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무지개다리를 놓다] 아리아리 공동체2019-07-01

[무지개다리를 놓다] 아리아리 공동체


'너와 나, 우리' 사진전이 열리는 완주미디어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리아리 회원들.


우리는 마음이 착하고 악이 없습니다

 

정신장애인들 모여 공동체 활동

사진, 영상 등 문화로

먼저 지역사회에 손 내밀어

 

 


우린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입니다. 서로 서로 솔선수범해서 당신에 아름답고 빛이 빛난 표정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현재에 사진 찍는 예쁜 모습 사랑해주세요. 당신에 표정은 너무 예쁨니다.”

저는 이길순입니다. 마음이 착하고 악이 없습니다.”

 

고산면 완주미디어센터. 이곳에서 너와나, 우리라는 제목의 특별한 사진전이 펼쳐지고 있다. 동체 아리아리가 준비한 전시로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맞춤법이 아니라 작가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전시다.


 




우리는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에요

아리아리는 정신장애를 가진 회원과 복지시설 종사자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회원 연령대는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일반적으로 정신장애는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등 전반적인 정신장애를 모두 포함한다.

아리아리 결성은 지난 201811월이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회원이 스스로 대표가 되어 공동체를 만들었고 이후 올해 1월부터 상관면 정신재활시설에서 정신건강간호사를 맡고 있는 김언경(41)씨가 대표를 맡았다.

아리아리는 순우리말로,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나아가자는 뜻이다. 정신장애를 가졌지만 지역주민과 함께 하고픈 사람들이 문화를 통해 소통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여보자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최근 정신질환을 가진 가해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공포심과 편견이 심해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회원들이 병원 밖 흡연장소에서 담배만 피워도 무섭다. 위험하다는 민원을 넣는 분들이 있다. 어딘가 시설이 망가지거나 더럽혀지면 자연스레 우리부터 탓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민원이나 편견을 원망하진 않는다. 정신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키워드로 이웃에게 다가가다

아리아리 활동을 시작하고 이들이 주목한 건 문화였다. 김 대표가 완주문화도시추진단의 컬쳐메이커즈 스쿨프로그램을 듣고 부터다.

그는 나부터 문화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듣고 문화로 소통하면 좀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진단의 일대일 멘토링 등을 통해서 우리 활동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사진작업이다. 이들은 휴대전화 카메라 하나를 들고 상관면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초청해 사진활동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정육점, 김밥집, 세탁소 등 이웃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원들은 주변 사람과의 소통을 즐겨하지 않는다. 병을 밝히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 우리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어려워하는 이웃들도 있지만 좋은 이웃들도 많았다. 상관면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은 이들을 반겨줬고, 다른 주민들을 설득해주는 등 사진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작업을 하면서 겪은 새로운 경험 중 하나는 서로를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불러본 것이었다. 그동안 타인에게 불려온 정신병을 가진 누구가 아닌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별명으로 말이다. 이순자(58) 씨는 제가 금붕어라는 별명을 쓰니 우리 작업을 도와준 사진작가 장근범 씨가 비단 금붕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약 4개월의 작업 후 지난 4월 상관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이들의 첫 사진전이 열렸다. 이후 5월 완주문화재단의 다양성 영화제에 초대되어 사진전을 했고 이번에는 완주미디어센터다.

김춘석(58) 씨는 처음에는 이 작업을 내가 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전시회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여태껏 내가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인정을 받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우리가 모이니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리아리는 최근 미디어 영상 교육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준비 중이고.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의 활동도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이순자 씨는 여러 교육을 받고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가 받는 특권인 것 같아 감사하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이 많지만 평범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서두르진 않는다. 우리의 작은 목소리를 천천히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자 씨의 말처럼 아리아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지역주민에게 자신들을 알리고 다른 공동체들과 교류하며 지금보다 다양한 문화콘텐츠 활동을 펼칠 생각이다.

김 대표는 문화라는 매체를 통한 활동으로 회원들에게 새로운 사회적인 역할을 부여해주고 싶었다. 정신질환을 배제하고 누군가의 이웃, 주민 등 그 이상의 역할이 필요했다아직 집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숨어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를 보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문화기획의 주체가 우리가 되면 좋겠다. 비장애인, 장애인 나누는 축제가 아닌 다 같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구암리883] ② “The process”
다음글
[완주의 JOB] 효사랑주간보호센터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