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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食이야기] ⑦ - 단호박 식혜2019-09-16

[로컬푸드 食이야기] ⑦ - 단호박 식혜



충동구매 부르는

먹고 싶은 노란색

 

완주 로컬푸드 매장에 가면 단호박식혜, 단호박떡, 단호박영양찰밥 등 먹음직스러운 노란색과 담소담은이라는 단정하고 소박한 상표가 유독 눈에 띈다. 매장에 갈 때마다 소담한 모양새에 이끌려 하나씩 충동구매로 사게 되고, 먹어 보면 단골 고객이 되는 제품들이다.


식스토리를 취재하면서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담소담은의 정선진 대표님은 바쁜 일정으로 취재 약속을 잡기 힘들었다. 추석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쁜 8월 말 연락이 닿았고, 이른 아침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장에 찾아가 즐겨 먹던 제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행운을 얻었다.

 

농사를 하면서 매년 수확하고 가격을 책정할 때면 늘 도박을 하는 것처럼 불안한 마음이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도 컸고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완주 로컬푸드가 생겼고, 내가 가격을 정할 수만 있다면 로컬푸드를 하겠다며 함께 시작했어요.”

 

정선진 씨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집안에서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났다. 막내딸이라 애지중지하며 키운 부모님 밑에서 힘든 농사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20대 초반에 대규모 농사를 하는 집안에 시집와서 살면서 30년 가까이 농부이자 주부로 살면서 이제는 사업가로 살고 있다. 언제나 자신은 농부라고 얘기하는 그녀는 농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이 나 있었고, 진지했으며 호기심 많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눈빛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농사는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했어요. 2008년도에 농협에서 단호박씨앗을 주면서 계약재배를 시작했어요. 씨를 받아서 모종을 키우고 농사를 시작했는데 첫해 농사는 실패했어요. 몇 십 년 동안 비료가 축적된 땅에서는 넝쿨만 넓게 자라고 호박은 잘 열리지 않았던 거죠. 첫해 800평 농사에서 씨 값 16만원을 들여 상품가치 있는 것만 팔고 나니 수익이 26만원이었어요.” 

 

 


모양이 예쁘지 않아 매장에서는 상품 가치가 없는 단호박이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보우짱이라는 품종의 미니단호박을 그냥 버릴 수가 없어 먹을 만한 것은 주변 지인들에게 다 나눠주었다. 그러고도 남은 것들로 피자, , 머핀, 쿠키 등을 만들었다. 힘들게 농사지은 단호박을 그냥 둘 수 없어서 이제는 농부에서 요리연구가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부모님과 농사일을 돕는 사람들까지 10명의 식사를 매일 5끼씩 준비했어요. 음식을 잘해서 한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잘 할 수밖에 없었죠. 여러 끼니를 준비하면 매번 밥이 많이 남았어요. 그 때 남은 밥으로 식혜를 자주 만들었는데, 단호박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단호박을 넣고 설탕을 줄인 식혜를 만들어 봤어요.”

 

힘든 농사일과 고된 부엌일을 동시에 해낸 어린 나이의 정선진 씨에게 어떤 특별한 힘이 있었을까? 그녀는 시집 온 며느리로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나도 저들과 함께 일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던 것은 지금도 인생의 멘토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든든한 시아버님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런 응원과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것도 그녀의 뚝심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5번 떡을 쪄보고 덜컥 떡집을 냈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어요. 떡도 맛있는 쌀로 하면 맛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벌레 먹거나 묵은 쌀로 떡을 해달라고 해요. 그럼 맛이 없죠.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내가 떡을 못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갓 도정한 현미로 떡을 했을 때 너무 맛있었어요. 그 때 재료가 중요한 것을 알았죠. 좋은 재료를 쓰면 나처럼 기술이 없는 사람도 만들 수 있구나. 기술이 없으면 좋은 재료를 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안 좋은 재료로 맛있게 하면 기술자겠지만, 저는 그런 기술자가 아니어서 기본을 지키는 것만 해요.”

 

그녀는 혼자서 매일 새벽에 떡을 만들고 매장에 납품을 하고 돌아와서 뒷정리를 했다. 점심 먹고 다시 매장에 나가 매일 시식회를 하며 단호박 제품을 알렸다. 이 일을 혼자서 16개월을 해냈다. 그 노력의 결실로 회사는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단호박과 담소담은을 함께 기억했다. 이제는 어느덧 자리를 잡기 시작해 직원 6명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완주 삼례예술촌에 담소담은 직영 카페도 열었다. 떡 제품과 식혜에서 좀 더 확장해 직접 농사지은 유자로 만든 유자청음료와 쿠키, 유자마들렌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었다. 빠른 도약은 아니지만 계획한대로 순리대로 천천히 확장해가며 처음의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에 약속을 잡아 짧게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야기가 길어져 결국 2시간을 넘겼다. 인터뷰를 끝내고 책상에 있던 수목병리학 책을 보고 물었더니 사람 병을 고치는 의사는 못돼도 아픈 나무 살리는 의사는 되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단 번에 큰 성공을 거둔 사람보다 차근차근 자기 힘으로 작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사람. 자기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많아서 해줄 말이 많은 사람, 오늘 만난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단호박식혜 만드는 법

1. 엿기름을 걸러서 가라앉힌다.

2. 멥쌀로 고들밥을 짓는다.

3. 맑은 엿기름물을 밥에 넣고 6시간이상 당화시킨다.

4. 밥알이 동동 떠오르면 삶아서 갈아놓은 단호박과 설탕을 넣어서 끓여준다.

5. 내열용기에 포장하여 냉장보관 한다.


 

  

 

 

[담소담은 제품안내]

-상품 : 단호박식혜 5000

단호박찰밥 3600

단호박 영양찰떡 3600

송편 1kg 15000

유자마들렌 10개 선물셋트17000

수제쿠키 1봉지 2000

-구입 : 완주로컬푸드 및 농협로컬푸드(봉동, 용진) 매장

-문의 : 063-247-0243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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