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웃어라 공동체

> 이달 완두콩 > 웃어라 공동체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뜨끈한 생강차가 생각나는 계절, 발효생강차 비법2018-11-08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뜨끈한 생강차가 생각나는 계절, 발효생강차 비법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뜨끈한 생강차가 생각나는 계절, 발효생강차 비법

서두마을 소귀순 할머니의 요리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계절을 구분한다지만, 나는 뜨끈하고 매콤한 생강차가 생각나는 이맘때쯤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유명한 생강 산지인 봉동에 이사와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 이제 생강차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품처럼 여겨졌다.





작년에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직접 생강을 사서 여러번 생강차를 담궜는데, 너무 쓰거나 매워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애써 담궈 둔 생강차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냉장고에서 1년을 묵히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달에 우연히 알게 된 봉동생강마을의 발효생강차를 구입했고, 요즘은 매일 한잔씩 마시고 있다. 보통 생강이 편으로 썰려 있는 생강차와 달리 이 발효생강차는 생강이 곱게 갈아져 있어 뜨거운 물에 바로 타서 진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달 할미레시피 취재를 위해 어떤 분을 만날까 고심하던 중 간단할 것 같지만 맛 내기가 쉽지 않았던 생강차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봉동생강마을의 도성진 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하셨고, 우리는 생강차의 비법을 전수해 주신 어머님을 만날 수 있었다.

 

소귀순 할머니(78)를 만난 곳은 서두마을에 있는 봉동생강마을 가공공장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공장 한켠을 싸리빗자루로 쓸고 계셨는데, 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인생의 경험이 많은 사람, 그리고 내게 닥친 일들을 정직하게 직면하며 살아온 사람은 이야기거리가 많다. 소귀순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고, 나는 수첩에 받아적다가 할머니의 재밌는 입담에 빠져들어 급기야 펜을 놓고 말았다. 할머니는 봉동 제내리에서 태어나셔서 이곳 서두마을로 시집왔다. 7대째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시댁은 서두마을 부잣집 도씨네로 불리고 있었다. 간호장교가 꿈이었던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게 많고 궁금한 게 많았던 소녀였다.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굶을 정도는 아니었던 어린 시절 학교 교육은 받을 수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교육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까지 접은 건 아니었다. 할머니는 시집와서 지금까지 농사와 살림, 바느질, 요리 등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신다. 할머니의 생강차도 이런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원래 생강차는 생강을 잘게 썰어서 설탕에 재워두고 끓여 먹었어. 하루는 남의 집에 김장해 주러 갔다가 거기서 생강차를 주는데 생강이 곱게 갈려 있는거야. 물어봤더니 고추 빻는 기계에다가 생강을 갈아서 설탕을 섞어서 줬더라구. 생강이 둥둥 떠있긴 했지만 맛이 좋아서 그 때부터 집에 와서 연구해 봤지.”


할머니는 그 후 1년에 걸쳐 여러 가지 실험을 하셨다. 설탕의 양을 조절해보기도 하고, 꿀을 넣어 보기도 하고, 실온 보관과 냉장보관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부글부글 끓어 올라 병이 터지기도 하고, 곰팡이가 생겨 버린 적도 많았다. 가마솥에 끓여 놓고 보관하면 설탕이 굳어서 못 먹게 된 적도 있다. 모든 과정을 종이에 써서 보관기간을 체크하며 최적의 비율을 찾았고 그 때부터 생강 농사를 지으면 주변 지인들에게 생강차를 만들어 나눠주셨다. 한번 할머니의 생강차를 맛본 사람은 다음 해에는 주문을 할 수 없냐고 부탁했고, 소일거리로 시작한 일은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 큰아들이 귀농을 결심했고, 이 발효생강차 비법을 고스란히 담아 봉동 생강마을 농업법인을 만들었다.


이제는 쉬어야 할 때도 됐는데, 할머니는 여전히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신 듯 했다. 몇 년 전 허리가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젊은 시절에 힘 좀 쓰셨겠다고 하더란다. 할머니의 허리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지 못하고 늘 긴장 상태여서 힘줄이 늘어나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의사의 말에 젊어서 힘쓰지 안그럼 뭣허요?” 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삶의 여러 굴곡에서 담담하게 때로는 강인하게 부딪혀 온 할머니의 삶이 이 말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할머니께 소원이 있으시냐고 여쭤봤더니 잘 정리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해. 욕심이 많아서 금강산까지 벌써 갔다왔어. 가보고 싶은 곳도 다 가봤고, 이제 자식들 잘 키워냈으니 뭘 더 바라겠어열정적으로 사셨던 할머니에게 뭔가 대단한 계획이 더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의외의 답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사셨을 것이다. 먹고 사는 게 힘들어 화려한 꿈을 꿀 수는 없었던 시절,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며 알알이 열매를 거두던 참어른의 표상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효 생강차 만들기

 

1 생강껍질을 깨끗하게 벗긴다.



2 생강을 곱게 갈아둔다.

생강이 갈리지 않으면 설탕이나 물을 조금씩 섞어서 간다.


3 생강과 설탕을 1:3 의 비율로 잘 섞어둔다.

* 설탕은 흑설탕, 유기농설탕, 물엿 등으로 대체하거나 기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4 하루 동안 실온에서 보관해 발효시킨다.



5 발효된 생강을 부글부글 끓여서 소독한 병에 보관한다.



* 수분이 많은 햇생강이 좋으며 토종생강보다는 외래종이 쓴맛이 덜해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 말씀으로는 우리 흙에서 자랐으니 이제는 토종생강이나 외래종 생강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하신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진짜 소이푸드를 찾아서] 4 진양콩 재배농가 한봉수 씨
다음글
전라북도서민금융복지센터 : 빚 독촉,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