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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食이야기] ⑪ 즐거운 콩나물2020-01-10

[로컬푸드 食이야기] ⑪ 즐거운 콩나물


즐거운 사람들이 키우는 즐거운 콩나물

 

완주에 유일한 무농약 콩나물, 숙주나물 재배업체인 즐거운 영농조합을 찾은 날은 간밤에 내린 서리로 유독 추운 아침이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경쾌한 암반수의 물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공장 안은 시원한 기운이 가득했다. 숙주는 콩나물보다 쉽게 부러져서 자동세척기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세척해준다고 한다. 암반수에 맨손을 담궈 숙주나물을 껍질과 분리해내는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손이 시렵지 않은지 여쭤보니 어머님들은 괜찮다고 하신다. “땅속에 있던 암반수라서 별로 안 차가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미지근해서 작업하기 좋아괜찮다는 말씀에 손을 담궈보니 물이 제법 차갑다. 농촌에서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냐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의 손에는 굳은살이 켜켜이 박혀 있었다.

 

즐거운 콩나물은 완주에서 유일한 무농약 콩나물이다. 즐거운 영농조합은 201011월 경천면 종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창립멤버이자 이사로 현재도 생산현장에서 일하시는 정일순여사님(73)은 완주 경천면에서 태어나 전주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10년 전 귀농했다. 귀농 후 농사만으로 안정된 소득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함께 귀농한 멤버들과 함께 즐거운 영농조합을 만들기 위해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출자금을 모았다. “한집 당 열번씩은 찾아다녔어. 처음에는 다들 어려울 거라며 참여를 안했는데, 1년 정도 잘 운영되는 걸 보고 사람들이 한두명씩 참여하기 시작했지정일순여사님은 귀농 후 농사지으려고 사 놓은 땅을 공장 부지로 내놓았다. 이때 내린 결정이 지난 10년 동안 즐거운 콩나물 맛의 비법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농사지을 때 쓰려고 파둔 관정이 있는데 수질검사를 했더니 미네랄이 풍부한 암반수라고 식수로도 쓸 수 있다고 했어. 콩나물은 물로만 키우는데, 여기 물맛이 좋아서 우리 콩나물을 먹어본 사람들은 특히 더 고소하다고 해. 인근에 물 사정이 안 좋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공장에서 식수를 길러가기도 하는데 여기 물로 동치미를 담그면 그렇게 맛있다고 하네. 그만큼 물이 좋아



 


콩나물은 7, 숙주나물은 5일 동안 기른다. 3시간에 한번씩 물을 주고 온도 유지와 빛차단 등 관리도 철저히 하며 기르는 과정에 손을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 콩나물은 다른 곳 콩나물보다 더 짧고 가느다란 게 특징이에요. 찜요리나 국에 많이 쓰이는 통통하고 뿌리가 짧은 콩나물은 더 빨리 키우느라 기르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요. 무슨 약을 어떻게 쓰는지 관심도 없고 안 해봐서 전혀 몰라요.” 지난 6년 간 영농조합 대표로 일해온 엄명혜 대표님은 전통방식 그대로 키우되 더 깨끗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즐거운 콩나물은 뿌리의 길이와 몸통의 길이가 거의 비슷하다. 좋은 콩나물을 고르려면 뿌리의 길이가 적당히 길게 나 있는지 봐야하고 삶거나 데쳤을 때 머리가 반으로 쉽게 갈라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 있는 것도 좋은 콩나물이라고 한다. 사람이 먹어도 맛있는 암반수를 쓴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비법인데, 한가지 비결이 더 있었다.


 

흔히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선 모습을 가르켜 콩나물 시루같다고 한다. 하지만 좁고 답답한 공간의 대명사인 콩나물 시루는 즐거운 영농조합에서는 통하지 않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업체에서는 플라스틱 시루를 사용하는데, 즐거운 영농조합에서는 국내에서 2곳밖에 없다는 대형 스테인레스 시루를 쓰고 있다. 한번에 40kg을 재배할 수 있는 크기에서 밀식을 하지 않기 위해 20~25kg 씩 재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란 즐거운 콩나물이어서인지 즐거운 영농조합의 콩나물은 쉽게 상하지 않고 싱싱함이 더 오래간다.

 

3시간에 한번씩 암반수로 물을 주고, 7일을 채워 제 속도로 자란 콩나물을 꺼내 다시 암반수에 3번 세척한다. 이것만으로도 즐거운 콩나물이 특별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렇게 맛있는 콩나물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레시피를 여쭤봤다. (작년 할미레시피의 추억이..^^;) ‘각자 입맛대로 간을 맞춰서 잘 끓이면 된다는 쉽고도 어려운 말씀을 하셔서 다른 비법이 없는지 더 여쭤보니, 마늘은 절대 넣지 말라고 하신다. 콩나물 무침이나 국에 마늘을 넣으면 콩나물의 시원한 맛을 없애고, 콩나물이 얇아지게 만든다고 한다. 콩나물국이나 콩나물 무침 외에도 불린 쌀 콩나물과 무를 얹어 밥을 지어서 겨울철 별미로 먹기도 한다. 라면이나 된장국 등 국물 요리에 콩나물을 넣어 함께 끓이면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도 즐기고 더욱 더 시원한 국물맛을 즐길 수 있다.

 

어머님들은 세척과 포장 공정이 끝나는 사이사이 쉬지 않고 버려지는 콩나물이 없도록 하나라도 더 골라내고 계셨다. 너무나 흔하고 싼 식재료여서 귀한 줄 모르고 먹었던 콩나물이었는데, 한줄기도 버리지 않으려고 골라내는 모습을 보며 다른 콩나물에 비해 유독 고소하다는 콩나물 맛의 비법은 역시 정성이구나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공장을 나오면서 무거운 콩나물 바구니를 들고 나르는 힘든 일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상을 어떻게 견뎌내시는지 궁금했다. 일할 수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며 웃는 어머님들의 얼굴을 보며 질문을 거두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은 지루해 할 일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 새해 처음으로 찾은 즐거운 영농조합에서 나는 콩나물을 키우는 정직한 비법처럼 일상을 더욱 건강하게 키워내는 비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즐거운 영농조합]

- 무농약 즐거운 콩나물 300g 1700

- 무농약 즐거운 숙주나물 250g 1800

- 구입처 : 완주 로컬푸드 및 완주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 구입문의 : 010-2708-0341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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