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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놓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2019-06-05

[무지개다리를 놓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워크숍에 참여한 이들이 풍선을 날리며 활짝 웃고 있다.

 

무지개다리 2.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

 

차이가 다양성다름의 가치 확산

 일상 속 차별사례 찾아 작은 변화 시도

 

게임이 시작됐다. 박스를 뒤집어쓰니 말을 할 때마다 소리가 울리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뭉개지는 게 영 불편했다. 시계가 좁아지자 익숙하던 공간도 낯설게 보인다.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는 매일같이 이 박스라는 굴레, 거부, 편견 혹은 가면을 쓰고 사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어서 벗어버리거나 벗겨내야 하지 않겠는가. 박스를 쓴 그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상념이 문화다양성발굴단의 머릿속을 스쳤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소수를 지키는 다수) 2차 워크숍이 20일 완주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의 지난달 특강에 이은 두 번째 자리였는데 특별히 이날은 완주문화재단이 개발한 다가치 다르다카드를 시연하고 익혀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카드게임을 기획한 조원영 쓰잘데기 종합상사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카드게임의 핵심 콘셉트는 되어보기다. 장애인, 이주민, 동성애자를 포함하는 소수자부터 흙건축, 독립영화, 토종씨앗 같은 비주류에 이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이 각각의 카드에 최은우 작가의 그림과 키워드로 정리되어 있었다. 발굴단은 조 대표의 안내에 따라 하나의 카드를 뽑고 박스를 뒤집어쓴 뒤 카드가 지칭하는 누군가가 되어 미션을 해결해 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오이든 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녀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어 문화다양성발굴단에 참여했지만 한 편으로는 소수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얘기하고 공유하고 싶어 참여한 측면도 있다.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도 있고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죠. 우리도 원하는 게 있고 그걸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조원영 대표는 첫 시연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발굴단의 수준이 높아 놀랐다현장경험을 통해 카드 활용법을 발전시켜 가면 우리 사회 문화다양성을 이해하는 좋은 교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소수자와 성평등, 인권, 비주류에 관심이 있는 주부, 문화시설 종사자, 유학생, 청년, 공무원 등 20명이 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에 참여했다. 완주문화재단 2019년 문화다양성사업을 함께 운영할 주체들로 지역의 문화다양성 사례를 발굴하고 관련 활동을 증진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귀촌했는데 시골살이가 쉽지 않았어요. 도시보다 더 가부장적인 사회 같아요. 농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여러 사람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림보책방지기인 홍미진 씨는 농촌과 여성을 주제로 한 책방 프로그램을 생각하던 중 문화다양성 사업을 알게 돼 참여했다. 그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향보다는 같은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힘들 때 어깨를 나누고 안도할 수 있게 맴버십을 만들고 싶다.



완주문화재단 홍교훈 정책기획팀장은 운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지금은 재단이나 협력기관이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주민과 문화다양성 관련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주여성과 함께 마을회관을 찾아가 문화의 차이를 공유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고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참여자와 관련 프로그램도 기획중이다. 소수다가 발굴한 문화적 차별 사례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면 교육이든 예산이든 인적네트워크 연계든 재단이나 협력기관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울 계획이다.

문화다양성은 차이 혹은 다름과 같은 말로 읽힌다. 차이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 사이에, 같은 언어 같은 문화권 내에서, 소수들이 모여 이루는 다양한 얼굴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홍교훈 팀장은 문화다양성의 시작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일단 이해해야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찾아서 드러내야 한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소수다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일단은 문화다양성을 이해해야 하잖아요. 그 이해는 결국 자기경험에서 출발해야 하거든요. 다름 때문에 겪었던 차별을 자기경험에서 찾아보고 인정하고 주변까지 시선을 돌릴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으로 확장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문화다양성발굴단에 기대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box] 다가치 다르다 카드

되어보기, 이해하기


우리 사회 소수자와 비주류 사례를 로봇그림과 키워드로 표현한 카드다. 완주문화재단이 게임을 통해 문화다양성의 이해를 돕고자 만들었다. 앞 뒤표지를 포함해 총 30장으로 구성했지만 그 장수와 내용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최은우 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가 내용을 감수했으며 조원영 쓰잘데기 종합상사 대표가 게임을 기획했다.

조원영 대표가 마블을 차용해 마복(마지막 복귀) 완주게임이라 명명한 이 카드게임은 새로운 행성에 불시착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그곳에서 무작위로 카드를 받고 그 카드가 지칭하는 게이나 이주노동자, 혹은 토종씨앗을 고집하는 농부가 되어 로봇가면을 쓰고 행성을 빠져나오기 위한 미션을 수행한다. 완주문화다양성발굴단 2차 워크숍에서 뒤집어쓴 박스가 로봇가면의 대용이다.

최은우 작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낯선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로봇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했다.

그는 로봇은 우리가 우리라는 범주에 안주하며 타인에게 보내는 비인격적인 시선과 태도, 배척 등 경계짓기를 포함한 모든 사건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만나게 될 때 비로소 로봇이 아닌 진정한 이웃으로 만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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