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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食 이야기] - 프롤로그2019-01-29

[로컬푸드 食 이야기] - 프롤로그


음식은 건강하려고 먹는 게 아니라 맛있으려고 먹는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이 중에서 어떤 말에 더 공감이 되시나요?


몇 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저는 회사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미각으로 풀기 위해 열심히 맛집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 당시 음식이란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취미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사먹는 밥이 지겨워 집밥을 준비하려고 마트에 가면, 어떤 재료로 뭘 만들어 먹어야 할 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처음의 굳은 다짐은 사라지고, 계산대에 올라오는 건 편하고 맛 좋은 레토르트 식품이었습니다. 5분이라도 더 자려고 아침밥을 거르고, 회사 앞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빈속을 채우는 일상을 반복하며, 문득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도시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서울을 떠나 좀 더 인간답게 살아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완주로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다양한 지역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로컬푸드와 관련된 경험과 토대가 착실히 쌓여있는 이곳에서 뭔가 재밌는 일들을 해볼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도시에서 벗어나 내 생각대로 일상을 가꿔갈 수 있는 환경이 좋았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일해왔던 분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또 개인적인 욕심으로 성급하게 일을 밀어붙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획보다 여러 일들이 늦어지고 있지만, 한가지 다행인 것은 조화로운 나만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일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처음 완주에 와서 산책을 하며, 읍내의 로컬푸드 매장에 수시로 들렀습니다. 집 앞 만경강 둑방길의 풍경에서 시시각각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즐길 수 있었고, 로컬푸드 매장에 진열된 채소와 과일들에서 계절의 변화를 입으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 완주에서는 로컬푸드 매장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큰 도움이 돼요.” 한 동네에 사는 친구가 완주 일상의 팁을 전수해 주면서 해 준 말입니다. 저도 이곳에 살면서 매일 조금씩 장을 보고 직접 음식을 해먹으면서 건강한 삶을 사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해 뜨는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밥을 지어 먹으면서, 어느새 친구의 이 말에 자연스레 공감했습니다.




가끔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으면 생산자를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한번은 즐겨 먹던 고구마의 생산자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바쁜 분을 붙잡고 맛있게 잘 먹고 있다며 인사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 농부 분도 웃는 얼굴로 휴대폰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시며, 품종을 개량해 특허받은 얘기부터 고구마 큐어링하는 노하우까지 여러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같지 아니하다고 했던가요. 그 후로 고구마를 보면 이 분이 들려주었던 얘기들이 떠올랐고, 달고 맛있는 고구마가 더 맛있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마치 간증이라도 하듯, 그 신비한 체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해 동안 먹거리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며 여러 일들을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러 개의 퍼즐 조각을 잘 맞춰 좋은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포기하지 않고 처음의 고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국 농사를 짓고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심과 그 마음을 믿고 먹는 사람들의 행복이 서로 이어지게 하는 일, 그게 우리가 하려는 일의 본질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매달 이 지면을 통해 다양한 우리 지역의 먹거리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농사를 짓거나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꼭 하고 싶었던 얘기들과 그 음식을 먹는 사람으로서 알고 싶고 듣고 싶었던 얘기를 차근차근 풀어가면서, 서로를 연결하는 작은 고리가 되어 보겠습니다.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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