아 과수원을 2천 평씩 지으며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일했다. 인자 어르신은 “옛날에는 차도 없고, 길이 험하다 보니 왕복 8km씩 걸어서 등하교했어. 그래서 동트기 전 새벽부터 7개 도시락을 만들어야 했지. 그다음엔 시어머니와 남편 밥을 차려줘야 했고”라며 종일 끼니 걱정뿐이었다는 당시 그의 하루는 말 그대로 밥만 하다 훌쩍 가버리곤 했다.


부부가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한 덕분에 자녀들은 모두 성실히 학업을 이수했고 줄줄이 명문 학교에 입학하여 마을의 자랑이 되었다.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큰아들이 행정고시에 합격했을 때였어. 당시 동네 골목마다 축하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라고 말하는 평희 어르신 얼굴엔 연신 미소가 번졌다. 지난한 세월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요즘 부부의 일과는 밭에 심은 나무들을 살피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 전부다. 코로나 생기기 전에는 여행 다니는 것을 즐겨서 중국과 태국, 싱가포르 등 해외도 종종 다녔지만, 재작년부터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평희 어르신은 “20년간 산악회장으로 활동하며 전국 방방곡곡 오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였어. 사람들과 어울려 등산하는 낙으로 살았는데 요즘엔 그럴 수 없어 아쉽지”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올해에는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족들의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부부. 새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묻자 언제나 그랬듯 자식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빈다.


“자녀들, 손주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야. 코로나가 얼른 사라져서 모두 맘껏 학교도 다니고, 더 넓은 세상을 구경했으면 해. 또 가능하면 여생 동안은 주위 어려운 사람들 있으면 돕기도 하고 봉사도 하며 살고 싶어. 과거에는 삶이 힘들어 너무 앞만 보며 살아왔거든. 최소한 죽은 뒤에 ‘그 사람 참 좋다’는 소리는 못 듣더라도 ‘그 사람 참 나쁘단 소리’는 안 들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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