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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풍경을 이루는 사람. 이제는 농부2019-07-01

시골풍경을 이루는 사람. 이제는 농부


시골풍경을 이루는 사람. 이제는 농부


- 운주면 <시골풍경 농장> 농부 장미경

 

이번 달에는 장미경이 만난 장미경씨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뷰할 사람이 없어 내 자신을 인터뷰 한 것은 아니다. 이름이 같은 사람은 많이 만나봤어도 성까지 똑같은 사람은 난생 처음 만나봤다. 우리는 만나자 마자 웃었다. 서로의 이름은 평생 잊어버릴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위에서부터 백향과 재배하우스, 백향과 꽃이다. 7월 말에서 8월초에 수확한다.


장미경씨(54)는 남편 곽효성씨(52)와 완주 운주면에 산다. 세 자녀는 다 커서 독립했고 부부는 단출한 살림을 꾸려서 2016년도 초 완주로 무작정 내려왔다. 경천면 서울쉼터에서 두 달, 완창마을회관 2층에서 세 달여의 숙소생활을 보냈다. 그 해 10월 지금의 시골풍경농장이 있는 집이 완공되었고 완주에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경씨의 농장에는 희귀한 열대작물들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처음 시작한 품목은 백향과였다.


 

'시골풍경' 농장입구에 으름덩쿨이 아치를 이루고 있다.


그때는 의지가 있어서 힘든 줄 몰랐어요. 이곳이 다 벌판이었는데 땅 일구고 밭을 만드는 과정에서 날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잡념이 사라지고, 하나씩 완성이 되가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지요. 전에 안산에 있을 때, 저희 남편은 영업을 하는 사람이었고 저는 작은 식당을 했었는데 매일 가게에 매어 있고 사람에 치이다 보니까 힘들었죠. 저는 몸 쓰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노동이 힘든 건 잘 모르겠어요. 사람 상대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오히려 더 힘들죠.”

 

미경씨는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삶이 너무 만족스럽다는 말은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 같다고 한다. 밤낮없이 일해야 하고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도 농촌일이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 없는 작물들, 가축들을 돌보며 묵묵히 자신의 속도대로 일을 하는 지금이 좋다.


 

비타민 나무 설명하는 미경씨. 비타민 나무에는 새끼손톱만한 노란 열매가 열린다.


과수원집 누나와 복숭아 서리하던 동네 동생

남편 곽효성씨는 오래 전부터 50세가 되면 꼭 시골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는 남편의 성향을 알면서도 장미경씨는 귀농을 극구 반대했다.

 

어렸을 때 친정(이서면 새금동)이 과수원을 했어요. 배하고 복숭아 농사지었는데 저희 부모님 늘 고생했던 기억만 있어요. 지금은 농사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는 하우스도 없었고. 밭농사 짓는 사람은 겨울에는 놀 수 있는데 과수원은 겨울에도 할 일이 널렸어요. 그때만 해도 과일 담는 궤짝, 봉지들을 다 직접 만들었거든요.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었어요. 우리들도 늘 일을 도왔죠. 망치질해서 궤짝 만들고. 겨울에 전지해놓으면 나뭇가지 다 주워야 하고.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컸는데 남편은 시골을 그리워하고 나는 지긋지긋해요.”


 

미경씨가 가장 좋아하는 닭장속에 닭들과 함께. 미경씨는 닭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장미경씨와 곽효성씨는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한 동네 꼬맹이였다. 미경씨보다 두 살 아래 효성씨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 누나를 짝사랑 했던 모양이다.

 

제 남동생이랑 친구여서 우리 집에 놀러오고 그랬는데 그 사람 말로는 날 보러 놀러왔다고 하데요. 동네 애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우리 과수원 서리하러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나한테 마음이 있었나 봐요. 초등학교도 같은 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도 바로 옆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고모가 조화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고 계셔서 저도 거기에 취직한 거죠. 서울 터미널에서 우연히 남편을 만난 거 에요. 남편은 그 당시 하사관이었는데 서울 독산동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몇 번 만나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어렸을 때 본 사람이랑 평생을 같이 살게 되었네요.”

 

남들 안하는 희귀작물들 스무 가지 넘게 키워내는 전업농부

귀농 안한다고 버티다가 어느덧 300평 넘는 땅에 작물 키워 먹고 사는 전업 농부가 되었다.

3년 동안 농사에 푹 빠져 살다보니 자신이 일군 농장도 자연스럽게 기존에 있던 시골풍경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농장 보러 오신 분들도 놀라요. 3년 동안 한 일 치고 잘 해놨나 봐요.^^ 일반적인 것은 다른 사람도 다 하고 있으니 남들 안하는 것을 해야죠. 그래서 시작이 힘들죠. 사례가 없으니까 스스로 공부해야 해요. 실험하면서

 

미경씨의 비닐하우스에는 처음 보는 나무들이 많다. 열대작물들이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씨앗을 심고 보통 한 달에서 세 달 정도의 발아 기간을 참고 견디며 관찰해야 한다. 매일 정성스럽게 키워낸 나무들 이름만 들으면 동남아시아 어딘가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모링가, 바나나나무, 파파야, 비타민 나무, 체리, 푸른 자두, 무화과, 할라봉, 페이조아(구아바 종류), 핑거라임. 러브하와이, 기둥사과, 딸기자두 등 스무 가지가 넘는 나무들을 구경하다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위에서부터 수세미꽃, 시계초, 금화규이다.


판매 가능한 것은 백향과, 작두콩, 수세미, 여주, 금화규, 히미스커스, 옥수수, 메론참외, 대파에요. 2017년도 6월에 백향과를 처음 심었고 18년도 봄에 로컬푸드에 납품했죠. 아피오스(인디언 감자), 고구마는 로컬푸드 연계해서 하는 농장 견학 체험용 프로그램으로 심어 두었고요. 해오라비 난초, 야래향은 화분으로 납품하고 있어요. 백향과는 일 년에 두 번 따요. 7월 말에서 8월초, 1~2. 백향과는 후숙과일이거든요. 따서 바로 드시는 거보다 2~3일 실온에 두었다가 겉이 쪼글쪼글해질 때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금화규는 약초나무인데요. 노란 꽃이 손바닥만 하게 피는데 꽃은 따서 말려서 차로 마시고 잎이나 꽃은 분말해서 비누를 만들기도 하고 얼굴에 팩을 하기도 해요. 콜라겐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피부에 좋아요. 백향과 잎사귀로 차 만들면 녹차보다 훨씬 맛있어요. 불면증에도 좋고..”

미경씨의 농장 구석구석에는 귀여운 댑싸리가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댑싸리는 제초제에 매우 취약해서 요즘 시골에서 댑싸리 보기 힘들다고 한다.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없는 미경씨의 농장에는 건강한 땅 찾아온 댑싸리 가족도 자리를 잡고 산다.

남편 곽효성씨는 완주과실생산자협동조합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실 생산물을 가공해서 잼, 쥬스, 아이스크림으로 생산 개발하고 판매하려는 계획이다. 미경씨도 올해 준 조합원으로 가입해 SNS홍보 교육을 받고 있다. 생물 판매와 더불어 가공품 판매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미경씨는 하나를 심더라도 자신이 즐기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작물을 심고 가꾸고 싶다고 한다. 7월부터 9월까지 미경씨의 농장에는 백향과의 오묘한 꽃, 금화규의 노란 꽃, 히비스커스의 빨간 꽃들이 차례대로 만개하며 피어날 것이다.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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