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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예술농부 휴먼 아카데미2019-11-14

2019 예술농부 휴먼 아카데미


2019 예술농부 휴먼 아카데미

3일의 기록

 

완주문화재단이 2017년부터 추진해온 예술농부사업은 오랜 세월 땅을 일구며 농업의 가치를 몸소 실천해 온 이 땅의 농부들을 향한 오마주다. 농부와 예술가의 만남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조화, 지혜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노래한다. 농부들이 한 해 동안 돌본 작물을 거둬들이는 추수의 계절에 올해 예술농부도 결실을 함께 나누는 자리인 예술농부 휴먼 아카데미를 마련했다. 아카데미는 1026일부터 112일까지 매주 토요일 삼례문화예술촌 시어터 애니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이서 대문안 마을에 사는 국화옥 농부

1019일 오후 3예술농부 휴먼 아카데미첫 번째 주인공으로 이서 대문안 마을에 사는 국화옥 농부가 무대에 올랐다. 43년생, 익산시 왕궁면에서 출생해 이서면으로 시집왔고, 농사경력은 50여년이다. 웬만한 직장도 은퇴라는 것이 있는데 국화옥 농부의 농사일은 시작과 끝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 삶과 일이 모두 땅과 함께 흘러갔다. 그이의 삶을 기록한 참여 예술인은 쌤스튜디오(강성범, 김혜지, 배형주)와 배영은 작가다.



휴먼아카데미 콘서트. 왼쪽부터 예술농부 기록팀 참여작가 윤혜진, 배형주, 배영은, 국화옥, 강성범, 김혜지, 박성현


쌤스튜디오의 작품이 먼저 상영됐다. 음악과 영상이 천천히 흘러나온다. 처마 밑으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멜로디언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국화옥 농부의 앙 다문 입술, 눈가의 주름이 화면에 가득 찬다. 강성범 작가는 영상은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촬영했고 뮤직비디오 적인 표현도 있다. 할머니가 작물을 키우고 그것이 유통이 되고 소비자들의 식탁으로 가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영상과 음악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영은 작가가 작사·작곡한 곡이 연주됐다. 국악기와 양악기의 조화 속에 고운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리꾼이 노래한다.

꽃이 피었네. 아낌없이 피는 꽃

흙의 노래는 그야말로 국화옥 농부에게 헌정하는 노래다. 배영은 작가는 할머니의 이름 중에

꽃 화가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할머니가 꽃처럼 아름답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악기 구성이 하나씩 늘어나서 처음에 구상했던 곡보다 풍성해진 지금의 곡이 탄생했다.



관객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국화옥 농부의 가족들은 울먹이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사람들이 부모님 뭐 하시냐 물어볼 때 농부라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지금의 모습을 보니까, 그때 부모님의 삶이 결국 제가 살아가는 목표이자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예술 하시는 분들이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대둔산 산골 홍학기 농부와 오작가들

1026일 열린 예술농부 휴먼 아카데미 두 번째 시간은 홍학기 농부가 주인공이었다.

홍학기 농부는 운주면 대둔산 산골을 터전으로 14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자연인이다. ‘태평농법을 설파하며 마을에서는 못하는 것이 없는 동네박사로 통한다. 인간을 위한 농사가 아닌 땅과 자연을 위한 농사로 먹고 살며 그저 건강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사는 것이 그의 철학.

접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던 홍학기 농부와 오정균·오태풍 작가 세 사람은 예술농부를 통해 인연을 맺고 서로의 시간에, 관계에 스며들었다.




휴먼아카데미 콘서트. 왼쪽부터 예술농부 기록팀 참여작가 윤혜진, 오정균, 홍학기, 오태풍, 박성현


이날 자리에서 오태풍 작가는 다큐멘터리 <>를 선보였다. 오 작가의 영상 속 홍학기 농부의 정직한 말과 삶은 깊은 울림을 준다. ‘건강한 먹거리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지’, ‘화학농법 때문에 땅이 다 죽어. 땅을 살리는 방법을 공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 ‘욕심을 버리는 게 굉장히 어려운거야등 무게감 있는 말들을 던진다. 오 작가는 농부님과 대화하면서 제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과정 중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충돌했다. 결국 농부님의 마지막 한 마디에 나는 쓸데없는 고집과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칭 본격귀촌뮤지션 오정균 작가는 홍학기 농부를 위한 헌정주제가 <미스터 홍 인 더 마운틴>을 발표하며 타악연주가 박인열 작가와 협업 무대를 꾸며 큰 호응을 얻었다. 115일 정식음원이 발매돼 각종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홍학기 농부는 저는 예술은 0점이다. 그래도 맨날 집에 틀어놓을 거다. 지나가면서 다들 들으라고!”라며 얘기도 나누고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동화되는 부분이 있다.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다 편하다며 웃었다.

 

자립농을 꿈꾸는 고산면의 이종란 농부

112일에는 마지막 주인공인 고산면에 사는 이종란 농부가 무대에 올랐다.

엄청나게 번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애.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김선교 작가의 영상 <한 알의 밀알이 죽으면>은 이종란 농부의 고민으로 시작한다. 젊은 이종란은 무엇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고민했다. 그 물음 끝에서 그녀는 농사라는 답을 찾았다. 그렇게 돌아온 농촌을 그녀는 18년 동안 지켜왔다.




휴먼아카데미 콘서트. 예술농부 기록팀 참여작가 윤혜진, 박인열, 이종란, 김선교.


이번 생에는 자급의 토종종자농사를 열정을 가지고 하겠다.”

이종란 농부가 꿈꾸는 농사는 자립농이다. 그녀는 농민이 외부 자본에 손 벌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농약이나 비료가 아니라 농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농사지을 때, 농민도 자연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급농법은 힘들지만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패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죽을 때까지 이렇게 할꺼니까.”라고 말이다.

박인열 작가는 종란이라는 이름과 그녀의 삶을 연결시켰다. 그는 타악기를 활용해 <종란(鐘蘭)새벽난초>라는 곡을 발표했다. 박인열 작가는 공연서두에서 이 곡은 이종란 농부의 밭을 돌아보며 즉흥적으로 탄생한 음악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종란 농부의 밭에서 들리는 소의 울음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녹음된 배경소리로 깔리며 음악은 시작됐다. 배경소리와 어우러진 타악기들의 부드러운 울림은 청중들에게 당시의 서정적인 상황을 전달하였다.

 

한편 올해로 3년차를 맞은 예술농부는 올해 연계 사업 발굴을 통해 로컬푸드(농업 또는 농부)와 예술의 이색적인 조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로컬푸드 사회적모델 최우수 사례에 선정,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수상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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