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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액운을 쫒는 가장 ‘맛있는’ 비법, 12월의 단팥죽 2018-12-04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액운을 쫒는 가장 ‘맛있는’ 비법, 12월의 단팥죽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8] 액운을 쫒는 가장 맛있는비법, 12월의 단팥죽 

완주시니어클럽 빨간콩의 요리



완주에 와서 귀촌한 사람들이 느끼는 지역의 정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 오랜 시간 지켜본 완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다. 완주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할머니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할머니들께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고, 함께 밥상에 둘러 앉아 가족처럼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계기로 시작한 할미레시피가 어느 덧 1년이 지났다.

 

매달 어떤 아이템으로 할머니를 만날지 고민하는데, 12월을 위해 아껴둔 음식이 있었다. 바로 팥죽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지에는 팥죽을 먹어야 한다는 반복학습 덕분인지 평소에도 좋아하던 팥죽이 이맘 때가 되면 더 자주 생각난다. 올 여름 봉동 읍내 파출소 로터리에서 만경강 방향으로 걷다가 새로 생긴 빨간콩이라는 팥죽집 간판을 보게 됐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데, 2층에서 막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신 할머니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여기 팥죽 맛있어 한번 먹으러 와.” 얼마나 맛있으면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말씀하실까? 서울에 살 때 맛있다는 팥죽집은 다 다녀볼 정도로 팥죽마니아였던 나는 이 말을 듣고 당장 뛰어가 먹어볼 법도 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내내 지속된 100년만의 무더위 때문인지 나는 뜨거운 팥죽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계절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인지 부쩍 추워진 지난 달 바로 팥죽을 먹으러 갔다.


 



드디어 만나게 된 빨간콩의 팥죽은 달지도 짜지도 않고, 텁텁하지도 않은 부드러운 단팥죽이었다. 나는 밥알이 동동 떠 있는 고소한 팥죽도 좋아하지만, 단팥죽을 더 좋아한다. 진하게 우러나온 팥물에 부드러운 새알이 동동 떠 있어 호로록 넘겨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이곳의 단팥죽에 홀딱 반해서 매주 한번씩 들렀다. 동짓날에는 액운도 쫓을겸 한번 직접 해볼까 해서 할머니께 단팥죽 비법을 알려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고, 흔쾌히 알려주셨다.

 

빨간콩은 완주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봉동 새참수레의 주방장이셨던 오미자 할머니(70)와 함께 일명 자자매라 불린다는 안숙자 할머니(73)와 김춘자 할머니(68), 세분이 일하고 계신다. 마침 취재하러 간 날에는 한 분은 김장을 하러 가시고 두 분이 일하고 계셨다.

 

팥죽을 워낙에 좋아해서 전주로 맛있다는 집은 싹다 댕겼어할머니들은 팥죽 장사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음식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오미자 할머니는 여태껏 수십번도 더 해봤을 팥죽이지만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더 열심히 연구를 하셨다. “어떤 사람은 너무 달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묽다고 하고 또 되다고 하고 손님들 입맛이 다 달라서 음식 장사가 힘든데 그만큼 보람이 있어.”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어떤지 평가를 듣는 일만큼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가 또 있을까? 할머니들은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십번 시도해 보고, 주변의 조언도 구해서 지금의 팥죽을 완성했다고 한다

 

 



올해 동지는 1222일이다. “동짓날이면 항상 팥죽을 해먹었어. 어린 시절에는 팥죽을 쑤어 막 뿌렸던 기억도 나지금은 흔치 않은 풍경이지만 예전에는 팥죽을 대문이나 문 근처 벽에 뿌려 악귀를 쫓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액운을 쫒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 이런 음식 문화를 만든 조상님들의 은혜에 감사할 일이다.


할머니들과 얘기하면서 주방을 오가며 팥죽 비법을 배우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오늘의 첫 손님은 방금 생강골 목욕탕에 갔다가 따끈한 단팥죽이 생각나서 오신 할머니 두 분이다. “다녀본 중 여가 젤로 맛있어라며 자리에 앉으신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런 저런 대화를 하시는데 두분의 대화가 어찌나 재밌는지 귀에 쏙쏙 박힌다. “어느덧 나이만 몽땅 집어먹었어. 그래도 아들 셋을 여우니 이제 걱정없어오미자 할머니께서는 한그릇 먹고 가라며 내게도 팥죽을 한그릇 떠주셨다. 팥죽 때문일까 아니면 구수한 입담이 가득한 이곳의 분위기 때문일까? 나도 뱃속이 뜨뜻해지는 걸 느꼈다.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몸은 피곤해도 일하는 게 재밌어

할머니 두분이 손님들이 오기 전에 하신 말씀이다. 이 얘기를 들어서인지 손님 한분 한분을 위해 팥죽을 끓여내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나에게 있어 몸이 피곤해도 재밌는 일이란 무엇일까? 나는 할머니가 되면 어떤 일을 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을까?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생각해봐야 할 화두를 갖게 되었다.

 


* 빨간콩

- 운영시간 : 평일 11~2

- 위치 :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160-1

- 메뉴 : 단팥죽, 단호박죽 (보리밥 서비스)

- 전화번호 : 063-261-4289 (영업시간 내) 063-261-4288 (그 외 시간대 예약전화)


 


할머니의 단팥죽 비법





1. 새알을 만들어 둔다.


 

-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방앗간에서 쪄와서 뜨거운 물에 익반죽을 하고 동그랗게 만들어 둔다.

- 근처 방앗간에서 새알용 반죽을 주문할 수도 있다

 

2. 단팥은 불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서 물에 끓인다.


 

- 진한색의 단팥죽을 만들려면 단팥을 미리 물에 불려 놓지 않고 바로 끓여야 한다.

- 처음 삶은 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인다.

- 양에 따라 다르지만 2~3시간 정도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끓인다.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쉽게 뭉개질때까지 끓인다.




3. 단팥이 다 익으면 완전히 식혀두었다가 체에 걸러 앙금을 내리고 껍질은 걸러둔다.

 

 

- 이 때 잘 내려지지 않으면 물을 조금씩 내려가면서 내린다

 

4. 체에 내린 앙금으로 물을 넣어 각자 기호에 맞게 농도를 조절하며 팥죽을 끓인다.


.

 

- 팥죽을 끓이다가 농도가 처음보다 되직해지고 큰 기포가 생기면 미리 만들어둔 새알심을 넣는다.

- 설탕을 넣으며 단맛을 조절하고, 먹기 전에 소금으로 간을 한다.

 

tip)

팥앙금은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팥죽이 먹고 싶을 때 물을 더 넣고 끓인다. 팥앙금이 금방 쉴 수 있으니 조금씩 해서 먹거나, 보관이 더 필요한 경우 2~3일에 한번씩 끓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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