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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놓다] 이주여성2019-09-16

[무지개다리를 놓다] 이주여성

 

배꼽 위 두 손과 팔짱은

다르지만 같은 높이

 

설은 있는데 추석은 없어요

베트남 며느리들 경로당서 고향문화 설명

알게 되니 가깝게 느껴지네

어르신들 월남모자꾸며보며 문화공유

 

안녕하세요. 저는 베트남에서 왔어요. 오늘 우리 문화를 알려주려고 해요. 한국에서는 배꼽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죠? 베트남 아이들은 팔짱을 끼고 인사해요. 설날은 베트남에도 있지만 추석은 없어요.”

지난 816일 오후 이서면 남양사이버아파트 경로당. 베트남 전통 옷 아오자이를 입고 온 이주여성 팜티마이(29)씨가 고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베트남어로 인사를 하자 어르신들이 따라한다. 이순남(80) 어르신은 동네에서 어쩌다 베트남 며느리를 보곤 하지만 이야기를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오늘 이렇게 만나니까 베트남이 좀 가깝게 느껴진다고 웃었다.


 


베트남 전통모자 만들며 문화 교류

이날은 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마을경로당으로 찾아가는 다문화이해교육다섯 차례 중 마지막 순서였다. 이들은 베트남의 문화와 날씨 등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후 베트남 국민모자 논라를 꾸미는 체험을 시작했다.

논라는 베트남 사람들이 자주 쓰고 다니는 고깔모양의 모자로 종려나무와 코코넛나뭇잎으로 만든다. 소나무 오일과 알코올을 발라 비가 새는 것을 막는다. 비가 많이 오고 더운 베트남에서는 이 모자는 없어선 안 될 필수 용품. 게다가 모자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우산, 부채, 장바구니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어르신들은 월남모자라고 부르더니 이게 베트남 모자구만하며 논라를 신기한 듯 머리에 써본다. 이내 이주여성 강사들의 설명에 따라 하나둘 만들기를 시작한다.

강사들의 설명을 듣고 어르신들은 모자에 베트남 국기를 그려보기도 하고 베트남의 국화인 연꽃을 그려보기도 한다.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쓰는 사람도 있다. “어제 광복절이었잖아요. 베트남 국기 옆에 태극기를 그려보는 건 어때요?”라는 강사의 말에 태극기를 함께 그리는 어르신도 있다.

이은순(84) 어르신은 이렇게 모자 만들기 하고 있으니 내가 베트남 사람이 된 것 같다이 모자 하나 있으면 잘 쓰고 다닐 거 같다. 다음에 또 한다고 하면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 우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

이날 강사를 맡은 투항(25)씨는 한국에 온지 5년가량 됐다. 차근차근 한국어를 습득했고 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지난 짜넴(베트남 튀김) 요리하기 수업 이후 오늘이 두 번째. 그는 고향에 대해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의 어르신들에게 베트남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 좋다. 베트남에 소수민족이 54개 있는데 다음번 수업에는 그 부분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투항씨의 어린 자녀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아이가 엄마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엄마는 베트남어도 할 수 있는데다 엄마의 고향인 베트남도 같이 다녀왔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웃었다.

어릴 적 투항씨의 꿈은 여행가이드. 일찍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지만 요새는 이를 실현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투항씨는 저는 베트남어도 할 수 있고 한국어도 할 수 있다. 아직은 기회가 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여행가이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팜티마이(29)씨는 6년 전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살면서 힘든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단번에 없다라고 대답한 그는 집안의 어르신들과 같이 사는 한국문화 때문인지 어르신들이 전혀 어렵고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오늘 만난 어르신들도 자신의 친할머니 같다고.

그는 수업 전 베트남의 문화를 잘 받아들이실지, 혹시 거부하시진 않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괜찮은 것 같다베트남이 가끔 그립긴 하지만 이런 체험 강사를 하면서 베트남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난다. 아직 경험이 많이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

여전히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편견들이 여럿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베트남 여성들은 붙는 옷을 좋아하지만 한국의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이해하면 그러한 취향 등도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질 거 같았다.”

이번 프로그램을 신청한 김기숙(39·완주문화재단 문화이장)씨의 신청 동기이다.

완주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완주군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생활이 어려운 요인으로 문화적 차이가 4(14.4%)를 차지했고, 불만족스러운 한국생활의 이유로 문화적 차이가 3(14.3%)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박다비 담당자는 그동안은 아이들 위주의 다문화이해교육을 많이 진행해왔다. 하지만 평소 상담을 받다보면 고부간의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이번부터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경로당을 돌며 프로그램을 연 결과, 어르신들의 반응은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고 낯설어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보면 우리와 똑같다라고 반응 하는 것이 대다수. 박씨는 다문화사회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특히 문화적 차이나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이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르신들에게도 오늘처럼 천천히 다가가면 서서히 생각을 바꿔 가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어 한마디]

씬짜오(안녕하세요)

깜언(고마워요)

씬로이(미안해요)

땅비엣(안녕히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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