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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놓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2019-08-16

[무지개다리를 놓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미니아, 깐냐, 정용기, 다로, 라젠드라, 버빈


우리도 완주사람 낯선 시선 이제 그만


배우고 싶고 즐기고 싶은데
정서적 거리감과 정보소외 여전


□ 우리는 누구?


깐냐(40·캄보디아)

이름: 깐냐

나이: 40

국적: 캄보디아

취미: 텃밭 가꾸기

특이사항: 한국생활 9년차.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씨의 맏언니

다로(27·캄보디아)

이름: 다로

나이: 27

국적: 캄보디아

취미: 제빵, 배구, 오르간 외 다수

특이사항: 한국생활 5년차. 바리스타, 피자, 기타 등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음

라젠드라(34·네팔)

이름: 라젠드라

나이: 34

국적: 네팔

취미: 한국어공부, 자전거타기

특이사항: 한국생활 3년차. 기술에 관심이 많고, 노래를 좋아하는 흥 좀 아는 청년

버빈(26·네팔)

이름: 버빈

나이: 26

국적: 네팔

취미: 수다, 스포츠

특이사항: 한국생활 2년차. 운전을 배워 가까운 바다에 놀러가는 것이 작은 꿈


(+) 참고: 미니아(25·캄보디아), 깐냐의 친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외국인 청년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봉동읍 둔산리의 한 카페에 외국인 청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완주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다. 주로 평일에만 일하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들 편히 쉴 법도 하지만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스포츠, 제빵, 여행, 요리 등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바쁜 이들이다.

깐냐(40), 다로(27), 라젠드라(34), 버빈(26)은 황금 같은 주말 소중한 시간이지만 완주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이날 한 자리에 모였다. 아직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그들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좋은 친구이자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좋은이웃’의 정용기(66) 대표가 함께했다.


□ 24시간이 모자라…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



미소짓고 있는 라젠드라씨


이들은 네팔과 캄보디아에서 왔다. 이들은 나고 자란 나라가 다르고, 나이와 문화가 다르지만 완주에서 일하고 있다는 공통점 하나로 서로 친구가 됐다. 완주산업단지에는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근로자들이 많이 있고 ‘좋은이웃’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있다.
라젠드라 씨는 한국에 온지 3년차다. 그는 “한국어도 어렵고 해서 처음 1년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쉴 때는 한국어 공부를 하고, 친구와 자전거를 탄다. 완주의 깨끗한 공기가 마음에 든다”며 “전북외국인노동자 어울림한마당축제 때 노래자랑이 너무 즐거웠다. 상도 탔다. 근로자복지관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 가끔 간다”고 말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다로씨


이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려 노력한다. 그 중 다로 씨는 모두가 인정하는 취미부자인데 “한국에는 배울 것이 많아 좋다”면서 “배구클럽에서 활동하고, 우석대 사회통합프로그램, 광주에 기차를 타고 가서 제빵을 배우고 오르간도 배운다. 또 헬스도 한다”며 웃었다.


그는 기타 강습, 바리스타 교육, 피자 만들기 등 앞으로도 다양한 것들을 배워 만약 비자 기한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빵집을 열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깐냐 씨 역시 기회가 된다면 커피와 디저트, 요리를 배워 캄보디아에 돌아가 작은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다.
완주에서는 이미 이들이 원하는, 배우고 싶은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정적이다. 완주에 살고 있음에도 이주노동자이기에, 혹은 언어·문화 장벽에 부딪혀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청년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정용기씨


정 대표는 “다로는 가까운 곳에 제빵학원이 있는지 몰라서 멀리 광주로 다니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지역축제에 방문하거나 무언가를 배우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이동”이라며 “20-30명씩 단체로 움직여야 할 때 버스 대절은 금액의 부담이 있고, 대중교통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한 셔틀운행이나 이동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모두와 ‘좋은 이웃’이 되고픈 사람들



위 사진부터 깐냐, 버빈씨


“한국의 같이 밥 먹고,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좋아요. 교통질서가 잘 되어 있고, 기차도 좋아요.”
버빈 씨는 아직은 서툰 한국어로 자신이 완주를 좋아하는 이유 3가지를 꼽았다. 다른 이들도 한국에 온지 2년이 넘은 터라 이제는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에 제법 적응했다.
한국인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는 다들 없다고 대답했다. 정 대표가 “동갑 말고 알고 지내는 한국사람”이라고 설명을 덧붙이고서야 깐냐 씨가 가끔씩 만나 밥 먹고, 이야기하는 한국 친구가 있다고 했다. 어느덧 동갑내기를 친구로 부르고 인식한다는 한국문화가 스며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익숙해져가고 있는데 지역사회는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을 낯설게 바라본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공원이나 길거리에 여럿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일방적으로 이유 없이 무서워하기도 한다. 일터에서 다쳐도, 화가 나더라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 대표는 “자신들의 나라에선 모두가 똑똑한 젊은이들인데 한국에서는 이주노동자라서 차별을 받고 하대당하는 일이 있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켜 자신들 나라로 돌아가야 할까봐 더 조심해서 행동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완주 사람들과 좋은 이웃이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으로 정기적으로 거리청소를 다니는데 항상 참여자가 넘쳐 인원을 제한해야할 정도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로 분장해 선물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이주노동자와 완주문화재단이 만나 집담회를 열었다. 이후 정 대표는 완주문화재단과 소통하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쿠키 만들기’ 같은 문화강좌를 기획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깐냐의 친구 미니아씨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깐냐의 친구 미니아(25·캄보디아) 씨가 잠시 카페에 들렀다. 이야기를 듣더니 꼭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음악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치킨 만드는 것. 꼭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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