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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걸어서] 귀촌, 아주 특별하면서 별 것도 아닌2019-01-09

[바닥의 걸어서] 귀촌, 아주 특별하면서 별 것도 아닌





귀촌, 아주 특별하면서 별 것도 아닌


 <안녕, 동백숲 작은집> 하얼과 페달 지음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이사 토모미 지음, 류순미 옮김


 

여성들을 위한 귀농귀촌 정보 방송 <귀촌녀의 세계란> 팟캐스트는 201810월 총 21회의 에피소드 (23개의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귀촌하고 싶은 도시 여성들이 궁금한 내용을 먼저 이주한 지역의 선배 여성들에게 묻고, 지혜로운 조언을 들었다. 이건 아닌데 싶은 사람들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도시의 속도와 다른 감각으로 살고 싶어서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한다. 초기에는 은퇴 후 미뤄뒀던 삶의 방식을 되찾기 위해 귀농한 사람들이 많았다면 몇 년 전부터는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온다. 그들은 정보나 사람에 대해 목말라하는데 특히 여성들은 더 많은 정보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여성들을 위한 팟캐스트를 만들었고 제일 먼저 궁금해 하는 지역 정하기, 집 구하기, 먹고 살 궁리하고 친구 사귀기 등을 주제로 다뤘다. 많은 언니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어디서 살든, 어떻게 살든 자기 마음을 잘 살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어디로 갈지, 언제 갈지 그런 것부터 너무나 막연하고 지역과 시기, 조건 등 상황에 따라 각각의 이야기는 너무나 다르고 그때그때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 살아내는 것일 뿐이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래도 어떤 종류의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보고 싶고 그 안에서 자기 입장을 정리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으니까 귀촌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안녕, 동백숲 작은 집>은 숲속에서 전기 없이 달빛을, 가스 없이 아궁이를, 수도 없이 샘물을이용하며 살던 페달과 하얼, 비파와 보배 가족의 이야기다.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유명한 가족을 모를 리 없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 있어서 귀농귀촌까지 안 가더라도 생태/환경 관련 활동의 어딘가에서는 한 번쯤 듣고 보는 이름들이다. 책을 보기 전까지는 조금은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자신들이 정한 방향으로 뚝심 있게 걸어가는 모습이나 유명세가 부럽기도 했나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뭔가 다를 거야, 의심하며 맘 놓고 좋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전기와 가스, 수도를 사용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결국 지금은 숲에서 나와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하나도 서운하거나 이상하지 않다. 삶은 어디서든 덜컹거리며 굴러가고 어느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가가 중요하다는 생각, 그 언젠가 숲속에서 누군가 그 순간을 맞이했었다는 사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나도 어디서 어떻게 살든 그 순간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니까. 숲에서 저자들이 느꼈던 벅찬 감동이 내게도 느껴지는 때는 조용히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이야기. 귀촌 이후 나답기 살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여성들의 인터뷰집이다. 자연농 농부, 셰어하우스 운영자, 유치원 선생님, 카페 운영, 지역의 다양한 문화활동 기획, 어업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일본책이라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삶의 지향을 어디로 두는가, 여성으로서는 어떤 입장을 갖는가라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부록으로 한국의 이야기도 덧붙여져 있다. (그 글을 제가 썼습니다) 이 책들은 자연과 삶을 생각하는 열매하나 출판사에서 나왔고 <귀촌녀의 세계란>의 내용들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마지막을 광고로 끝내서 죄송합니다)

 


 /바닥(bacac) 이보현은 귀촌인이자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글 쓰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읍내 아파트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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